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64건 → 2018년 5925건 / ‘5회 이상’ 31%… 재범률도 상승세 / 시설관리자 신고 의무화 법안 발의
서울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프랑스인 마틸다(34·여)는 “한국 숙박업소나 공중화장실을 이용하기 전엔 불법촬영 카메라가 있는지부터 반드시 살펴야 한다는 당부를 여러 번 받았다”며 불안해했다. 모텔 객실에 설치된 인터넷 카메라에 의해 투숙객 1600여명의 모습이 성인사이트에 적나라하게 생중계되는 등 한국의 ‘몰래카메라 범죄’들이 해외 유명매체에 의해 앞다퉈 보도되면서 ‘몰카’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두려움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전국적으로 일명 ‘몰카포비아’가 급격히 확산하고 있지만 관련 법률 공백으로 인해 불법촬영 혐의로 검거되는 수와 재범률은 나날이 상승세다.
이에 24일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은 목욕탕, 화장실, 숙박업소를 비롯한 각종 시설관리자도 해당 시설 내부에 몰카가 설치되었는지를 수시로 점검하고 몰카 발견 시 관할 경찰관서에 즉시 신고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25일 대표 발의한다고 밝혔다. 시설관리자의 책임성을 높여 범죄를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법안에 따르면 시설관리자가 몰카를 관할 경찰서에 신고하지 않았거나 불법촬영으로 인해 피해자가 발생한 경우에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경찰청이 신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7년 564건에 불과했던 ‘카메라 등 이용 촬영범죄’ 건수는 2018년 말 기준 5925건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전체 범죄에서 불법촬영 관련 범죄가 차지하는 비중은 3.9%에서 20% 수준으로 급증했다. 재범률도 꾸준히 상승해 지난해 검거된 5498명 중 458명은 같은 범죄를 두 번 이상 저질렀다.
최근 법무법인 지엘 김현아 변호사가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 판결문 1866건을 분석해 발표한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 처벌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범죄를 한 번 저지른 비율이 46.2%로 가장 높았지만 5회 이상 저지른 비율이 31.2%나 되는 등 상습범의 비율이 높았다. 김 변호사는 “이 중에는 한 사람이 각기 다른 피해자 99명을 대상으로 1278회 범행을 저지른 사례도 있고, 또 다른 사람은 피해자 696명을 대상으로 696회 범행을 저지른 사례도 있다”며 “다른 성폭행 범죄와 달리 가해자 중 엘리트 사무직 비율이 유독 높은 것도 특이점”이라고 밝혔다.
신 의원은 “서울시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불법촬영의 불안감이 가장 큰 장소로 숙박업소(43.2%), 공중화장실(36.3%) 등이 꼽힌다”며 “다중이용시설에서 몰카범죄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라윤·안병수 기자 ry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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