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늦었지만 추경처리 '성과'…野, 안보상황 따질 '무대' 얻어
日수출규제 대응예산 등 추경심사·안보국회 현안질의 진통 예상
회동 결과 발표하는 여야 3당 원내대표 |
(서울=연합뉴스) 차지연 서혜림 이은정 기자 = 여야가 29일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와 안보국회 가동이라는 '빅딜'을 전격적으로 성사시켰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자유한국당 나경원·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50분가량 회동한 끝에 당장 30일부터 관련 상임위원회를 '풀가동'해 안보국회를 열고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추경 심사를 재개하기로 했다.
다음달 1일에는 본회의를 열고 추경안, 일본의 경제보복 철회 요구 결의안, 러시아·일본의 영토주권 침해를 규탄하고 중국에 유감의 뜻을 밝히는 결의안, 권익위원회·인권위원회 위원 임명안, 민생법안을 모두 처리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수출규제와 중·러 전투기 방공식별구역 진입 등 안보·경제 상황이 엄중한데도 국회가 아무런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시급한 추경 처리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여론을 여야 모두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여당으로서 국정 운영에 '무한 책임'이 있을 수 밖에 없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지난 4월 25일 제출된 미세먼지 등 재해·재난, 경기 대응을 위한 추경안을 역대 두 번째로 긴 95일 동안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한 압박감이 상당했다고 볼 수 있다.
제1야당 한국당 역시 당리당략에 사로잡혀 안보·경제위기를 심화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비등하고 지지율도 하락세를 보이자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막판까지 여야의 신경전은 치열했다. 정경두 국방장관 해임건의안 처리를 고리로 추경 처리를 지연시켰던 보수야당이 해임건의안 처리를 사실상 포기하며 안보국회 소집을 먼저 제안했지만 민주당은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했다. 이에 따라 회담 직전까지도 7월 국회 전망을 쉽게 예단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안보 문제를 제대로 다룰 수 있다면 추경 처리에도 협조하겠다는 야당의 전향적 입장 변화에 민주당이 마지막 신뢰를 던지며 여야의 '빅딜'이 극적으로 성사됐다.
합의문에 딱 사흘 뒤 본회의를 열어 추경을 처리하기로 못박은 게 불신을 거둬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닫힌 문 너머에 보이는 국회 |
민주당으로서는 이번 합의를 통해 시급한 추경 처리의 길을 튼 것이 최대 성과다. 시기는 늦었지만, 최소한 '사상 초유의 추경 무산' 사태는 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조금 늦었지만 추경안이 조속히 처리될 수 있는 길이 열려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신 민주당은 운영·국방·외교통일·정보위원회를 통한 안보 상황 현안질의 요구 수락으로 정부·여당이 '난타' 당할 무대를 야당에 허용해주게 됐다.
반대로 한국당은 상임위를 통해 정부 유관부처와 청와대 안보실 관계자를 불러 외교·안보 문제 전반을 따질 '공격권'을 얻었다. 추경 처리 협조를 통해 제1야당으로서의 책임감있는 태도도 보여줬다.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운영위를 통해 청와대발(發) 안보 상황의 엄중함을 제대로 따지고 짚겠다. 국민 여러분이 우려하는 부분을 전달하고 청와대·정부가 이런 부분에 대응할 수 있도록 야당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동안 요구해 온 정경두 국방부 장관 해임건의안과 북한 목선 등 안보관련 국정조사 카드는 사실상 내려놨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국방장관 해임과 국정조사는 한국당이 물러난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렇게 봐야 하지 않나"라고 답했고, 나경원 원내대표도 "일단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연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야가 진통 끝에 합의를 이뤘지만, 여전히 험로가 예상된다. 우선 추경 심사 과정에서 여야의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민주당은 미세먼지 등 재해재난과 경기 대응을 위한 추경 원안 처리는 물론이고 일본 수출규제 대응 예산 증액까지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추경이 내용상 매우 부실하고 실질적으로 빚을 내서 하는 추경이기에 선뜻 해주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국회의 고유 심사권으로 철저히 꼼꼼하게 따지겠다"며 '칼질'을 예고했다.
본회의가 예정된 8월 1일까지는 사흘밖에 남지 않은 만큼, 심사 과정에서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우 처리가 불발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상임위를 중심으로 한 안보국회 과정에서도 여야가 '진흙탕 싸움'을 벌이면서 각종 논란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당이 요구했으나 이번 합의문에 포함되지 않은 양승동 KBS 사장 청문회 등도 향후 7월 임시국회를 삐걱거리게 만드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팽팽한 신경전? |
charg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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