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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연재] OSEN '오!쎈 테마'

장기화 조짐 한일분쟁, 내년 스프링캠프는 미국으로?[오!쎈 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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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오키나와(일본), 민경훈 기자] 일본 오키나와 온나 아카마 볼 파크에서 진행된 삼성라이온즈의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훈련에서 삼성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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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길준영 기자] 우리나라와 일본의 무역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KBO리그 구단들도 스프링캠프 장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마무리캠프와 스프링캠프는 시즌을 준비하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마무리 캠프를 통해 유망주들은 1년 동안 얻은 것을 점검하고 경험을 쌓는다. 스프링캠프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 컨디션을 끌어올려 시즌을 치를 수 있는 몸은 만드는 과정이다.

KBO리그에서 마무리캠프와 스프링캠프 장소로 가장 인기있는 곳이 일본이다. 지리적으로 멀지 않고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으며 한국과 일본 팀들이 몰려 있기 때문에 연습상대를 구하기도 쉽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팀들이 1차 캠프는 일본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소화하더라도 실전감각을 끌어올려야 되는 2차 캠프는 일본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각광받는 곳이 바로 오키나와로 매년 한국과 일본 구단들이 모여 연습경기를 치르면서 ‘오키나와 리그’라는 별칭까지 생겼다. 올해는 키움 히어로즈, NC 다이노스, KT 위즈를 제외한 7개 팀이 일본 오키나와와 미야자키에서 스프링캠프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내년에는 오키나와에서 KBO리그 팀들을 보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최근 한일관계가 악화되면서 KBO리그 구단들이 일본으로 스프링캠프를 떠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우리나라에 수출규제 조치를 취하면서 한일관계는 급속도로 악화됐다.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반발로 우리나라에서는 일본 불매 운동이 거세다. 일본 여행 역시 보이콧 대상이다. 최근에는 일본 여행을 갔다온 몇몇 유명인들이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으로 스프링캠프를 떠나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일본을 대체 할 수 있는 후보지도 마땅치 않다. 일본을 제외하고 아시아권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할 수 있는 나라는 대만, 중국, 필리핀 정도다. 기후는 오히려 일본보다 여건이 좋을 수 있지만 문제는 인프라다. 2군 캠프를 소화하는 것은 몰라도 1군 캠프를 치를 정도의 시설은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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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오키나와(일본), 박재만 기자] KIA 타이거즈가 오키나와 킨 야구장에서 스프링캠프 훈련을 가졌다.선수들이 훈련에 임하고 있다. /pjmpp@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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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일본이 아니라면 선택지는 미국밖에 남지 않는다. 미국 메이저리그는 애리조나와 플로리다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한다. 당연히 인프라도 메이저리그 수준으로 잘 갖춰져 있다.

이미 몇몇 구단들은 미국에서 스프링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키움, NC, KT가 애리조나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렀고 SK 와이번스는 플로리다에서 1차 캠프를 진행했다.

하지만 태평양을 건너야하는 지리적인 거리와 그에 따르는 비용 상승, 캠프 시설 사용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모든 구단이 미국으로 떠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떨어진다. 한 관계자는 “일본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를 경우 한 곳에서 1·2차 캠프를 모두 소화하면 약 8~9억 원 정도 소요된다. 장소를 옮긴다면 10억 원 정도다. 미국으로 갈 경우에는 10억 원을 넘어선다”고 전했다.

비용은 차치하더라도 훈련 시설을 이용할 수 있을지조차 장담하기 어렵다. 애리조나와 플로리다에는 각각 15개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모인다. 우선순위는 당연히 메이저리그 구단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아무리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도 KBO리그 팀들은 메이저리그 팀들에 밀려 시설을 제대로 사용을 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대부분의 팀들은 일단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안을 물색중이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KIA 타이거즈는 “일단 마무리 캠프는 현행대로 일본 오키나와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스프링캠프는 변경 가능성이 있다. 일본 뿐만 아니라 미국도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단순히 최근 한일관계 때문에 캠프지를 변경하는 것은 아니다. 킨 구장의 1순위 이용자인 라쿠텐 골든이글스가 이용 기간을 늘리면서 올해 훈련에 어려움이 있었다. 다만 최종 결정 과정에서 현재의 분위기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도 스프링캠프 장소 변경을 고민하고 있다. LG는 “아직 공식적으로 의사결정 단계에 들어간 것은 아니다. 하지만 관계자들 사이에서 ‘스프링캠프 장소를 바꿔야되지 않을까’ 정도의 이야기는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 역시 “현실적인 대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산 베어스, SK 와이번스, 삼성 라이온즈 등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SK는 “아직 결정 된 것은 없다. 다른 지역을 알아보고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일본 이상의 장소를 찾기 쉽지 않다. 대만과 괌 등을 알아봤지만 구장 여건이 좋지 않다. 현실적으로 대안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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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투산(미 애리조나주),이동해 기자] KT위즈 선수들이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훈련하고 있다. eastse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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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의 시나리오는 한일 관계가 정상화 되는 것이다.

한 해설위원은 "대규모의 인원이 캠프 때 한 달 남짓 체류하게 된다. 숙소를 비롯해 야구장, 이동 수단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아주 많다.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양국의 악화 분위기가 지속할 경우 상당히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사태가 호전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일관계가 갑자기 좋아질 가능성은 낮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단순히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라 국내외 정치 상황과도 연결돼있기 때문이다. 자민당을 필두로한 일본 여권은 지난 21일 열린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 발의선을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과반을 넘기면서 한국에 대한 강경정책의 동력을 유지했다. 당분간은 수출규제 조치 등 한국을 압박하는 강경정책이 계속될 전망이다.

KBO리그 팀들 입장에서는 진퇴양난이다. 현실적으로는 일본이 최고의 선택지지만 후폭풍을 감당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한 야구인은 "일본에서 먼저 캠프 계약을 파기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 국내 구단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게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한일 양국의 갈등이 계속된다면 일본에 캠프를 차리는 것은 조심스럽다. 비난을 받을 게 뻔하다"고 내다봤다.

국제적으로 스포츠와 정치를 분리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수 많은 한일전 명승부가 증명하듯이 국가간의 감정을 스포츠와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구단들은 내년 봄 과연 어떤 선택을 내릴까. /fpdlsl72556@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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