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 후 은닉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36)이 지난 6월 1일 충북 청주시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경찰에 체포될 당시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다. (경찰이 촬영한 영상 캡처본)./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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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전 남편 살해 사건'의 고유정씨가 첫 공판에 출석해 "혐의를 부인한다"고 직접 밝혔다. 가득 찬 방청석을 의식한 듯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린 채 법정에 들어선 고씨는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고개를 떨구고 흐느꼈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정봉기)는 12일 오전 10시 고씨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법정에는 고씨가 피고인석에 출석했다. 공판준비기일과 달리 정식 재판에는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가 있다.
고씨는 재판장의 부름에 따라 청색 반팔 수의를 입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법정 안으로 들어섰다. 지난 6월 검찰 송치 장면이 공개된 이후 처음 드러낸 모습이었다.
고씨는 인정신문에서 '이름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작은 목소리로 "고유정입니다"라고 답했다. 재판부는 국민참여재판에 대한 의사 또한 물었지만 고씨는 변호인을 통해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고씨는 재판이 진행되는 내내 고개를 숙이고 직접적인 발언을 최대한 피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고씨의 범행이 계획적이었는가가 핵심 쟁점으로 다뤄졌다. 지난달 23일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고씨 측은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전 남편이 성폭행을 시도하자 우발적으로 살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씨 측은 첫 정식 공판에서도 이와 같은 주장을 되풀이했다. 고씨 측 변호인은 "사체 손괴·은닉 부분은 인정하지만 계획·고의적 살해 혐의에 대해서는 다 부인한다"면서 "수사기관에 의해 편향된 인식이 형성된 상황에서 극심한 오해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매우 힘겹겠지만 진실을 하나씩 밝혀나가겠다"고 말했다.
또 "한 아이의 어머니로서 어린아이가 아빠 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로 인해 말할 수 없이 미안하고 슬픈 상황"이라며 재판부에 선처를 구했다.
고씨 변호인은 생전에 전 남편의 변태적 성향이 있었다는 주장을 펼쳤고 방청석에서 '말도 안된다'라는 야유와 고성이 터져나오면서 재판부가 이를 제지하기도 했다.
또, 고씨 측은 피해자인 강모씨가 강간 시도를 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강씨가) 오랜만에 같은 공간에서 아이와 전 아내와 같이 있으면서 과거 함께 살던 시간을 떠올렸고, 그래서 고씨를 강간 시도한 것 같다"면서 "피고인은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었는데 과거의 모습을 고씨에게 기대했던 것이 이 사건의 비극을 낳게 되는 단초가 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계획 범행의 주요 증거로 제시된 인터넷 검색기록에 대해서도 "일상적인 것들에 대해 검색을 하다가 자연스럽게 연관검색어로 이어져 검색한 것일 뿐"이라면서 "'혈흔'이라는 단어를 검색한 것 또한 고씨가 면 생리대를 구입해서 쓰다가 혈흔이 잘 지워지지 않아서 이것을 어떻게 지워야 할지 검색해 본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졸피뎀이 검출된 혈흔 또한 피해자 강씨 것이 아니라 고씨의 것"이라는 주장도 내놨다.
변호인과 같은 의견이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고씨도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고 짧게 답했다.
이러한 고씨 측 주장에 대해 검찰은 "비극의 단초를 제공한 것이 피해자 행동이었다는 주장에 대해 고씨 측은 반드시 책임을 지시길 바란다" 며 "그 부분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이어 "졸피뎀이 검출된 혈흔은 고씨의 것이 아닌 강씨의 것이라는 충분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며 "검찰이 제출한 검색 단어들은 고씨가 직접 검색창에 쳤던 것이기 때문에 고씨가 연관검색어를 통한 흐름으로 특정 검색어에 이르게 됐다는 변호인 주장 또한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2일 고씨에 대한 2차 공판을 열기로 했다.
한편 이날 법정에는 공판준비기일 당시 고씨를 변호했던 국선 변호인이 아닌 고씨 측이 10일 새로 선임한 사선 변호인이 출석했다. 앞서 고씨 측은 사선 변호인 5명을 선임했으나 고씨의 변호를 맡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후 비판여론이 거세게 일자 부담을 느끼고 사임계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이후 고씨의 변호는 제주지법이 지난달 10일 선임한 국선 변호인이 맡아왔다.
고씨는 지난 5월25일 오후 8시10분부터 9시50분 사이 제주시 조천읍의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뒤 시신을 손괴·은닉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고유정은 전 남편인 피해자 강씨가 신청한 면접교섭권 이행명령의 조정절차가 마무리된 지난 5월10일 이후 자신이 사용하는 휴대전화와 청주시 자택 내 컴퓨터를 이용해 '니코틴 치사량', '뼈 강도', '뼈의 무게', '혈흔' 등을 집중 검색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지난달 1일 고유정이 철저한 사전 계획하에 전 남편을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해 시신을 없애는 범죄를 저질렀다며 그를 구속기소 했다.
제주=안채원 기자 chae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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