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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택시-모빌리티 업계

[기자수첩]발리에서 '택시 타다'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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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손꼽아 기다린 여름휴가 여행지는 '신들의 섬'으로 불리는 인도네시아 발리였다. 발리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스마트폰을 통해 동남아시아 자유여행의 필수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부상한 공유택시앱 '그랩(Grab)'과 최근 발리에서 가장 '힙한' 앱 '고젝(GOJEK)'을 다운 받았다. 지난해 프랑스 파리 출장 당시 이용했던 공유전동킥보드 이후 또 한번의 신세계였다. 택시를 호출하자마자 배차는 초고속으로 됐고 요금도 바로 확인할 수 있어 동남아 여행의 최대 걸림돌로 꼽히는 '바가지 택시요금'을 피할수 있었다. 고젝은 택시와 오토바이를 선택할 수 있는데다 렌터카와 맛집 배달서비스까지 가능했다. 공유택시 기사에 대한 평가와 그 이유를 적게 할 정도로 서비스 관리도 철저했다. 그랩과 고젝을 통해 발리의 청담동으로 불리는 세미냑과 꾸따비치, 짐바란 등 주요 관광지를 불편없이 오갔고 피곤한 날엔 고젝을 통해 배달음식을 시켜먹으며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문제는 '발리 힐링'의 대명사인 우붓 지역에서 발생했다. 예술마을로 유명한 우붓은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마지막 배경지다. 이번 여름휴가에서 가장 기대가 컸다. 고젝 택시가 우붓시내의 호텔까지 데려다줄 때까지 몰랐다. 우붓 안에서는 고젝과 그랩 등 공유택시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우붓 시내 곳곳에는 고젝과 그랩, 우버 등 온라인택시는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과 "우붓을 사랑한다면 현지택시를 이용해달라"는 문구가 적힌 포스터가 붙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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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에서 다소 떨어진 둘째 날 호텔까지 택시요금을 알아보기 위해 고젝을 켰다. 1만5000루피아(1200여원)를 확인한 뒤 호텔 앞 택시 기사와 흥정에 나섰다. "10만루피아(8400여원)." 무려 6배 이상을 올려 불렀다. 바가지도 이런 바가지는 없다. 흥정을 통해 8만 루피아(6400원)까지 깎아 택시를 탔지만 '호갱'이 됐다는 불쾌감은 쉽게 떨쳐지지 않았다. 이후 택시를 탈때마다 흥정을 하면서 힐링은 커녕 스트레스만 잔뜩 쌓였다. 어쩌다 고젝 택시가 응답을 할 때도 있었지만, 택시 기사들과 실랑이 끝에 승차가 무산됐다. 택시 기사들이 많은 시내 중심이 아닌 후미진 골목까지 걸어가야 탑승이 가능한적도 있었다.


17일 정부가 '타다' 등 플랫폼 택시 합법화를 골자로 '혁신성장 및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상생안)'을 내놨다. 타다 등 플랫폼 업체의 운송사업을 허가해주는 대신 기여금을 납부해 이 돈으로 기존 택시 면허를 매입하는 방안이다. 플랫폼 택시의 '제도권화'라는 그럴싸한 포장지를 썼지만 기존 택시의 기득권을 지켜주기 위해 사실상 공유택시의 진입장벽을 더 높인 것이다. 올 초 택시업계의 강력한 반대로 '카카오 카풀'이 중단된데 이어 공유경제라는 세계적인 흐름에서 우리나라만 뒷걸음치는 모양새다. 국내 택시는 미터요금제인 만큼 우붓처럼 터무니없는 요금 바가지를 씌울리 없다. 하지만 승차거부와 카카오택시 배차거부 등 부실한 서비스에 실망한 사례는 이미 차고넘친다.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 실망할까 우려스럽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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