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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북중러 릴레이 도발 ‘동북아 흔들기’… 회담 약속도 못잡은 한미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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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미사일 도발]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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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러시아가 23일 동해에서 군용기 도발을 감행한 지 48시간도 지나지 않은 25일 새벽 북한이 새로운 종류의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북-중-러 릴레이 도발에 ‘한미일’ 3각 안보 공조 체제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이 3각 공조 체제가 극심한 한일 갈등과 미국의 동맹국에 대한 예전 같지 않은 관심으로 삐걱대고 있다. 이는 동북아시아 안보 지형의 혼란 가중으로 귀결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 美 볼턴 방한 전후로, 한반도 주변 흔든 북중러

북-중-러는 계획이라도 한 듯 이번 주 ‘연쇄 도발’에 나서며 한반도 주변 지역의 긴장 수위를 끌어올렸다. 23일엔 중국과 러시아가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서 첫 합동 비행을 벌였고, 러시아 군용기는 독도 영공을 침범했다. 북한은 중-러 군용기가 도발을 감행한 날 신형 잠수함을 공개한 데 이어 이틀 후인 25일엔 함경남도 호도반도 지역에서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잠잠하던 한반도 안보 지형이 불과 이틀 사이에 크게 흔들린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 같은 북-중-러 도발이 미국의 고위급 외교·안보 당국자들이 한국과 일본을 오가던 시기와 맞물렸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가 18일 1박 2일의 한국 방문 일정을 마치고 닷새 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한국 방문 기간 도중인 23일 중-러 군용기 도발이 벌어졌고, 25일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뒤따랐다.

미 측 고위 당국자들의 한국과 일본 방문에 맞춰 북-중-러가 행동에 나선 것은 기본적으로 미 당국자들이 이 지역 순방을 올 때마다 강조하는 ‘인도태평양 전략’의 견제 차원이라고 보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지역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을 견제하고, 북한은 견제에 나서는 중-러를 활용해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협상 국면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의도를 품고 있는 것이다.

한일 간 극심한 갈등과 예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멀어진 미국의 동맹국에 대한 관심이 북-중-러가 도발을 감행할 ‘틈새’를 만들어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일 갈등으로 인해 한미일 3각 공조의 핵심 축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가 거론되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3자 관계보다는 양자 관계에 치중하면서 한미일 공조 체제가 약점을 노출했다는 것이다.

한일 갈등이 장기화되고 다자 체제를 꺼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가 수정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북-중-러가 틈을 노리고 도발을 이어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위성락 전 주러시아 대사는 “북한에 대한 일정한 압박이 필요할 수도 있는 현재 상황에서 한미일 공조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것은 좋지 않은 흐름”이라고 했다.

○ ARF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도 ‘미정’

다음 달 2일 태국 방콕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한미일 외교장관이 같은 테이블에 앉아 북-중-러 도발을 논의하고 공동 메시지를 발신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개회가 불과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한미일 3자와 한일 외교장관 회담 일정이 모두 ‘추진 중’ 상태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25일 외교 당국자는 “ARF에서 8개 내외의 (회원국과의) 양자 회담이 추진되거나 검토되고 있다”면서도 “(한미일이나 한일 외교장관 회담은) 정해진 바가 없고 조율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한국 정부의 냉정한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한국은 (안보를 위해) 동맹과 파트너가 필요하다”며 “한국은 동맹인 미국과는 물론이고, 일본과도 긍정적인 안보 관계를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결과적으로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재부각시켜 공조를 촉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외교 당국자는 “상황이 복합적이지만 (북-중-러 도발이 한미일 공조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25일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북핵수석대표와 북한 미사일 도발과 관련해 전화로 협의를 진행했다. 한미일 공조 체제 유지의 필요성을 3국이 모두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기재 기자 reco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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