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인근 비행하자 日 영유권 주장하며 한국 비난…"중·러가 의도한 것"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겨냥한 명백한 대미 메시지"
"앞으로도 이런 도발 계속될 것…더 큰 갈등 막기 위한 정부 노력 중요"
미국이 한미일 군사동맹에서 시작해 인도태평양전략으로 지역적 범위를 확장하며 중국과 러시아 등에 대한 견제에 나서는 것에 대한 대응의 의도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대다수 국제정치 및 지역 전문가들은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의 KADIZ 침범을 한미일 군사협력을 중심으로 동북아 안보태세를 공고히 하려는 미국을 견제하려는 시도라는 일치된 평가를 한다.
특히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일관계가 악화한 가운데 한미일 3각 동맹의 가장 약한 고리인 한일관계의 균열을 노렸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24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미국이 추구하는 한미일 지역 안보 협력체제에서 지금처럼 한일 갈등이 커진다면 어떤 반응과 대응이 있을지 실험하기 위해 중러와 맞닿은 최일선인 KADIZ를 침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중국은 미국이 한국, 일본과 지역 안보 협력체제를 강화하는 것에 상당한 전략적 압박을 느껴왔는데 만약 중러가 이에 전략적으로 협력하는 차원에서 KADIZ를 침범한 것이라면 향후 매우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명백하게 미국을 향한 메시지"라며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을 중심으로 동북아에서 중국을 포위하고 세력을 공고히 하려는 전략에 맞서기 위해 중러가 협력을 강화하면서 공동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위성락 전 주(駐)러시아 대사는 "한미, 미일 동맹의 운용과 관련된 군사훈련으로 보인다"면서 "정찰기를 동반해서 폭격기가 움직인 건데 정보수집과 함께 유사시에 공조, 대응하는 방안을 연습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중러 군용기가 한일관계에 있어서 가장 민감한 지역인 독도 인근에서 비행한 점에 주목했다.
김동엽 교수는 "특히 최근 한일관계가 악화한 상황에서 어제 중러가 독도를 치고 가니까 한일이 벌써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며 "일본이 중국과 러시아를 비난하는 게 아니라 한국에 항의했는데 이는 중러가 의도한 대로다"라고 말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한국 군용기가 경고 사격을 한 것에 대해 '다케시마의 영유권에 관한 우리나라(일본)의 입장에 비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으며 극히 유감이다'고 한국에 강하게 항의하고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김한권 교수는 "중국 입장에서 지금 한일간 갈등이 고조되는 현 상황이 그렇게 싫지는 않을 것"이라며 "KADIZ 침범은 한일관계가 지금처럼 나쁠 때 한일이 과연 어떻게 대응할지 살펴보는 시금석 같은 시도"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중러가 미국에 대항해 군사협력을 강화해온 점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이런 도발이 계속될 수 있으며 이번 침범이 더 큰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정부가 관리를 엄중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위 전 대사는 "중러가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추세는 그동안 현저했다"며 "초계비행을 함께한 것은 처음이지만 해군과 육군 등 다른 영역에서는 합동훈련 등 협력을 많이 강화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공침범이 있으니까 정부 대응은 불가피한데 너무 많은 주변국과 동시에 대결적 관계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한권 교수는 "러시아의 전략적 무게 중심이 중국과 전략적 협력보다 동북아 주변국과 경제협력으로 이동하도록 유도하는 외교적 노력이 필요하다"며 "중국에 대해서는 한일 갈등을 완화한 이후에 KADIZ와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 침범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한 러시아·중국 군용기 |
bluekey@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