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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고유정 전 남편 살해 사건

경찰청 진상조사팀 "고유정 사건, 현장 보존·압수수색 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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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션업주 반발에 현장보존 미흡…압수수색 당시 졸피뎀 약봉지 못 찾아

"신고 초기 실종자 수색 주력"…CCTV 미확보는 '문제 없음' 판단

연합뉴스

전 남편 살해 고유정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전 남편을 살해·유기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 사건의 '부실 수사' 논란과 관련해 현장 보존과 압수수색 등 수사 과정에서 미흡한 점이 있었다는 경찰 자체 조사 결과가 나왔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 진상조사팀은 최근 수사국에 이런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상조사팀은 부실 수사 논란이 불거지자 이달 2일부터 제주에서 제주동부경찰서 형사과와 여성청소년과, 감식과를 담당한 경찰을 상대로 사실관계 확인 작업을 했다.

진상조사팀은 우선 현장 보존이 미흡했다고 판단했다.

고유정은 5월 25일 제주시 조천읍 한 펜션에서 전 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하지만 경찰은 펜션 범행 현장을 제대로 보존하지 못했다. 현장에는 폴리스라인도 설치하지 않았고 펜션 주인은 경찰의 동의를 구해 범행 현장 내부를 청소했다.

이를 두고 내부 정밀 감식과 혈흔 검사를 마친 상황이긴 하지만 결정적 증거가 남아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현장 보존이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청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방 청소로 인해 증거가 사라졌다거나 수사에 차질을 빚은 점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도 "하지만 사건 해결의 중요한 단서가 남아있을 수 있는 범행 현장을 제대로 보존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펜션 주인이 영업 차질로 손해를 보고 있다고 강력하게 반발하는 상황에서 경찰 활동이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장 보존과 관련한 규정이 모호하고 업주의 반발을 무릅쓰고 현장 보존을 강제할 수단도 마땅치 않은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연합뉴스

경찰이 고유정이 제주서 버린 물체를 수색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진상조사팀은 고유정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할 당시 졸피뎀 관련 증거물을 확보하지 못한 경위도 조사했다.

수사팀은 지난달 1일 고유정을 긴급체포할 당시 주거지 압수수색을 벌여 혈흔이 묻은 칼 등 범행 도구를 확보했다. 하지만 졸피뎀 약봉지는 찾지 못했다.

졸피뎀 약봉지를 발견한 사람은 고유정의 현 남편이다. 그는 고유정의 파우치(작은 주머니)에서 졸피뎀 약 성분이 적힌 약봉지를 확인하고 경찰에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수사팀은 이미 주요 범행도구를 발견하고 고유정의 자백까지 받아낸 상황에서 주거지를 샅샅이 수색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또 법원이 발주한 영장에는 압수수색 대상의 범위가 극도로 제한돼있어 증거물 확보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전후 사정이 어떻든 간에 계획적 살인의 결정적 증거인 졸피뎀 약봉지를 확보하지 못한 데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 진상조사팀의 판단이다.

다만 범행 현장 인근 폐쇄회로(CC) TV 미확보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진상조사팀은 판단했다.

경찰은 전 남편 강씨가 실종됐다는 신고가 이뤄진 5월 27일 사건 현장을 찾았지만, 인근에 설치된 CCTV 위치만을 확인했을 뿐 즉각 CCTV 내용을 확인하지 못했다.

경찰이 마을 어귀 방범용 CCTV를 확보해 분석하기 시작한 것은 신고 이튿날인 5월 28일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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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로 송치되는 고유정
[연합뉴스 자료사진]



해당 펜션을 드나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방범용 CCTV가 설치된 장소를 지나야만 하고 해당 CCTV 영상은 경찰서 상황실에서도 살펴볼 수 있어 경찰은 방범용 CCTV를 우선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고 3일째인 5월 29일에서야 경찰은 강씨 남동생의 요청으로 펜션 인근 CCTV를 살펴보고 여기서 고유정의 수상한 거동을 확인했다.

이에 경찰이 좀 더 일찍 CCTV를 확인했더라면 시신유기를 막을 수도 있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실종 신고 초기, 범죄에 대한 단서가 없는 상황에서 경찰이 실종자 수색에 주력한 것은 문제가 없다고 진상조사팀은 판단했다.

당시 제주 경찰은 강씨의 휴대전화가 마지막으로 꺼진 기지국 주변 일제 수색에 나섰고 이는 실종 수사의 기본절차라는 것이다.

수사국 관계자는 "펜션 인근 CCTV에서 수상한 점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수사가 빨라진 것은 맞다"라면서도 "하지만 실종사건 초기 범죄 단서가 없는 상황에서 CCTV 분석보다 실종자 수색에 주력한 점, 펜션 인근 CCTV가 아닌 방범용 CCTV를 우선 확인한 점을 문제 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진상조사팀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기능별로 의견을 수렴해 문제점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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