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도교, 올해 '포덕 160년' 맞아 남북 공동 개천절 행사 등 추진 / "최인국, 北에 다녀온 것이 교류 신호탄 되길 바란다" 기대감도 / 갑작스러운 무허가 방북 및 '북한 영주' 선언에 놀라 촉각 '곤두' / 1986년 최덕신, 1997년 오익제… 前교령들 월북 '악재'로 작용해
북한 매체 ‘우리 민족끼리’가 보도한 최인국씨의 북한 평양 순안공항 도착 및 성명 발표 모습. 연합뉴스 |
최덕신(1914∼1989) 전 천도교 교령의 아들 최인국씨가 자진 월북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올해 창립 160년을 맞아 남북교류 사업 추진에 강한 의욕을 내비친 천도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때 한국을 대표하는 종교였던 천도교는 1980∼1990년대 핵심 지도자의 잇단 월북으로 교세가 크게 위축된 바 있다.
◆'포덕 160년' 남북교류 추진하던 천도교에 '불똥' 튀나
7일 북한 선전매체 ‘우리 민족끼리’에 따르면 이 매체는 최근 “류미영 전 천도교청우당 중앙위원회 위원장의 아들 최인국 선생이 공화국에 영주하기 위하여 7월6일 평양에 도착하였다”고 보도했다. 류미영 전 위원장은 최덕신 전 천도교 교령의 부인으로 1986년 남편과 함께 월북했고 2016년 11월 9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최씨는 평양 순안공항에서 발표한 도착 소감에서 “자식으로서의 마땅한 도리이기에 늦게나마 공화국(북한)에 영주할 결심을 내리게 되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천도교는 수운 최제우(1824~1864) 대신사가 도를 깨달아 인내천(人乃天·사람이 곧 하늘) 사상을 주창한 1860년을 종교 창립일로 여긴다. 천도교 교리에 따른 포덕(布德) 원년이 바로 1860년이고, 따라서 올해는 포덕 160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천도교는 이를 기려 오는 10월3일 평양 단군릉에서 남북 천도교인들이 개천절 행사를 공동으로 여는 등 다양한 남북교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씨도 앞서 여러 차례 북한을 방문, 북한 천도교 측과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천도교 이정희 교령은 2017년 12월 언론 인터뷰에서 “천도교를 통해 남북이 화해와 통일의 활로를 찾았으면 좋겠다”며 “최덕신·류미영 부부의 아들인 최인국씨가 이(문재인) 정부 최초로 방북 허가를 받아 북에 다녀온 것이 교류의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1997년 월북한 뒤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등을 지낸 오익제 전 천도교 교령. 연합뉴스 |
◆1986년 최덕신, 1997년 오익제… 잇단 '월북' 악재 왜?
하지만 최씨의 느닷없는 ‘무허가’ 방북과 북한 영주 선언이 천도교의 이런 계획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장 정부는 이날 “최씨의 입북 경위를 조사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공안당국도 최씨에 대해 국가보안법과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 등을 두고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도교는 일제강점기만 해도 한국을 대표하는 종교였으나 광복과 분단을 계기로 교세가 위축하기 시작했다. 특히 교단 핵심 지도자들이 잇따라 월북하는 길을 택하면서 천도교는 더욱 쇠락의 길을 걸었다.
1986년 최씨의 선친인 최덕신 전 교령 부부가 월북했다. 육군 장성 출신으로 외무부 장관, 주독일 대사 등을 지낸 최 전 교령은 1967년부터 천도교 제7대 교령을 맡아 오래 재직했다. 그런데 1970년대 후반 교단에서 각종 잡음이 불거지고 그로 인해 박정희 당시 대통령과도 사이가 나빠지자 교령을 그만뒀다. 이후 부인 류미영씨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최 전 교령은 1986년 부부가 함께 북한으로 가서 나란히 고위직을 지냈다.
1997년에는 오익제(1929∼2012) 전 천도교 교령이 자진 월북해 한국 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북한에 정착한 오 전 교령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 조선천도교회 중앙지도위원회 고문,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등을 지냈다.
종교계의 한 관계자는 “1945년 광복 때 북한에만 교인이 200만명이었을 정도로 교세가 컸던 천도교의 쇠퇴는 ‘반공(反共)’을 중시하던 1980∼1990년대 핵심 지도자들이 월북한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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