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2 (금)

이슈 [연재] 매일경제 'MK포커스'

‘수술’ 앞둔 오승환, 징계 효과 없는 ‘72G 출전정지’ [MK포커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끝판대장’ 오승환이 삼성 라이온즈로 돌아왔다. 시즌 중 전격적인 복귀다. 하지만 KBO 규정의 맹점을 악용한 복귀 사례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상벌위원회 징계가 유명무실해졌기 때문이다.

삼성은 6일 오승환과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2013시즌 이후 해외로 진출했다가 6년 만에 친정팀으로 돌아왔다. 올 시즌 연봉은 6억원이다. 이미 올 시즌 전반기를 지났고, 정규시즌의 3분의 2가량을 소화한 시점이다. 삼성은 6일까지 102경기를 소화 중이다. 올 시즌 잔여 경기는 42경기다. 물론 올 시즌 경기는 나설 수 없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오승환의 ‘몸 상태’와 ‘출전정지 징계’다.

사실 올 시즌이 시작될 때까지만 해도 오승환이 한여름에 삼성에 복귀하리라고 예상한 이는 없었다. 오승환은 메이저리그 콜로라도 로키스 소속으로 올해까지 계약이 돼 있었다. 하지만 오승환이 팔꿈치 수술을 받게 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매일경제

미소짓고 있는 돌부처 오승환. 오승환이 친정 삼성 라이온즈로 전격 복귀했다. 사진=MK스포츠 DB


콜로라도는 오승환이 오른쪽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로 공백이 장기화되자 웨이버 공시를 했다. 이후 다른 팀들의 클레임 가능 기간이 종료된 지난달 30일 이후 삼성이 MLB 사무국 신분조회를 거쳐 오승환과 접촉에 나섰다.

오승환은 국내로 복귀할 경우 친정 삼성 유니폼을 입어야 했다. 2013년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에 입단할 당시 오승환은 임의탈퇴 신분이었다. 보류권을 삼성이 가지고 있어 오승환이 복귀하려면 삼성과 연봉 협상을 진행해 계약해야 했다. 콜로라도에서 방출된 순간부터 삼성이 신속하게 일처리를 했다.

삼성 입장에서는 발 빠르게 움직인 이유가 있었다. 오승환이 정상적인 몸 상태라고 해도 올 시즌 남은 경기에 등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바로 징계 때문이다. 오승환은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입단을 앞둔 2015년말 해외 원정 도박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KBO는 2016년 1월 상벌위원회를 열어 “오승환이 KBO리그로 복귀할 경우 해당 시즌 총 경기 수의 50% 출장정지 처분을 하겠다”고 결정했다. 징계에 따라 오승환은 국내 복귀 즉시 팀당 144경기의 절반인 72경기에 나설 수 없다.

하지만 징계가 아니더라도 팔꿈치 때문에 경기에 나설 수 없다. 오승환의 에이전시인 스포츠인텔리전스 측은 “팔꿈치 뼈가 웃자란 상태이고, 팔꿈치도 청소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들었다”며 “선수가 한국에서 수술을 받길 원해서 12일 정밀 검사를 받고 수술 일정을 잡을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오승환은 대학교 시절 토미존서저리(팔꿈치인대접합수술)를 받았고, 삼성에서 한창이던 2010년에는 시즌 중 팔꿈치 뼛조각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다. 아무래도 재활기간만 1년 정도 걸리는 토미존서저리 보다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이나 웃자란 뼈를 깎는 수술은 재활기간이 짧은 편이다.

오승환은 올 시즌 남은 경기 42경기에 내년 시즌 30경기까지 출전할 수 없는데, 팔꿈치 수술 후 재활을 할 시간으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즉, 징계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기간이 부상 회복과 몸을 만드는 시간이 된다는 것이다. 이에 규정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반성의 의미에서 받아야 하는 징계의 의미가 퇴색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삼성도 규정의 맹점을 잘 이용했다는 평가다. KBO에 따르면 이날 삼성 선수로 공시된 오승환의 징계는 곧바로 적용된다. 사실상 징계 효과는 없는 셈이다. KBO측도 당황스런 입장이다. KBO관계자는 “징계를 받아야 할 선수가 부상 중이라 부상 회복 후 추가 징계를 내리거나, 징계 시점을 연기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번 삼성의 행보는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삼성은 과거부터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선수들은 엄격하게 다룬 구단이다. 오승환과 함께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똑같이 벌금 1000만원, 총 경기수의 50%출전정지를 받았던 임창용은 삼성에서 방출됐다. 역시 해외 원정 도박 혐의는 물론, 도박장 개설 혐의까지 추가된 안지만은 삼성이 계약 해지를 하며, 옷을 벗었다. 이전에는 정형식이 음주운전으로 방출됐고, 올해는 숙취 운전에 적발된 박한이가 은퇴 선언과 함께 스스로 옷을 벗었다.

하지만 오승환은 달랐다. 오히려 통 큰 투자를 했다. 당장 뒷문이 불안한 팀 현실상 오승환은 필요한 선수였고, 출전정지 징계를 받아야 함에도 연봉 6억원을 안겼다. 다만 삼성 측 설명에 따르면 오승환이 경기에 나서지 못함으로서 실수령이 50% 정도 줄게 된다. 그래도 3억원이다. 마운드에 오르지 못하는 선수에게는 고액이다. 삼성 측에서는 오승환에 대한 최고의 예우와 성의표시를 한 셈이다. 다만 규약상 다년계약은 불가능하기에 내년 연봉은 다시 협상해야 한다.

어쨌든 삼성은 사실상 징계 없이 오승환을 쓸 수 있게 됐다. 오승환은 72경기 출전정지 기간 동안 수술을 받고 몸을 만들면 되기 때문이다. 삼성은 “내년 4월말이나 5월초쯤 오승환이 마운드에 설 수 있다”고 밝혔다. 오승환은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다시 입게 돼 기쁘고 반갑게 맞아준 구단에 감사드린다. 수술과 재활에 집중해서 내년 시즌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라고 복귀 소감을 말했다. 출전정지 징계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잘못에 대한 반성도 없었고, 징계는 무의미하게 됐다. jcan1231@maekyung.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