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돌 수입 대법원 판결…여성에 대한 극단적 성적 대상화 우려
![]() |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 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리얼돌(사람 신체와 비슷한 모양의 성기구)의 수입을 보류한 처분을 취소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지 한 달, 일부 리얼돌 판매 업체에서 주문 제작을 받고 있어 파문이 확산하고 있다.
당초 성인용품 업계에서는 해당 판결을 반기는 반면, 여성계에서는 여성에 대한 극단적 성적 대상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한 바 있어 리얼돌을 둘러싼 논란은 예상된 바 있다.
한 리얼돌 업체에서는 구매자의 주문 내용을 받아 리얼돌을 제작한다. 일종의 맞춤형 제작이다.
문제는 구매자의 주문이 주변 여성 등 지인이거나 여성 연예인이라는 데 있다. 여성계가 우려한 바 있는 여성에 대한 극단적 대상화가 현실화 된 셈이다.
리얼돌 제작 업체는 맞춤형 제작이 가능하다면서 구매자가 원하는 특별한 리얼돌로 제작이 가능하다고 홍보하고 있다.
내가 허락하지 않아도 누군가 내 사진이나 영상을 확보해 리얼돌 업체에 주문 제작을 맡기면 나와 비슷한 체형의 리얼돌이 제작, 누군가의 성적 대상으로 쓰이는 셈이다.
리얼돌 업체가 구매자의 이런 요청사항으로 리얼돌을 제작하고 받는 비용은 300만원 안팎이다. 자세한 주문 사항은 고객센터로 문의해달라고 안내한다.
얼굴은 물론 가슴과 신체 주요 부위 모양까지 주문자가 원하는 그대로 만들 수 있다.
![]() |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가 극단적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0대 직장인 여성 A 씨는 당장 불쾌감을 드러냈다. A 씨는 "지금도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프로필 사진을 도용하고 합성해 각종 지인능욕 범죄가 일어나고 있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이제는 아예 대놓고 지인을 인형으로 만들어 성적 욕망을 해소한다고 하니 너무 끔찍하다"고 토로했다.
30대 직장인 여성 B 씨는 "내가 모르는 사이 누군가 성적 대상화로 소비되고 있을 생각을 하니 분통이 터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만일 누군가 성적 욕망 대상으로 리얼돌 제작 허락을 구한다면 어느 누가 좋다고 할지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 |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
주문형 리얼돌 제작 파문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리얼돌 판매 금지 청원이 올라왔다.
지난 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등장했다.
청원인은 "대법원은 리얼돌이 인간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훼손?왜곡하지 않는다면 수입을 허용했다"면서 "리얼돌이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인간이 아니라 남자의 존엄성을 훼손하지 않은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리얼돌이 남성의 모습을 본떴으면 과연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 것이 아니라고 할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성의 얼굴과 신체를 가졌지만 움직임이 없어 성적으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실제 여성들을 같은 인간으로 볼 수 있겠느냐"며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하라"고 촉구했다.
해당 청원은 29일 기준 11만8,411명이 동의했다.
![]() |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앞서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A 사가 인천세관을 상대로 낸 리얼돌 수입통관보류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 판결을 받아들여 확정했다고 지난달 27일 밝혔다.
A 사는 일본 업체로부터 리얼돌을 수입하면서 지난 2017년 5월 인천세관에 수입신고를 했다. 하지만 세관은 같은해 7월 리얼돌이 '풍속을 해치는 물품'에 해당한다며 수입통관을 보류하는 처분을 내렸다.
이에 A 사는 수입을 허가해 달라는 소송을 냈고 이것이 받아들여졌다. 1심 법원에선 세관의 손을 들어줬으나 2심 법원에서 판결을 뒤집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1심 법원은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거나 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으로 사람의 특정한 성적 부위 등을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했지만 2심 법원은 이를 뒤집었다.
![]() |
러시아 글로벌 보도 전문 채널 RT가 지난해 방영한 다큐멘터리 '대체물(Substitutes)'.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없음. |
2심 법원은 리얼돌에 대해 "전체적으로 관찰할 때 그 모습이 상당히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준다"고 인정하면서도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거나 왜곡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인 방법에 따라 성적 부위나 행위를 적나라하게 표현 또는 묘사한 것이라 볼 수 없다"면서 A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어 "성기구는 사용자의 성적 욕구 충족에 은밀하게 이용되는 도구에 불과하고 우리나라 법률도 성기구 전반에 관해 일반적인 법적 규율을 하고 있지 않다"며 "나아가 이는 개인의 사적이고 은밀한 영역에 대한 국가의 개입은 최소화돼야 한다는 인식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법원 역시 인천세관의 상고 이유가 이유 없다면서 원심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여 확정했다.
문제가 된 리얼돌은 159cm, 무게 35kg으로 머리 부분을 제외한 성인 여성의 신체와 비슷한 형태와 크기로 만들어졌다. 리얼돌 재질은 사람 피부와 비슷한 색깔의 실리콘으로 가슴 부분이 여성의 가슴과 같은 모양과 색으로 돼 있다. 여성의 신체 중요 부위 역시 마찬가지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 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http://static.news.zumst.com/images/23/2019/07/29/3718a77c885b469bbab39b814e9829dc.png)
![[이미지출처=연합뉴스]](http://static.news.zumst.com/images/23/2019/07/29/8605a965376341efb7f5c9ab2d7e46ea.png)

![[이미지출처=연합뉴스]](http://static.news.zumst.com/images/23/2019/07/29/da19407012df433b90d9cba7561792ab.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