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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2일 본회의를 열어 140여 건의 법안들을 처리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된 것은 지난 4월 임시국회 이후 119일만이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특정 기간 근로자에 휴가나 휴직, 근로시간 단축 등을 지원하는 '일·가정 양립지원법'(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과 공급과잉된 업종의 기업이 신속하게 사업을 재편할 수 있도록 규제를 푸는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기업활력법)' 등 개정안을 의결했다.
또 국내에서도 줄기세포 치료를 허용하는 '첨단재생의료의 지원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첨단재생의료법)', 카풀(승차공유)·택시월급제(전액관리제)와 관련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과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 개정안' 등을 처리했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일본의 보복적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철회 촉구 결의안도 재석의원 만장일치로 의결됐다.
◇출퇴근 시간에 카풀 허용…첫발 뗀 법인택시 월급제=앞으로 출퇴근 시간인 오전 7시부터 9시, 오후 6시부터 8시 유상 카풀이 허용된다. 다만 토요일과 일요일, 공휴일은 제외된다. 택시-카풀 사회적대타협기구의 합의에 따른 입법 조치가 이뤄졌다.
법인택시 사납금 제도를 없애기 위한 전액관리제의 법제화 및 시행시기는 2020년 1월로 정했다. 개정안은 '운송수입금 기준액(사납금)을 정하여 납부하지 않는다'는 문구와 '미터기를 임의로 조작 또는 훼손하지 않을 것'이라는 조항을 명시했다. 현재 전액관리제는 훈령사항인데 법령으로 조정하는 방식이다.
소정근로제도 개선된다. 소정근로제는 실제 근무시간과는 달리 임금의 기준이 되는 근로시간을 노사 합의로 결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개정안은 소정근로시간이 1주간 40시간 이상이 되도록 했다. 현재 서울의 경우 하루 5시간 30분이 소정근로로 지정돼 있는만큼 개정안이 시행되면 택시기사의 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날 본회의에선 법인택시 월급제 도입을 위한 택시운송사업발전법 개정안도 의결됐다.
개정안은 택시기사의 근로시간을 운행기록장치로 기록·관리하는 '택시운행정보 관리시스템'을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산정하는 내용을 신설했다.
이를 토대로 적정 수준의 임금지급을 유도하는 한편 사업자도 근로시간 산정의 모호성을 이유로 제시하던 월급제 회피 근거를 없앴다.
◇휴가·휴직·근로시간 단축=질병과 사고로 고통받는 가족 등을 돌보기 위한 ‘가족돌봄 3종 제도’가 확대 도입된다. 특정 기간 근로자에 휴가나 휴직, 근로시간 단축 등을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 역시 현행 5일에서 10일로 확대된다.
법안은 ‘가족돌봄 휴직’의 가족 범위를 기존 ‘부모, 배우자, 자녀, 배우자 부모’에서 ‘조부모, 손자녀’까지 확대했다. 가족돌봄 휴직은 질병과 사고, 노령에 고통 받는 가족을 돌보기 위한 휴직 제도다. 연간 최대 90일이며 나눠 사용하려면 한번에 최소 30일 이상은 써야 한다.
‘가족돌봄 휴가’도 신설된다. 근로자가 가족 질병이나 사고, 노령, 자녀 양육 등으로 긴급하게 휴가를 신청하는 경우 매년 10일 내에서 해당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가족돌봄휴가 기간은 가족돌봄휴직 기간에 포함된다.
‘가족돌봄 근로시간 단축’ 제도도 도입된다. 근로자가 질병과 사고, 노령 등에 놓인 가족을 돌보기 위한 경우, 근로자가 질병이나 사고 부상 등으로 스스로를 돌보는 경우, 55세 이상 근로자가 은퇴를 준비하는 경우 등이다.
이 경우 단축 후 근로시간은 주당 15~30시간으로 제한된다. 단축 기간은 1년 이내다. 근로시간 단축기간은 평균임금 산정기간에서 제외한다.
또 배우자 출산휴가 기간이 현행 5일에서 10일로 확대된다. 배우자가 출산한 날부터 90일(현행 30일) 내 휴가를 청구할 수 있고 한 차례 분할 사용도 가능하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도 확대한다. 사업주가 해당 제도를 허용하는 경우, 단축 후 근로시간을 현행 ‘15~30시간’에서 ‘15~35시간’으로 늘렸다.
30시간 이상 근무가 제한되는 탓에 다수의 근로자가 해당 제도를 활용하지 못한다는 현장 목소리를 고려했다. 유아휴직 미사용 기간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사용기간에 더해 최장 2년까지 사용할 수 있다.
◇'규제 완화' 기업활력법, 일몰기간 5년 연장=기업활력법은 공급 과잉된 업종의 기업이 신속하게 사업을 재편할 수 있도록 상법과 공정거래법 등의 규제를 풀어주는 특별법이다. 2016년 제정됐지만 올해 8월 12일 만료를 앞두고 있었다. 개정안 의결로 일몰기간을 2024년 8월까지 5년 연장했다. 신산업 해당 여부에 관한 심의를 위해 심의위원회에 신산업판정위원회를 둔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법의 적용 범위를 기존 과잉 공급 산업 외에도 고용위기지역의 산업과 신산업으로 확대했다. 최근 제조업 전반의 가동률과 설비투자의 지속적인 감소, 수출둔화 등 지역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반영했다.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도 의결됐다. 개정안은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국내기업을 외국기업이 인수하거나 합병할 때 정부의 승인을 받거나 신고하도록 했다. 동시에 산업기술 침해행위에 대해선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했다. 고의적으로 국가 핵심기술을 유출하거나 침해하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등 처벌 기준을 강화했다.
◇'줄기세포 치료 허용' 첨단재생의료법 통과=첨단재생의료법은 약사법과 생명윤리법 등으로 나뉜 바이오의약품 규제를 일원화해 임상 연구를 활성화하고, 신속한 허가심사가 가능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이 법이 통과되면 국내에서 사실상 금지돼 있는 줄기세포 치료제 사용이 허용될 수 있다. 유전자 공학을 이용한 재생 의료 연구가 가능해진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치료법이 없는 희귀·난치 질환자를 위한 임상 연구 지원이나 신속한 허가, 관련 의료 기술 확대 등을 위해 필요한 법안으로 손꼽으며 국회 통과를 기다려 왔다.
◇보이스피싱 피해재산 국가가 몰수=다단계판매·보이스피싱·유사수신행위 등의 사기 범죄를 국가의 범죄 수익 몰수·추징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도 이날 통과됐다. 현행법에는 횡령죄나 배임죄 피해 재산만 범죄 피해 재산으로 규정돼 있어 피해자들이 재산을 되찾고 싶으면 범인을 상대로 직접 민사소송을 걸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13세 미만의 아동에 대한 이른바 '그루밍(길들이기·Grooming) 성범죄'의 공소시효 폐지 범위를 확대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도 처리됐다. 개정안은 여기서 더 나아가 13세 미만 아동·청소년을 위계나 위력을 이용해 간음·추행한 경우에도 사건의 공소시효를 없애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법에서는 13세 미만 아동에게 폭행이나 협박을 가해 강간·강제추행 하는 경우에만 공소시효를 적용하지 않고 있다.
◇日 보복 철회 촉구 결의안 만장일치=일본 정부의 보복적 수출규제 조치 철회 촉구 결의안은 재석의원 228명 만장일치로 의결됐다.
결의안은 △일본 정부의 보복적 수출규제 조치 즉각 철회 △한일 정부가 미래지향적 관계의 재정립을 위해 외교적 해결에 적극 나설 것 △일본 정부와 일부 정계 인사들의 대북제재 위반 의혹 등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비난에 대한 유감 표명 및 즉각 중단 △우리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로부터 국내 산업과 경제를 보호하고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 조치에 적극 대처할 것 등을 촉구했다.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제안설명에서 "일본 정부가 지난 7월 4일부터 불화수소·포토레지스트·폴리아미드 등 수출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포괄수출규제를 의미하는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상황"이라며 "결의안은 일본 정부를 규탄하고 즉각 철회를 촉구하고 책임있는 태도를 요구하고 양국 정부의 외교적 노력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야는 지난 22일 열린 외교통상위원회에서 일본 수출규제 철회 촉구 결의안 처리에 합의했다. 이날 일본이 각의 결정을 통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점을 추가 반영하기 위해 교섭단체간 협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수정안을 마련했다.
강주헌 기자 z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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