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OMIA는 3국 안보협력서 상당히 중요…모든것 테이블에 올릴수밖에"
"美, '日 백색국가 韓제외' 전날밤까지 부산히 움직였다"
냉랭한 분위기 한일 사이 미국 |
(방콕=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2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에서 일본 정부의 보복조치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중단할 수 있다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3일 확인됐다.
강 장관은 전날 오후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가 열린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과 한국과 일본이 겪고있는 갈등 상황 등에 대해 30분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강 장관은 "지소미아 문제는 한미일 안보 협력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며 "우리로서는 모든 걸 테이블에 올리고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고 회담 상황을 잘 아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GSOMIA가 한미일 안보협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강조한 강 장관의 이 발언은 일본에 보복 철회를 촉구하는 동시에, 미국을 향해서도 한미일 공조 유지를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대일 설득에 나설 것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강 장관의 GSOMIA 발언을 들은 폼페이오 장관의 반응에 대해 "무언이라고 한다면 상당히 엄중한 반응으로 해석이 되느냐"며 "즉답이 없었다"고 소개했다.
미국은 중요한 동맹국인 한국, 일본과 함께 북핵 등 안보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GSOMIA가 유지되어야한다는 입장이고, 일본 역시 연장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지난달 29일 정례브리핑에서 GSOMIA와 관련된 질문에 "2016년 체결 이후 매년 자동 연장돼 왔다"고 답하며 연장을 희망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GSOMIA의 유효 기간은 1년으로 기한 만료 90일 전(8월 24일) 한국과 일본 어느 쪽이라도 협정 종료 의사를 통보하면 종료된다.
한미일 3국 외교수장이 만나서 '반전극'을 만들지 못했지만, 미국은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기 바로 전까지 '파국'을 막기 위해 외교라인을 바쁘게 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미일 외교장관회담이 열렸던 지난 2일 기자들과 만나 "어젯밤까지도 미국이 아주 부산하게 움직였다"고 말했다.
이는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 시점(2일 오후)이 이미 일본 정부가 각의(국무회의·2일 오전)를 열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을 처리한 이후였다는 점에서 미국이 관여할 의지가 없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당국자는 "우리도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면서 미국이 일본에 대해서 하는 이야기를 다 잘 전해 듣고 있다"며 "미국과도, 일본과도 외교 당국 간에는 공식, 비공식적으로 자주 만난다"고 부연했다.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 사태가 있기 전까지 우리가 끝까지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풀자는 이야기를 전했고 미국도 같은 노력을 기울였다"며 "일본 측이 이러한 상황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한미일 외교장관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왔던 발언인 점을 고려하면 한국과 미국은 일본에 추가 보복 조치를 강행하지 말고 대화에 나서라는 취지의 요청을 했지만, 일본이 이를 거절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각자의 자리로 향하는 한일 외교장관 |
청와대 역시 미국이 한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이 소위 '현상동결합의'(standstill agreement) 방안을 제시했고 일본과 협의를 위해 노력했으나 일본이 이를 거부했다고 지난 2일 브리핑에서 밝혔다.
이날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는 강 장관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만 들어갈 계획이었으나 회담장에는 각국 당국자들이 1명씩 추가됐다.
한국 측에서 김정한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 미국 측에서는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 일본 측에서는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배석했다.
애초 미국 측은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배석자 없이 장관들끼리만 만나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기를 원했으나 일본 측의 요청으로 배석자를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외교소식통은 "현장에서는 한미일 장관 3명만 만나는 방안을 타진하려고 했으나 회담 자체에 차질을 빚을 우려가 있어서 당국자가 1명씩 배석하게 됐다"고 귀띔했다.
강경화-고노 '무슨 대화?' |
run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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