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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홍콩 대규모 시위

[취재파일] 中 "홍콩 시위 마지노선을 건드렸다"…이미 시작된 '강력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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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중국 베이징 국무원에서 중국 중앙정부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의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40분 전에 도착했지만, 이미 회견장은 만석이었습니다. 홍콩 시위가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홍콩·마카오 사무판공실이 1997년 홍콩 반환 이후 홍콩 문제로 개최한 첫 회견인 만큼 언론의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었습니다.
회견에서 양광 판공실 대변인은 단호한 어조로 "홍콩 시위가 한 국가 두 체제, 즉 '일국양제' 원칙의 마지노선을 건드렸다", "몇몇 사람이 무분별하게 법치를 짓밟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양 대변인은 홍콩에 인민해방군 투입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홍콩 사태에 외세가 개입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런 판공실의 발표 내용은 지금까지 중국 외교부와 국무부, 관영언론 등에서 언급한 것과 비슷한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홍콩 업무를 주관하는 판공실이 처음이자 직접 강경한 입장을 밝힌 것은, 앞으로도 홍콩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추이에 따라 더 강력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한 것으로 받아들여집니다.

● "홍콩 시위 3가지 마지노선을 건드렸다"

그렇다면 홍콩 판공실이 이렇게 직접 나서게 된 배경은 무엇이었을까요? 판공실은 기자 회견에서 시위대가 건드렸다고 한 일국양제의 마지노선으로 3가지를 들었습니다. '국가 주권과 안보를 해치는 어떤 행위도 용납할 수 없다', '중앙정부의 권력과 홍콩특별행정구의 기본법에 도전할 수 없다', '홍콩을 이용해 본토로 침투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

이를 감안하면 지난달 21일 홍콩 일부 시위대가 중앙정부를 대표하는 기관인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 건물에서 국가 휘장에 검은 페인트를 뿌린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으로 해석됩니다. 중앙정부 권위에 대한 더 이상의 도전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최근 시위가 계속 격화되고 있고, 시위에서 미국 성조기가 등장하는 등 친미 성향을 나타나는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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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21일 시위 이후 중국 중앙정부의 강경한 입장은 이미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7일 홍콩 위안랑역 '백색터러' 규탄 집회에서 홍콩 경찰은 예전보다 많은 최루탄을 발사하고, 과잉진압 논란이 벌어질 정도로 전철역 안에서 곤봉과 방패로 시위대를 강경 진압했습니다. 28일 시위에서도 최루탄에 고무탄, 스펀지탄을 쏘며 중련판으로 가려는 시위대를 막았습니다. 그리고 홍콩 언론들은 경찰의 향후 시위 진압에 물대포 차량이 사용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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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지난 6월 홍콩 행정 수반 캐리 람 장관이 문제의 '범죄인 인도 법안'의 무기한 연기를 선언한 이후 경찰이 물리력 사용을 가능한 자제하려 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입니다. 시위가 과격해지는 만큼 어쩔 수 없다는 주장도 있겠지만, 그제 홍콩 경찰은 시위 현장에서 체포된 44명에 대해 처음으로 '폭동'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기로 했습니다. 폭동 혐의가 적용될 경우 최고 10년 징역형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시위대의 더 강한 반발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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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 시위는 미국 작품"...미국 배후설의 근거는?

홍콩 판공실은 특히 기자회견에서 "홍콩은 중국의 홍콩이다. 홍콩의 일은 중국의 내정이다. 어떠한 외부 간섭도 용인할 수 없다. 일부 서방 정치가들은 홍콩에 대해 멋대로 말하며, 일부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홍콩 사태에 외부 세력이 개입하고 있다'는 중국 중앙정부의 주장은 6월 9일 100만 홍콩 시민들의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 이후 구체화 됐습니다. 다음날 중국 외교부 브리핑에서 겅솽 대변인은 "어떤 외부 세력도 홍콩의 입법 활동에 간섭해 잘못된 언행을 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외부 세력이 어느 나라를 칭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동안 법안 개정 문제를 놓고 일부 국가가 무책임한 발언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100만 시위 전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범죄인 인도 법안이 홍콩의 법치를 위협한다고 우려를 표명했던 만큼, 미국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이후 시위가 이어지면서 환구시보 등 중국 관변 언론들은 미국이 홍콩 시위에 개입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고, 중국 외교부도 미국을 거론하며 비난했습니다. 지난달 23일 외교부는 "미국이 홍콩에 뻗은 검은 손을 조속히 거둬들일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고 그제(30일)는 "폼페이오 장관은 아직 CIA 책임자인 줄 아는지 모르겠는데, 홍콩 시위는 미국의 작품이라는 것을 모두 안다. 불장난을 그만두라"며 비난 수위를 더 끌어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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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중국 외교부는 작심한 듯 사례를 나열했습니다. "지난 3월 펜스 부통령이 미국에서 홍콩의 반대파 인사들을 만났다. 5월 폼페이오 장관이 홍콩 반대파 인사들을 만나 홍콩의 일을 논의했다. 6월에는 펠로시 하원의장이 홍콩 시위를 아름다운 광경이라고 했고, 일부 국회의원은 홍콩 인권과 민주 법안을 들고 나왔다. 7월에는 펜스, 폼페이오, 볼턴 등이 반대파 인사를 만났다. 또 시위 화면을 보면 시위대에 미국인의 얼굴이 보이고, 심지어 미국 국기도 등장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주 환구시보는 <홍콩에 현대판 매국노 출현>이라는 사설을 통해 반대파 인사들을 공격했습니다. 사설은 리즈잉과 리주밍을 서방 세력에 협조하는 매국노라고 지목했습니다. 리주밍은 홍콩 야당인 민주당의 설립자이자 초대 주석입니다. 사설은 "지난 5월 리주밍이 폼페이오 장관과 펠로시 하원의장을 만나 홍콩 질서를 타격하는 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며, "열기에 빌붙어 정치적 이득을 획득하려는 매국노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습니다. 홍콩 내 반정부 성향의 신문인 핑궈일보(Apple Daily) 그룹의 창업자인 리즈잉에 대해서는 "홍콩 반대파의 '가장 큰 물주'가 리즈잉인데 돈이 어디서 나왔는지 의혹이 많다. 특히 한 달 여 전 홍콩 정세가 어수선한 데도 그의 회사 주식이 폭등하면서 의혹은 절정에 이르렀다"고 적었습니다.

중국의 부상을 강력하게 견제하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의도를 가지고 홍콩 사태에 개입하고 있는지, 우려 표명이 아닌 실제로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시위가 이어지고 격화될수록 미국에 대한 비난 또한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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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중앙정부의 직접 경고에도 홍콩의 시위는 계속될 전망입니다. 이번 주말과 다음 주 월요일에도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시위의 목표도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에서 반(反)홍콩 정부, 선거제도 개편, 백색테러 규탄, 반(反)중국화 등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선례를 남기지 않기를 원하는, 지도부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기를 원하는 중국 정부는 강경 대응 받침을 내세우며 시위대의 요구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인민해방군 투입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다만, 이는 홍콩 시민뿐 아니라 국제적 반발로 중국 정부가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홍콩 사태가 장기화될 수 밖에 없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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