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 회동이 2주일 가량 지난가운데 북미 실무협상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판문점=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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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김명길 베트남 대사, 美 스티븐 비건 대표 회동 가능성
[더팩트ㅣ박재우 기자] 판문점 남북미 정상의 회동이 2주일가량 지난 가운데, 북미 양 정상이 약속한 실무협상 기한이 다가오고 있다. 북미는 하노이 실패를 딛고 새로운 협상안 마련에 성공할 수 있을까.
이번 실무협상에서 북한 '핵 동결'과 미국의 '상응 조치'가 화두로 떠올랐다. 미국 측이 일괄타결에서 단계적 접근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 '유연한 접근'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 뒤 2~3 주내 실무협상이 재개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이번 주 안에는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다음 달 초 태국 방콕에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장관급회의가 예정돼 있어 그 전에 실무협상이 진전돼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리용호 외무상이 만나 협상을 마무리 지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 측 협상 대표로는 김명길 전 주베트남 대사가 임명됐고, 미국 측에서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나설 것으로 보인다. 회담 장소로는 판문점과 평양, 스웨덴이 거론되고 있다.
미국 측은 한미 간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진행하는 등 협상국면에 나섰지만, 북한은 다소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마도 지난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로 인해 향후 협상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북한 측 대미 실무협상으로 김명길 전 베트남 대사가 거론된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숙소 멜리아 호텔 앞에서 포착된 김 전 대사. /이원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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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도 대북정책 변화 움직임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 11일 독일 베를린에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만나 북핵 수석대표 협의 진행했다. 이 본부장은 지난 13일 귀국해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과 미국 사이에 계속 소통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 과정에서 의견이 좁혀지면 이뤄지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의 기본 입장은 이미 다 나와 있다"며 "기본적으로 협상 태도를 유연하게 가져가겠다고 했으니 그 과정에서 조직이 되지 않겠나 싶다"고 언급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15일 라디오 방송 '더 션 해니티 쇼'와의 인터뷰에서 "북미 양국이 협상 과정에서 좀 더 창의적이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양국의 협상 재개 일정에 대해 언급을 아끼면서도 "북한 사람들이 처음엔 없었던 발상들을 가지고, 협상 테이블로 나왔으면 좋겠다"며 "미국도 조금 더 창의적이기를 바란다"고 언급했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비관적이었던 민주당 내에서도 최근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민주당 로 카나 하원의원과 브래드 셔먼 하원의원이 공동 발의한 것으로 알려진 '2020년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 2020)' 수정안이 가결된 것이다. 이는 미국 연방 하원에서 한국전쟁의 공식 종식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제재와 압박이 아닌 외교적 해법이 강조된 안이다.
북한은 하노이 결렬로 인해 상당히 고민하는 모습이다.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 당시. /하노이(베트남)=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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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묵묵부답' 그리고 대남비판
북한은 아직 명확한 답을 하지 않고 있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도 1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덜레스 공항에서 "아직도 (북측에서) 답은 없는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평양을 회담 장소로 제안했다가 미국 측이 수용하지 않아 판문점으로 다시 장소를 변경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북한의 반응이 뜸한 이유로는 북핵 동결과 이에 대한 상응 조치를 두고 내부 조율 중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은 대외 선전매체를 통해 우리 정부에 대한 비판을 다시 시작했다.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는 15일 "민족의 이익보다 미국의 눈치부터 살피는 비굴한 사대근성 때문에 북과 남이 민족 앞에 한 약속이 지켜지지 못하고 북남관계는 또다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우리 정부에 대해 강하게 힐난했다.
우리민족끼리는 14일 "남조선 당국 내부에서는 조미관계 진전이 선순환되어야 한다, 조미 실무회담 추이를 고려해 북남 회담의 형식이나 의제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등의 가당치 않은 주장들이 나돌고 있다"며 "친미 사대적 근성의 발로로서 우리 민족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개척한다는 북남 선언들의 근본정신에 대한 노골적인 부정"이라고 비판했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북핵 동결'이 첫 협상 테이블에 올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업무 오찬을 마친 뒤 호텔 내부 정원을 산책하는 모습. / 싱가포르 통신정보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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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 동결'에 대한 상응 조치는?
판문점 정상 회동 직후에 미국 언론 뉴욕타임스(NYT)와 엑시오스(Axios)등이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북한 핵 동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북미 협상 간 '핵 동결(freeze)' 중재안으로 떠올랐다. 또한, 일부 국내 언론에서 미국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영변 핵시설의 전면 폐기와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동결에 동의하면 12~18개월간 석탄과 섬유 수출 제재를 유예하는 사실상의 제재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 동결'에 대한 미국 측 상응 조치로 개성공단 재개, 일부 제재 유예조치, 연락사무소 설치 등을 언급하고 있다. 마이클 모렐 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대행은 14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 동결에 대한 상응 조치로 개성공단 재개 등 제한적인 제재 완화가 가능하다"며 "워싱턴과 평양에 대표부 설치도 고려할 수 있지만 북한이 동결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되돌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북핵 동결이 종착점이 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드레이 란코브 국민대학교 교수도 16일 NK News에 기고한 기고문에서 "이번 협상의 성공은 빅딜 이 아닌 스몰딜 즉 부분적 동결과 일부 핵시설 해체를 대북제재 일부 완화와 맞바꾸는 것"이라며 "하지만, 미국 보수 강경론자, 민주당원들, 한국의 보수우파 등이 스몰딜을 반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국에서는 실무협상을 추진하며 조야에서 북핵 동결론이 계속 대두되고 있다"며 "당연히 현재의 모라토리움에서 동결로 진입하려면 북한은 필연적으로 모든 핵을 신고해야 하고 미국도 상응한 경제제재 부분 해제를 하는 행동 대 행동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 국무부에서 이 동결 안에 대해 일부는 시인하면서도 '핵 동결'은 완전한 비핵화의 입구라고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jaewoopar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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