"공소사실 제대로 기억 못해..객관적 물증 없고, 증거능력 인정 어려워"
27일 재판서 윤중천 증인신문 진행키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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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7000만원대 뇌물 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63)이 첫 공판에서 혐의를 전면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정계선 부장판사) 심리로 13일 열린 김 전 차관의 첫 공판기일에서 김 전 차관 측 변호인은 공판준비절차 때와 마찬가지로 "공소사실 전체에 대해 부인한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2013년경부터 윤중천과 성폭행했다는 혐의와 이를 휴대폰으로 촬영했다는 혐의로 조사받았고, 두 차례에 걸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각 법원에서 제정신청 기각결정을 받았음에도 2017년 말 설치된 과거사위에서 같은 조사를 받고 수사권고에 따라 뇌물죄 등으로 기소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무부 차관이라는 고위직을 지낸 피고인은 지난 6년간 파렴치한 강간범이라는 낙인이 찍히고, 온갖 비난과 조롱을 감수하면서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침묵을 강요당했다”며 “정작 이 사건에서는 종전 혐의 내용과 달리 윤중천으로부터 성접대를 포함해 뇌물을 받았다는 혐의로 기소됐다”고 덧붙였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2006년부터 2008년 사이 집중된 공소사실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며 “검사의 증거를 보더라도 10여년이 훌쩍 지난 과거 사실에 관해 객관적 물증이 거의 없고, 증거능력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사실관계인 진술도 10여년이 지난 과거라 진술이 불분명한데다 객관적 사실에 반하는 기억이 많다고 부연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뚜렷하지 않은 기억을 최대한 살려 인정사실을 밝혀야 하는데, 현재 기억에 따라 공소사실을 전반적으로 부인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특별수사단을 꾸려 피고인을 어떤 혐의로든 처벌하기 위해 거의 신상털이 수준으로 털어 생뚱맞게 제3자 뇌물죄 등으로 기소했다”며 “공소사실을 살펴보면 범행의 일시·장소가 특정돼 있지 않고, 공소시효 해결을 위해 작위적으로 사실을 적용했다”고 수사 과정에 대해 비판했다.
변호인은 “윤중천 등으로부터 향응을 받은 사실이 일부 인정되더라도 뇌물죄 요건인 대가성이 전혀 인정되지 않는다”며 법리적으로도 다툴 뜻을 내비쳤다. 친분관계에서 현직검사에게 향응을 제공한 것은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별장 성접대'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기억 자체가 흐릿하다"며 명확한 대답을 피했다.
김 전 차관은 재판부가 '변호인과 마찬가지로 공소사실을 부인하는가'라고 묻자 고개를 숙이고 짧게 “네”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이달 27일 두 번째 공판기일을 열어 건설업자 윤중천씨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김 전 차관은 윤씨와 사업가 최모씨로부터 총 1억7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윤씨로부터 지난 2008년 10월 형사사건 발생 시 청탁을 받은 뒤 자신과 성관계를 맺어온 이모씨의 1억원 가게 보증금 빚을 면제해주게 하고, 2007~2008년 7회에 걸쳐 3100여만원 상당 현금과 그림, 명품 등을 받은 혐의다. 다만 김 전 차관 공소사실에는 증거 불충분으로 특수강간 등 성범죄 혐의는 제외됐다.
이외에도 검찰은 김 전 차관이 한 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2000년대 초반부터 2010년까지 부인 명의로 1억원이 넘는 금품을 수수한 정황을 포착, 관련 내용에 대한 추가기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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