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가치적 동맹 인식 결여…돈벌이 전락
분담금 협상·비핵화,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
"정부, 한미동맹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실리적 접근 필요"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30일 오후 DMZ(비무장지대) 내 미군 부대 캠프보니파스를 방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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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하지나 기자]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굳건했던 한미동맹에 의구심이 증폭되기 시작했다. 트럼트 행정부는 한반도를 위협하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한편,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방위비 인상을 요구하는 데에는 거리낌이 없다. 심지어 “한국 방위비를 받는 것이 월세를 받는 것보다 쉬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은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트럼프 행정부 집권 이후 한미동맹의 재정립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아메리칸 퍼스트’가 문제”
12일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현재 한미간의 가장 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막 나가는 ‘어메리칸 퍼스트(American First)”라면서 “매년 이런 식으로 방위비 협상이 이뤄지면 한미 동맹은 망가진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벌써부터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을 예고하고 있어 올해 협상 또한 녹록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트럼프의 발언 등을 고려했을 때 최대 50억달러(약 6조원)의 분담금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피로 맺어진’ 한미동맹이라고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철저하게 돈의 논리가 우선하는 동맹이라는 평가다.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9일 뉴욕 햄튼에서 열린 재선 캠페인 모금 행사에서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임대료를 수금하러 다녔던 일화를 소개하면서 “브루클린의 임대 아파트에서 114.13달러를 받는 것보다 한국에서 10억 달러를 받는 게 더 쉬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본인의 성과를 자화자찬하기 위한 농담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동맹국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와 존중이 결여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北 비핵화·방위비 인상 모두 정치적 수단”
최근 잇따른 북한의 도발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소형 미사일일 뿐”이라며 의미를 축소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과의 대화의 판을 깨지 않기 위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이는 1953년 한·미 양국이 체결한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상충하는 발언이다. 자칫 한미동맹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에서 면밀한 주의가 필요함에도 그의 언행은 거침이 없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특징”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그 어느 것보다 국내 정치, 자신의 정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북한의 비핵화 협상이나 방위비 인상 모두 본인의 재선을 위한 정치적 목적의 수단에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에 대한 인식 자체가 결여됐다”면서 “민주주의에 대한 가치적 동맹이라는지, 한미동맹의 역사성에 대한 고려가 없다”고 강조했다.
◇“韓, 한미동맹 냉철한 시각 필요”
전문가들은 돈벌이 정도로 생각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동맹관이 장기적으로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동맹국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분석한다. 미국의 리더십을 훼손하고 영향력을 축소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당장 방위비 분담 협상·호르무즈 해협 호위 문제 등에 직면한 우리 정부로서는 보다 냉철하게 한미동맹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신 센터장은 “우리가 독자적인 핵무장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한미동맹은 필요하다. 우리가 먼저 동맹을 폄훼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안정적인 동맹 관계를 관리하면서 실리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맹목적으로 동맹적 가치를 내세우기보다는 어떤 것이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철저하게 계산기를 두드려야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주한 미군의 주둔이 한국의 안보뿐만 아니라 동북아지역의 균형과 안정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일방적인 호혜가 아닌 상호 동등한 관계라는 점을 피력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한미동맹이 흔들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한미동맹의 실질적인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것일 뿐”이라며 “중국의 위협이 구체화되고, 미·중 충돌이 심화할수록 한미 동맹 가치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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