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명 전엔 남북접촉 어려울 것
대화 나가도 그건 북미간 대화”
북미 실무협상 앞두고 분리대응
첨단 무기도입 등 정부에 불만
‘해명 요구’로 대화 여지는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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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남쪽을 향해 “(한·미) 군사연습을 걷어치우든지, 군사연습을 한 데 대하여 하다못해 그럴사한 변명이나 해명이라도 성의껏 하기 전에는 북남 사이의 접촉 자체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1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외무성 권정근 미국 담당 국장 담화’(이하 ‘담화’)에서 “남조선 당국이 군사연습의 이름이나 바꾼다고 고비를 넘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잘못 짚었다”며 이렇게 밝혔다. 특히 담화는 “대화에로 향한 좋은 기류가 생겨 우리가 대화에 나간다고 해도 조미(북-미) 사이에 열리는 것이지 북남 대화는 아니라는 것을 똑바로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북, 북-미 대화와 관련한 담화의 주장은 분명하다. ‘북-미 관계’와 ‘남북 관계’를 분리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두가지가 중요하다. 첫째, ‘조만간 북-미 실무협상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김정은은 나에게 보낸 친서에서, 한·미 연합훈련이 끝나자마자 만나서 협상을 시작하고 싶다고 매우 친절하게 말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위트를 사실상 확인했다.
둘째, ‘북-미 협상이 시작돼도 남북 대화가 자동 재개되는 건 아니다’라는 주장이다. 다만, 남쪽과 ‘절대로 마주 앉지 않겠다’고 하지 않고 ‘성의 있는 해명’을 요구한 대목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남북 대화의 여지를 열어둔 셈이어서다. 고위 소식통은 “한·미 훈련 종료 뒤 정부가 얼마나 내실 있는 남북 관계 개선·협력 방안을 내놓을 수 있느냐가 변수”라고 짚었다.
11~20일 진행될 ‘후반기 한·미 연합 지휘소 훈련’에 대한 북쪽의 주장은 논리적으로 모순투성이다. 북쪽은 지금껏 한·미 연합훈련을 “북침전쟁연습”(9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진상공개장)이라거나 “6·12 조미공동성명과 (4·27) 판문점선언, 9월 평양공동선언 위반”(6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이라며 한·미를 싸잡아 비판해왔다. 이날 담화도 “연습의 명칭이나 바꾼다고 훈련의 침략적 성격이 달라지지 않는다”면서도 정작 비난의 화살은 남쪽에만 날렸다. 한·미는 이 훈련에 실제 병력과 전략무기를 투입하지 않고 ‘19-2 동맹’이라는 이름도 쓰지 않기로 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비한 (한국군의) 기본운용능력(IOC)을 검증하고 확고한 군사대비 태세를 제고하는 데 중점을 두고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북쪽의 ‘이중잣대’의 배경으로 두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3차 북-미 정상회담 조기 성사를 위해 실무협상 등 미국과 접촉에 나서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핵심이다. 북-미 대화 조기 재개라는 현실적 필요성 앞에 논리의 뒤엉킴은 뒷전이다.
둘째,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강력한 불만의 표현이다. 담화는 “미국 대통령까지 우리의 상용무기개발시험을 어느 나라나 다 하는 아주 작은 미싸일시험이라며 우리의 자위권을 인정하였는데 남조선 당국이 뭐길래 군사적 긴장 격화니 중단 촉구니 횡설수설하고 있는가”라고 따졌다. 담화는 한·미 연합훈련과 F-35A·글로벌호크를 포함한 첨단무기 도입, 미사일 개발 등 군비 강화에 힘을 쏟는 남쪽의 태도를 겨냥해 “도적이 도적이야 하는 뻔뻔스러운 행태”라고 비난했다. “국가 안전의 잠재적, 직접적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대응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한 남조선 당국의 책임”(조평통 진상공개장) 운운 등 남쪽과 재래식 군비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 대한 불만이 짙다. 전직 고위 관계자는 “북쪽의 우려와 불만을 진지하게 다뤄, 이 문제가 남북 관계의 질곡이 되지 않도록 상황을 정리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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