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36)의 첫 정식 재판에 대한 방청 열기가 뜨거웠다.
고씨가 처음 법정에 모습을 드러낸 12일 재판은 오전 10시로 예정됐지만, 법정 앞은 이른 아침부터 방청권을 배부받으려는 시민과 취재진 150여명이 몰려들어 장사진을 이뤘다.
고씨의 재판이 이뤄지는 2층 201호 법정 앞부터 1층 제주지법 후문 입구까지 고씨의 재판을 방청하기 위한 시민들로 북적였다.
고씨의 재판은 제주지법 사상 처음으로 방청권을 선착순으로 배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 남편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의 첫 정식 재판일은 12일 오전 제주지방법원에서 재판 방청을 원하는 시민들이 방청권을 받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제주=연합 |
이중 피해자 가족과 변호인 등 소송관계인과 취재진에게 미리 배정된 좌석을 제외한 나머지 자리를 놓고 시민들은 방청 경쟁을 벌였다.
이날 방청이 선착순으로 이뤄진 탓에 법정에 미처 들어가지 못한 시민과 법원측과의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시민들은 “육지에서 내려와 새벽부터 기다렸는데 몇 명 들어가지도 못하게 한다”며 “문을 열어 놓고 재판하라”는 등 불만을 토로했다.
제주지법 형사2부(정봉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정식 공판에 고씨는 연녹색 수의를 입고 법정에 나왔다.
전 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이 12일 오전 제주지법에서 첫 재판을 받고 나와 호송차에 오르기 전 한 시민에게 머리채를 잡히고 있다. 제주=연합 |
그동안 머리를 풀어헤쳐 얼굴을 가렸던 모습 그대로 법정에 들어선 고씨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변호인 옆 피고인석에 앉았다. 고씨가 법정에 들어서자 방청석이 잠시 술렁였다.
일부 방청객은 고씨를 향해 “살인마”라고 소리치다 법원 관계자들에게 제지당하기도 했다.
방청객들은 머리를 풀어헤치고 나온 고씨에 대해 머리를 묶고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표출했다.
재판이 시작된 뒤 국민참여재판을 원하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원하지 않는다”고 짧게 말했다.
또 이름·생년월일·직업 등 재판부가 피고인의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에 작은 목소리로 답한 뒤 1시간 20분 남짓 진행된 이번 공판에서 시종일관 고개를 푹 숙인 채 재판에 임했다.
곧바로 계획적 살인을 주장하는 검찰과 우발적 살인을 주장하는 변호인간 공방이 치열하게 이어졌다.
전 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이 12일 오전 첫 재판을 받기 위해 제주지방법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제주=연합 |
고씨는 검찰이 공소사실을 밝히는 동안 고개를 떨군 채 미동도 않다가, 변호인의 변론이 시작되자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고씨 측 변호인은 “강씨가 졸피뎀이 섞인 밥을 먹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강씨 자신의 강한 성적 욕구를 이기지 못해 고씨를 겁탈하려고 했다”는 주장을 하며 계획적 범행을 강하게 부인했다.
재판에서 고씨 측이 전남편 강씨(36)가 성폭행 하려고해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는 주장을 계속하자 방청객들은 고씨에 대한 강한 분노를 표출했다.
법정을 가득 메운 방청객들은 고씨 측의 이러한 주장에 “말도 안되는 소리다. 추잡스럽다”며 탄식을 내뱉었다. 재판장은 “방청석에서 더 이상 욕설, 비난을 하면 퇴정시키겠다”고 경고했다.
피해자 유가족도 이날 법정 내 방청석에 앉아 울분을 삼키며 재판을 지켜봤다.
전 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이 12일 오전 제주지법에서 첫 재판을 받고 나와 호송차에 오르기 전 시민과 취재진이 몰려들고 있다. 제주=임성준 기자 |
법정은 고씨가 퇴정하려고 피고인석에서 일어나자 다시 술렁거렸다.
일부 방청객은 ‘기분 나쁘다’ ‘얼굴을 들어라’는 등의 탄식과 고함이 이어졌다. 재판이 끝난 뒤 고씨가 호송차에 오르기 전 시민과 취재진이 몰려들었고, 고씨는 한 시민에게 머리채를 잡히기도 했다.
고씨의 다음 재판은 9월 2일 오후 2시 열린다.
고씨는 지난 5월 25일 오후 8시 10분부터 9시 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남편 강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혐의는 살인과 사체손괴·은닉이다.
검찰은 지난달 1일 수사를 마무리하고 고씨를 재판에 넘겼다.
제주=임성준 기자 jun258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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