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문고가 15일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자발적 지정취소를 신청했다.일러스트·김상민 화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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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역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인 경문고등학교가 자발적으로 일반고 전환을 신청했다. 자사고가 일반고 전환을 신청한 것은 올해 들어 이번이 네 번째다. 학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는 자사고들이 자발적으로 일반고 전환 신청을 하는 사례가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은 경문고가 15일 자사고 지정취소 신청서를 제출해 지정취소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경문고는 최근 몇 년간 학생 충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중도 이탈하는 학생들이 계속해서 늘어나면서 재정부담이 증가해 자사고 지정 목적 달성에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교육청은 설명했다.
동작구에 위치한 경문고는 2011년 자사고로 전환했으나, 전환 직후부터 신입생 모집에서 대규모 미달 사태가 벌어지는 등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다. 올해와 작년에도 모집정원보다 지원자가 적은 미달 사태는 여전했다. 올해와 작년 신입생 입학경쟁률(일반전형)이 0.83대 1(224명 선발에 186명 지원)과 0.88대 1(224명 선발에 198명 지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경문고에서 학업을 중단하거나 다른 학교로 전학간 학생은 93명으로, 서울 22개 자사고 가운데 유일하게 두 자릿수 중도이탈률(12.3%)을 기록했다.
이처럼 학생 모집부터 난항을 겪으면서 경문고는 2015년 자사고 재지정 평가(운영평가)에서 재지정 기준점에 미달하는 점수를 받으면서 장훈고·세화여고와 함께 재지정 취소 대상이 됐다. 이후 적극적인 개선의지를 보이면서 2년 동안의 취소 유예 처분을 받아 2017년에 간신히 재지정 평가를 통과한 상태였다. 내년에 두 번째 자사고 재지정 평가를 앞둔 상태에서 결국 자발적 지정취소를 선택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곧 ‘자율학교 등 지정·운영위원회’를 열고 청문을 진행한 뒤 교육부에 경문고의 자사고 지정취소 동의를 요청할 계획이다. 교육감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려면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자사고 지정취소가 확정되면 경문고는 내년부터 일반고로서 학생을 배정받게 된다. 교육청과 교육부로부터 교육과정운영비 등 명목으로 향후 5년간 20억원을 지원받고, 자사고 때는 받지 못했던 재정결함보조금 지원대상에도 포함된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육청과 경문고, 경문고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학부모가 참여하는 ‘일반고 전환 추진협의체’를 구성해 전환기 복합교육과정 운영을 지원하고, 전환 이후 필요한 재정소요를 분석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경문고의 일반고 전환이 최종 확정될 경우 대구 경일여고, 익산 남성고, 군산 중앙고에 이어 올해 들어 전국에서 네 번째로 일반고로 전환하는 사례가 된다. 전경원 전교조 참교육연구소장은 “자사고 전환 후 재정적 어려움을 겪어왔음에도 학부모 반발이 두려워 일반고 전환을 신청하지 못하고 있는 학교들이 꽤 많다”며 “올해와 내년에 자발적 전환 신청을 하는 자사고들이 계속해서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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