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1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북한 정세를 주제로 연 기자간담회에 소속 연구원들이 참석해 있다. 신은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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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협상에 미온적 반응을 보이는 와중에 8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군사연습 ‘19-2 동맹’ 취소와 실무협상 참여 여부를 연계한 이유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연구원)은 18일 “미국의 ‘새로운 계산법’에 대한 분석과 대응책 마련을 위한 시간 벌기 의도가 짙다”고 분석했다.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정세 분석 기자간담회에서다. ‘핵 동결’을 비핵화 입구로 설정하려는 듯한 미국 움직임을 분석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실무협상을 미룰 구실로 한미 연습을 끌어다 썼을 수 있다는 것이 연구원의 견해다. 연구원은 “북한 입장에선 하노이 충격(올해 2월 북미 2차 정상회담 결렬)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치밀하고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북한의 ‘협상 전략’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성기영 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북한 역시 훈련을 연기하거나 유예하지 못할 것을 잘 알 텐데 굳이 실무협상과 연계했다”며 “이는 미국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주기 위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19-2 동맹’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목표로 한국군 주도로 실시되는 연합위기관리연습(CPX)으로, 북한이 극도로 민감해하는 대형 연합 훈련과는 규모ㆍ내용이 다르다. ‘19-2 동맹’은 ‘표면적 이유’일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얘기다.
북한이 16일 외무성 대변인을 통해 ‘19-2 동맹’을 들고 나오기 전에 중국과 교감했을 가능성도 거론됐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달 북한을 방문해 사실상 체제 보장을 약속했다. 이에 대한 대가로 중국이 달가워하지 않는 한미 연합훈련 중단 요구를 북한이 대신 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용환 안보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의 거부감이 중국의 거부감이라면 상당히 구조적으로 접근할 문제”라고 말했다. 물론 한미 훈련에 대한 북한의 원론적 혹은 습관적 반대 메시지일 가능성도 있다.
‘19-2 동맹’이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해서 북한이 실무협상에 나오지 않을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아 보인다. 북한 스스로 연말을 미국과의 대화 시한으로 못박아둔 만큼, 그 전에 어떤 식으로든 결과물을 만들어내려고 할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이기동 연구원 부원장은 북한이 ‘우리는 미국의 차후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조미실무협상개최와 관련한 결심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열린 표현을 사용한 것을 “조건, 상황에 따라 입장이 변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실제 북한은 이미 협상팀 명단을 미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길 전 베트남 주재 북한 대사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의 카운터파트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미국이 비건 대표에게 어느 정도 힘을 실어주느냐에 따라 북측 대표가 최종 확정될 전망이다. 비건 대표가 최근 차관보에서 차관급으로 승진했다는 설이 있는데, 사실이라면 최근 외무성 부상에 임명된 것으로 알려진 리태성이 상대할 공산이 크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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