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3국 관계 강화가 중요하다는 원론적 입장만 반복 중이다. 전문가 등은 ‘고립주의’를 표방하는 트럼프 행정부 고유의 입장을 감안할 때 한일 갈등 국면에서 향후 미국의 중재자 역할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국무부 관계자는 8일(현지시각) 한일 갈등과 관련한 논평에서 “미국은 한국과 일본 모두에게 동맹이자 친구”라고 했다. 이어 “(한미·한일·미일)양자 또는 3자 간 강력하고 긴밀한 관계를 확실히 하는 것이 필수”라며 “이것은 북한 문제를 포함한 지역 내 공통과제와 인도-태평양 지역 사안에도 매우 중요하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밝혔다.
국무부 관계자는 한미일 3각 공조가 북핵문제 해결에도 중요하다며 “우리(미국)는 한국·일본과 앞으로의 3자간 협력에 집중하고, 북한 비핵화를 위한 압박에도 힘을 합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공개적으로든 비공개적으로든 미국은 언제나 ‘우리 3개국’ 사이의 관계 강화 방안을 추구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이같은 입장은 지난 1일 일본 정부가 한국에 ‘경제보복’을 발표했을 때 언급과 사실상 똑같다는 점에 주목한다. 국무부는 당시에도 불붙고 있는 한일 갈등과 관련해 “한국과 일본 모두 동맹이자 친구”라며 “언제나 한미일 3자 관계 강화를 위해 노력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한일 갈등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한발 물러서 있는 모양새다.
워싱턴 조야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은 북한과 중국 등 지역 위협에 맞서기 위해 한일 갈등 관리에 ‘전통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 왔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핵심이다.
전문가들도 현 국면에서 한일 갈등을 조율할 미국의 중재자 역할엔 대체로 회의적이다. 미국우선주의 또는 고립주의를 표방해 온 트럼프 행정부 성향 때문이다. 주한대사를 역임한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역사적으로 미국이 중재자 역을 해왔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잘 해내지 못할 것으로 본다”고 평했다.
워싱턴 민간단체 카네기국제평화기금의 제임스 쇼프 연구원도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그는 “(현재의) 미국이 어느 한 쪽 편에 서서 평가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그러나 미국은 궁극적으로 한일 간 대화를 촉진할 수 있어야 한다”며 미국의 역할론 필요성을 제기했다. 쇼프 연구원은 그 이유로 “한일 갈등은 대북정책 또는 억지력 행사를 위한 한미일 ‘3국 간 단일 전선’의 형성을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현종 기자/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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