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특사·소주성 등 입장차만 확인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여야 5당 대표들과 회담 후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연합] |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지난 18일 16개월만에 가진 청와대 회동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경제 보복’으로 규정하며 초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공감대를 확인하는 성과가 나왔다. 하지만 합의문보다 낮은 수준을 공동발표문만 나왔고 구체적 해결방안에 대해 입장차만 확인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여야 대표들은 국회에서 대일 규탄 결의문을 채택하는 방안도 별다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원내 지도부 협의 사안으로 남겨뒀다. 문 대통령은 추가경정 예산을 10여차례 언급하며 조속한 국회 통과를 강력히 요구했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힘을 보탰으나, 황고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그것은 원내 소관”이라며 맞대응을 피하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당초 예고된 120분을 훌쩍 넘기며 180분간 이어진 회담에서 참석자들은 치열한 격론을 펼친것으로 알려졌다.
▶합의문 아닌 공동발표문…실질적 대책은 없다?=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는 이날 오후 4시부터 3시간 동안 마라톤 회동 끝에,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부당한 경제 보복이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일본 정부가 보복 조치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는 4개 항으로 이뤄진 공동 발표문을 채택했다. 또 범국가적으로 이번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정부와 5당이 함께하는 비상협력기구를 설치한다는데 합의했다.
‘전례없는 비상상황’이라는 이번 사태를 두고 올들어 대치상태를 이어온 여야의 주요 정당대표들이 초당파적인 대응 입장을 표명한 것은 이번 회담의 주요한 성과로 평가된다. 고민정 대변인은 이날 회동에 대해 “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가 함께 만난 자리에서 공동발표문까지 나올수 있었기 때문에, 조심스럽지만 굉장히 높은 점수를 줘도 되지 않을까 싶다”고 평가했다.
다만 합의문보다 낮은 수준의 공동발표문이 나온 것을 점은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국가의 정치지도자들이 모였다면 일본의 수출 보복에 대한 실질적 대책이 나왔어야 했는데, 결국은 말로 끝났다”며 “이성적 해결책 모색이 아쉬운 회동이었다”고 했다.
▶문 대통령 ‘추경’ 10차례 언급…황교안 난색=특히 문 대통령이 수출규제 사태 대책 논의와 함께 이날 회동의 ‘2대 과제’로 제시한 추경안의 경우 끝내 결론을 내지 못했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이나 여당은 추경안 통과를 강력히 요구했으나, 황 대표는 ‘원내 소관’이라며 난색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회담 직후 브리핑에서 “공동발표문에 핵심 소재·부품·장비산업 지원대책을 강구한다는 내용을 담으려 했는데, (한국당에서는) 예산이 따르는 문제며 추경을 강제한다는 취지로 따를 수 없다고 하더라”라며 “최종적으로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표현을 쓰게 됐다”고 전했다.
▶대일특사 이견…소주성 정책 등 입장차만 확인=일본 수출규제 사태를 타개하기 위한 한일정상회담 개최 및 대일특사 파견 필요성에 대해 문 대통령과 야당 대표들 간 이견도 노출됐다. 황 대표는 “조속히 한일정상회담을 추진해 양국 정상이 마주 앉으셔야 한다”며 “대일특사 등을 서둘러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대일) 특사나 고위급 회담 등이 해법이 된다면 언제든 가능하다”면서도 “하지만 무조건 보낸다고 되는 건 아니고 협상 끝에 해결 방법으로 논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강제징용 문제 해법과 관련해서도 입장차가 드러났다. 손 대표는 한국 정부가 먼저 기금을 조성해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급하고 이후 일본 측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안을 제안했고, 황 대표도 동의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양 정부 간 합의만으로 되는 게 아니며 피해자들의 수용 가능성과 국민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며 부정적인 인식을 피력했다.
아울러 이날 회동에서는 황 대표가 안보라인 문책 및 경질 요구를 요구했으나 이에 대한 의견접근도 이뤄지지 않았다.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 강행, 소득주도성장 정책 등에 관해서도 문 대통령과 야당간 입장차만 확인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문규 기자/mkkang@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