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경향신문 언론사 이미지

152년만에 첫 공개되는 경복궁 근정전 내부, '군주가 놀면 안된다'고 이름 지은 전각이다

경향신문
원문보기

152년만에 첫 공개되는 경복궁 근정전 내부, '군주가 놀면 안된다'고 이름 지은 전각이다

속보
美쿠팡 투자사 "한국 정부가 차별적 대우" 조사 요청<로이터>
근정전의 내부. 조선의 법궁인 경복궁 중에서도 중심건물이다. 국왕이 외국 사신 등 국가적인 행사를 치르던 곳이다.|문화재청 제공

근정전의 내부. 조선의 법궁인 경복궁 중에서도 중심건물이다. 국왕이 외국 사신 등 국가적인 행사를 치르던 곳이다.|문화재청 제공


“‘아침부터 날이 기울어질 때까지 밥먹을 시간을 갖지 못해 만백성을 다 즐겁게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1395년(태조 4년) 10월7일 판삼사사 정도전은 완성된 경복궁의 여러 전각과 문 이름을 지으면서 그 의미를 일일이 밝혔다. 정도전은 특히 임금이 경복궁의 정전인 근정전(勤政殿·국보 제223호)이라는 이름을 붙인 뒤 “천하의 일은 부지런하면 다스려지고 부지런하지 못하면 폐하게 됨은 필연한 이치”라고 자고로 임금은 일을 열심히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정도전은 ‘편안히 노는 자로 하여금 나라를 가지지 못하게 하라’는 <서경>의 말을 인용하면서 “편안히 쉬면 교만하고 안일한 마음이 쉽게 생긴다”고 강조했다. 정도전은 “임금이란 아침에는 정사를 듣고, 낮에는 어진 이를 찾아보고, 저녁에는 법령을 닦고, 밤에는 몸을 편안하게 해야한다”면서 “어진 이를 구하는 데에 부지런하고 어진 이를 쓰는 데에 빨리 한다”고 덧붙였다. 정도전은 아울러 “임금은 하루라도 부지런을 떨지 않으면 안된다”고 확실히 매조지했다. 경복궁의 정전이며, 궐 안에서 가장 장엄한 중심건물인 근정전은 왕의 즉위식이나 문무백관의 조회(朝會), 외국 사신의 접견 등 국가적 의식을 치르던 곳이었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경복궁관리소는 21일부터 9월21일까지 한달간 경복궁 정전인 근정전의 내부 특별관람 행사를 열 방침이라고 7일 밝혔다. 1867년(고종 5년) 중건 이후 근정전 내부가 일반에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근정전 내부는 무려 152년 만에 공개되는 셈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일제강점기에 가끔 행사용으로 활용된 적은 있지만 일반에 공개된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라고 전했다.

내부관람은 매주 수~토요일 1일 2회씩(오전 10시30분·오후 2시 30분) 시범 운영한다. 박관수 관리소장은 “궁궐 정전은 그동안 문화재 훼손 우려와 안전관리 등의 이유로 개방하지 않았지만 최근들어 정전 내부를 정비하고 요원을 배치해서 안전을 확보했다”고 공개배경을 밝혔다. 문화재청은 이미 창덕궁 인정전(3월)과 창경궁 명경전(4월)을 개방한 바 있다, 참가자들은 경복궁 전문 해설사의 안내로 정전의 기능과 내부의 기본적인 상징, 구조물 등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관람할 수 있다.

조선의 국왕이 앉았던 어좌 뒤에 국왕을 상징하는 일월오봉도 병풍이 걸려있다.|문화재청 제공

조선의 국왕이 앉았던 어좌 뒤에 국왕을 상징하는 일월오봉도 병풍이 걸려있다.|문화재청 제공


참가대상은 중학생(만 13세) 이상 일반인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참가 희망자는 관람 희망일로부터 7일 전 오전 10시부터 하루 전날까지 경복궁 누리집(www.royalpalace.go.kr)에서 신청하면 된다. 경복궁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면 근정전의 내부 특별관람 입장료는 무료이다. 1회당 20명씩 입장할 수 있다.(문의는 경복궁 누리집 또는 전화 02-3700-3900)

국가적인 의식을 치르는 중심건물인 근정전은 궁궐 중 유일하게 시간과 공간을 수호하는 십이지신과 사신상으로 장식된 상·하층의 이중 월대(궁궐 전각) 위에 건립됐다. 근정전은 높은 천장을 받들고 있는 중층 건물이다. 내부는 위아래가 트인 통층의 형태를 취하고 있어 공간이 더욱 웅장하다. 화려하고 높은 천장 중앙의 단을 높여 구름 사이로 여의주를 희롱하는 한 쌍의 황룡(칠조룡) 조각을 설치해 왕권의 상징 공간으로서 권위를 극대화했다. 북쪽 중앙에 임금의 자리인 어좌(御座)가 마련되어 있다. 그 뒤에는 임금이 다스리는 삼라만상을 상징하는 해와 달 그리고 다섯 개의 봉우리가 그려진 ‘일월오봉병’ 병풍이 걸려있다.

근정전의 보개천장.  황룡(칠조룡) 조각과 봉황무늬가 있다, 개국공신인 정도전은 “임금은 하루라도 부지런을 떨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하면서 근정전(勤政殿)이라는 이름을 지었다.|문화재청 제공

근정전의 보개천장. 황룡(칠조룡) 조각과 봉황무늬가 있다, 개국공신인 정도전은 “임금은 하루라도 부지런을 떨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하면서 근정전(勤政殿)이라는 이름을 지었다.|문화재청 제공


어좌 위는 정교하고 섬세한 가공이 돋보이는 작은 집 모양의 닫집(어좌나 불상 위를 장식하는 작은 집 모양의 조형물)으로 장식했다. 1395년(태조 4년) 창건된 근정전은 1592년(선조 25년) 임진왜란으로 불타 없어졌다가 1867년(고종 4년) 다시 건립됐다. 박관수 경복궁관리소장은 “근정전은 조선 후기 최고의 기술을 바탕으로 지어 궁궐건축의 정수라 할 만하다”면서 “이번 특별관람을 통해 전문가의 고증을 거쳐 제작 전시된 재현품들을 볼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기환 선임기자 lkh@kyunghyang.com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