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전날 수보회의서 ‘평화경제’ 강조했는데…
-北은 6일 포함 최근 2주간 4차례나 도발 긴장 조성
-靑 정의용 주재로 긴급회의…대응책 논의 분주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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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로 촉발된 한일 경제전쟁을 넘어설 카드로 ‘남북 평화경제’를 제시한 지 하루만인 6일 북한이 미상의 발사체 2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한미연합훈련에 따른 북한의 반발이 표면적인 배경이지만, 문 대통령이 전날 북한을 향해 ‘평화경제’ 애드벌룬을 띄운지 하루만에 북한이 도발함으로써 문 대통령 입장이 곤혹스럽게 됐다. 청와대 역시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는 북한 도발후 즉시 긴급회의를 갖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 ‘평화경제’ 발언 하루만에 북한 도발=북한은 이날 도발을 포함해 최근 2주동안 네차례나 도발했다. 북한은 지난달 25일 함경남도 호도반도 일대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2발을 쐈다. 이후 지난달 31일과 이달 2일 단거리 발사체를 발사했다. 이 발사체를 두고 우리 군당국은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규정했으나, 북한은 신형 방사포라고 주장하면서 진실공방이 펼쳐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이날 다시 발사체를 발사함으로써 한반도에 긴장국면이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날 북한의 도발은 전날부터 사실상 시작되고 있는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거센 반발임을 숨기지 않아 북한의 의도가 명백하게 드러났다는 게 중론이다.
외교안보 관계자는 “최근 13일새 북한이 4차례나 도발했다는 것은 북한도 그만큼 중대한 국면으로 보고 있다는 뜻”이라며 “한미연합훈련이 시작되면서 북한의 도발은 예상되기는 했는데, 북한의 반발 수위는 의외로 높아 보인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전날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것과 관련해 한반도 ‘평화경제’에 대해서도 강조하면서 “남북간의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단숨에 일본경제의 우위를 따라 잡을 수 있다”고 했다. 특히 “평화경제는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 굴곡이 있다 해서 쉽게 비관하거나 포기할 일이 아니다”며 “긴 세월의 대립과 불신이 있었던 만큼 끈질긴 의지를 가지고 서로 신뢰를 회복해 나아가야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대일메시지는 지난 2일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공식 제외한 직후 긴급 국무회의 열고 일본을 고강도로 비판한 지 사흘 만에 나온 것이지만, 북한이 잇따라 미사일 도발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협력’을 얘기했다는 데서 그렇잖아도 뒷말이 무성한 상황이었다. 특히 북한의 도발에 대해 경고성 멘트 하나 없이 ‘평화’만을 얘기했다는 점에서 야당을 중심으로 비판적 시각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북한이 도발하면서 ‘우리의 반발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우리를 자극하고 위협하는 합동군사연습을 기어코 강행하는 저의가 과연 어디에 있는가’라며 도발 의지를 명확히 했다”며 “대통령의 북한 관련 인식이 너무 안이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에 대해 문 대통령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동안 ‘대화의 틀’을 유지하며 비핵화를 진전시켜야 한다는 대원칙 아래 남북관계가 경색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긴박한 청와대, 대응 논의=청와대는 북한의 이날 도발 직후 관련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발사와 관련,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이 참석한 관계부처장관회의가 오전 7시 30분부터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열렸다”고 했다.
청와대는 지난달 25일과 31일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 회의에서 북한이 발사한 발사체의 종류와 제원, 그에 따른 대응 방안 등을 논의했지만 회의 주재는 문 대통령이 아닌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했다. 지난 2일에 이어 이날도 NSC 상임위원회 회의가 아닌 정 실장 주재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고 대응책 등을 모색한 것이다.
이에 야권은 문 대통령을 향해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북한과 태연하게 경협을 운운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전날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최근 연속적인 북한의 도발에도 NSC 전체회의를 주재하지 않은 대통령”이라며 “총선용 국내 반일감정 자극에 열을 올리더니 결국 반일 관제 민족주의의 수혜자는 북한 김정은이었음이 들통났다”고 했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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