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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드리븐(Data Driven) 新경영시대

매경이코노미 박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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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드리븐(Data Driven) 新경영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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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李 기획예산처 장관 지명 이혜훈 전 의원 '제명' 최고위 의결
회원 수 470만명, 입점 브랜드는 3500개, 거래액 4500억원.

지난해 국내 1위 온라인 패션 편집숍 무신사 실적이다. 무신사는 이런 고객, 판매 데이터를 꾸준히 모았다. 어떤 상품이 잘 팔리는지, 어떤 디자인을 선호하는지, 어떻게 상하의를 매칭해야 더 좋아하는지 등을 꾸준히 연구한 후 자체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를 출시했다. 별다른 광고 없이 무신사 플랫폼을 통해서만 판매했는데 슬랙스 팬츠 시리즈의 경우 지난해 2월에 판매를 시작해 올해 5월 말 기준 누적 30만장 판매고를 올렸을 정도로 대박을 쳤다. 무신사 관계자는 “상품 구매 후기, 커뮤니티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수립된 데이터를 즉각 상품에 반영, 개선하는 과정을 수차례 거쳐 매 시즌 업그레이드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5년 내 약 7000억원 매출을 목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장 인력의 감에 의존하던 방식을 탈피, 데이터에 기반해 의사결정을 내리며 승승장구하는 회사가 점차 늘고 있다. 학계에서는 ‘데이터 드리븐(Data Driven)’ 경영이라 명명한다. 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경영 트렌드다.


지피클럽 ‘피부 광’ 화장품 중국女心 홀려

유니콘 등극한 BD(빅데이터)솔루션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책에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두 가지다. ‘사실에 기반해서 판단하라’ ‘사실에 기반해서 가장 효과적인 결정을 하라’는 것이다. 이념, 본능이 아니라 정확한 데이터를 갖고 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베스트셀러로 떠오른 ‘팩트풀니스’의 저자 안나 로슬링의 말이다. CEO 필독서로도 주목받고 있는 이 책은 ‘데이터 드리븐’ 의사결정이 왜 중요한지를 시사하는 다양한 자료와 생각 방식을 제시한다.

삼성SDS는 ‘데이터 드리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리더’를 비전으로 잡았다. 홍원표 삼성SDS 대표이사(사장)가 지난 5월 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된 ‘REAL 2019’에서 ‘Digital Transformation in the Real World’ 주제로 첫 번째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삼성SDS 제공>

삼성SDS는 ‘데이터 드리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리더’를 비전으로 잡았다. 홍원표 삼성SDS 대표이사(사장)가 지난 5월 8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개최된 ‘REAL 2019’에서 ‘Digital Transformation in the Real World’ 주제로 첫 번째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삼성SDS 제공>


현장에서 이런 경영 방식을 적용, 업무 효율성은 물론 실적을 높이는 업체가 점점 늘어나는 분위기다. 삼성SDS는 아예 기업 비전을 ‘데이터 드리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리더’로 잡았을 정도로 데이터 가치에 주목하고 있다. 이은주 삼성SDS 빅데이터분석팀장(상무)은 “IT 기술의 발전으로 개인부터 사물까지 각각 수많은 데이터를 쏟아내고 있다. 기업(기관) 또는 개인은 이런 대량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가공·분석해 기존에는 전문가에 의존하던 일을 이제는 데이터를 통해 직접 의사결정 또는 실행할 수 있게 됐다”며 그 배경을 설명했다.


‘데이터 드리븐’ 경영은 잘만 자리 잡으면 다양한 효과를 빚어낼 수 있다. 당장 고객 취향 저격용 신상품 개발이 가능해진다. 최근 국내 9번째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CB인사이츠 기준)으로 올라선 지피클럽의 성공 사례에 그 시사점이 있다.

화장품 브랜드 ‘JM솔루션’을 앞세운 지피클럽은 2017년 884억원이었던 매출액을 1년 만인 2018년 5195억원으로 급성장시키며 주목받았다. 실적 퀀텀점프의 선두주자는 마스크팩이다. 지피클럽은 화장품 출시 전 다년간 국내 브랜드의 중국 진출을 대행하며 데이터를 모았다. 이 과정에서 중국인들이 ‘피부 광’을 중시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꿀광·청광·윤광 시리즈의 라인업을 갖추고, 팩 한 장에만 45g의 에센스를 담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제품을 출시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JM솔루션의 대표 상품인 ‘꿀광 로얄 프로폴리스 마스크’는 3억장, ‘물광 SOS 링거 마스크’는 2억장이 팔려나갔다.

리빙픽이 지난해 10월 데이터 기반으로 출시해 40만개 이상 판매한 스크래치 몬스터 리무버

리빙픽이 지난해 10월 데이터 기반으로 출시해 40만개 이상 판매한 스크래치 몬스터 리무버


아이비엘의 라이프스타일 커머스 '리빙픽'도 데이터에 기반한 PB상품으로 대박을 내고 있다. 대표적인 상품이 프리미엄 자동차 스크래치(흠집)을 지워주는 '몬스터 리무버'다. 몬스터 리무버는 유사한 수많은 제품의 실사용 고객의 후기, 반응 등 약 1만건을 분석해 제작된 프리미엄 자동차 스크래치 타올이다. 고객 만족도와 리뷰 내 주요 키워드를 수집해 기존 제품들의 장점, 단점을 분석해 제품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아이비엘 관계자는 "비슷한 제품 후기 등을 보면 타올의 크기, 제거제 용량에 불만이 많았다. 그래서 타 제품 대비 2배 늘려 사용 횟수나 수명을 배로 늘렸고, 가격 또한 1만원대(현재 구매가 1만 4900원)로 저렴하게 책정했다. 차량 스크래치는 물론 오토바이, 자전거, 보트 등 셀프관리가 필요한 곳에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으며 사용 시 광택효과는 물론 페인트 보호 효과도 탁월하다"라고 설명했다.

출시 이후 성과는 어땠을까. 40만개 이상 판매되며 매출을 견인하는 소위 ‘대박’ 제품으로 입소문이 나 현재까지도 자동차용품 전문 오토커넥트 몰에서 판매량과 매출 모두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데이터 드리븐’ 경영은 생산성 향상에도 위력을 발휘한다.


반도체 페이퍼 업체를 예로 들면 이전까지는 육안으로 일일이 불량 여부를 체크해왔다. 그런데 삼성SDS가 만든 검사지능화 솔루션(넥스플랜트 Visual Intelligence)을 적용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그동안 축적해둔 수백만 장의 양품과 불량 이미지를 자동 분류(Tagging)해주는 기술이 핵심이다. 삼성SDS 관계자는 “불량 유형을 딥러닝으로 학습시켜 육안검사 대비 불량 분류 정확도를 30% 높였다”고 소개한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비스 개선이나 고도화도 가능하다.

유명 맛집으로 한시간 이상 줄을 서야 하는 '고기리막국수'에 나우버스킹의 웨이팅 서비스를 탑재하고 단골고객, 오래 기다린 고객으로 나눠 쿠폰 서비스를 했더니 불만율은 떨어지고 재방문율(쿠폰 응답률)은 70%에 달했다.

유명 맛집으로 한시간 이상 줄을 서야 하는 '고기리막국수'에 나우버스킹의 웨이팅 서비스를 탑재하고 단골고객, 오래 기다린 고객으로 나눠 쿠폰 서비스를 했더니 불만율은 떨어지고 재방문율(쿠폰 응답률)은 70%에 달했다.

매번 줄을 서야 하는 유명 맛집이나 카페는 그만큼 고객 불평과 원성도 높다. 나우버스킹은 이런 불만에 주목해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대기 시간, 순번 등을 알려주는 웨이팅 서비스를 선보였다. 서비스 출시 후 순식간에 750만명의 회원, 누적 이용자 수 10억명을 돌파했다. 전상열 나우버스킹 대표는 “이 과정에서 단골고객, 오래 기다린 고객 등으로 분류하고 특화된 쿠폰을 제시, 재방문율, 이용률을 높였다”고 설명한다.

평균 한 시간 이상 기다려야 하는 고기리막국수를 예로 들면 감사 문자와 함께 할인쿠폰을 제시했더니 항의 횟수는 떨어지고 쿠폰 회수율은 70%를 넘겼다고.


▶빅데이터 전문회사도 속속 등장

‘데이터 드리븐’ 경영이 어렵다면?

이를 대행해주는 회사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빅데이터 분석, 마케팅 대행회사인 알테릭스가 시가총액만 6조원대를 기록할 정도로 대접받고 있다.

한국에도 비슷한 회사가 최근 상장을 앞두고 증권가에 비상한 관심을 모은다. 아이지에이웍스가 그 주인공. 고도화된 데이터 분석 기술, 마케팅 플랫폼을 보유한 종합 데이터 테크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지향한다. 삼성, SK, LG, 롯데, 신세계 등 국내 모바일 앱 2만8000여개가 모두 아이지에이웍스 솔루션을 활용한다. 올해 매출 1000억원을 바라볼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가 상장 주관 제안 당시 아이지에이웍스 기업가치로 1조6000억원 수준을 책정했을 정도로 높은 몸값을 자랑한다.

‘호갱노노’가 서비스 시작 2년 만에 직방에 높은 몸값으로 매각된 것도 ‘데이터 드리븐’ 덕분이다. 2016년 알기 쉬운 아파트 실거래가 앱으로 주목받은 호갱노노는 공공데이터 17종 이상을 활용해 아파트와 관련된 정보를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게 데이터 위주로 제시하면서 가입자 수 160만명을 넘겼다. 토지, 건물의 가치평가를 AI가 해줘 각광받고 있는 ‘스페이스워크’도 창업 2년 만에 KB인베스트먼트 등에서 100억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물론 ‘데이터 드리븐’ 경영의 한계도 있다. 이진수 NHN ACE 대표는 “데이터 드리븐 혁신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일단 경영환경을 데이터 최적화에 둬야 하고 실현 가능한 작은 성공 경험을 되도록 많이 확보한 다음, 단계적으로 데이터 활용 사례를 늘려가야 데이터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도 “빅데이터는 과거 데이터의 총합이다. 감춰진 욕구를 길어 올리려면 잠재 소비자 심층 인터뷰 등이 병행돼야 한다. 맹신은 금물”이라고 강조한다.

[특별취재팀 = 박수호(팀장)·노승욱·류지민·김기진 기자, 박영선 인턴기자 / 그래픽 : 신기철]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19호 (2019.07.31~2019.08.06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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