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관계인 외 접촉 가능…외출·여행도 법원 허가 전제로 가능
재판 필요에 따른 '강제 보석' 취지 해석…양승태, 변호인 설득 끝 수용
보석으로 풀려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법원이 22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직권으로 풀어주면서도 여러 가지 보석 조건을 둔 것은 '증거인멸'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구속 만기로 '자유의 몸'이 되기 전에 각종 조건을 붙인 보석을 허가함으로써 실체 규명을 방해할 우려가 있는 행동을 사전에 차단한 셈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는 이날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해 직권 보석 결정을 내리며 다양한 조건을 붙였다.
우선 주거지를 현재 사는 경기도 성남의 자택으로 제한했다. 주거지를 변경할 필요가 있을 경우엔 미리 법원 허가를 받도록 했다.
법원이 주거지보다 중점을 둔 보석 조건은 사건 관계인 접촉이다.
재판부는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또는 제삼자를 통해서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의 재판에 필요한 사실을 알고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이나 그 친족을 만나거나 어떤 식으로든 연락해선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재판 절차가 이제 겨우 증인신문에 접어든 상황에서 전직 사법부 수장인 양 전 대법원장이 사건 관계인들과 접촉할 경우 증인들의 진술이 '오염'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다만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보석 조건은 앞서 재판 중 석방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보다 다소 완화됐다.
이 전 대통령은 집 밖 외출이 아예 제한됐고, 배우자와 직계 혈족 및 그 배우자, 변호인 외에는 누구도 자택에서 접견하거나 통신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또 매주 한 차례 재판부에 일주일간 시간별 활동 내역 등 보석 조건 준수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 전 대통령이 사실상 '가택 구금' 수준이라면 양 전 대법원장은 집 밖 외출이 자유이고, 법원 허가를 받으면 3일 이상 여행하거나 출국도 가능하다. '댓글 조작' 사건으로 법정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석방된 김경수 경남지사의 보석 조건과 유사하다.
보증금도 이 전 대통령은 10억원, 양 전 대법원장은 3억원으로 차이가 난다.
법원이 양 전 대법원장에게 다소 완화한 보석 조건을 붙인 건 당사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재판상 필요에 따라 석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도 지난 재판에서 "설령 보석하더라도 '구속 취소'에 비해 특별히 불이익하지 않은 방향으로 석방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법원의 '사건 관계인 접촉 금지' 조건에 대해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애매모호하다'며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변호인들의 설득 끝에 법원의 조건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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