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측 "공소사실 특정 안돼"…검찰 "금품 추가수사, 내달께 기소"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1억7천만 원대 뇌물과 성 접대를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측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반적으로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는 5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상 뇌물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 전 차관 사건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 때는 피고인이 직접 법정에 나올 의무가 없어 이날 김 전 차관은 출석하지 않았다.
이번 재판은 김 전 차관에 대한 뇌물수수 및 성 접대 의혹이 불거진 지 6년 만에 열렸다.
김 전 차관 측은 이날 혐의를 "전반적으로 부인하는 취지"라며 "다만 사실관계를 정확히 확인하지 못한 사항은 좀 더 확인해 나중에 의견서로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차관 측은 앞서 재판부에 범죄 행위가 일어난 구체적인 일시나 장소가 없는 등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아 방어권을 행사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출했다.
특히 날짜가 특정된 부분에 있어서는 그날 별장에 간 사실이 없다거나 성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는 등의 주장도 포함했다.
또 액수가 가장 큰 1억원의 반환채무 면제 부분은 공소시효 문제 때문에 기소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부분이 공소사실에 포함되지 않으면 김 전 차관의 전체 뇌물수수액은 1억원 미만으로 줄어든다. 이 경우,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이 아닌 형법상 일반 뇌물죄가 적용되고, 2007년 개정 이전 형사소송법상 공소시효가 5년이라 다른 뇌물 혐의도 처벌할 수 없게 된다.
재판이 끝난 후 김 전 차관 측 변호인은 "대부분 부인하는 취지지만 금품 수수 중 일부는 조사받을 때도 인정했었다"며 "그러나 검찰이 특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가 맞는다고 해도 그 부분이 무엇인지 우리가 특정해 인정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 전 차관은 2007년 1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건설업자 윤중천 씨에게서 3천100만원 상당의 금품을 비롯해 1억3천만원의 뇌물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 중 1억원에는 제삼자 뇌물수수 혐의가 적용됐다. 김 전 차관은 자신과 성관계한 여성 이 모 씨와 윤 씨 사이에 돈 문제가 생겨 자신의 치부가 드러날 위기에 처하자 윤 씨를 설득해 이 씨에게서 받을 보증금 1억원을 포기하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이 뇌물을 챙긴 대가로 2012년 4월 윤 씨의 부탁을 받아 다른 피의자의 형사사건 진행 상황을 부당하게 알려준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전 차관은 또 2003년 8월부터 2011년 5월까지 다른 사업가 최모 씨에게서 3천95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김 전 차관에게 성폭행 혐의는 적용하지 못했다. 대신 2006년 여름부터 이듬해 12월 사이 원주 별장 등지에서 받은 13차례 성 접대는 액수를 산정할 수 없는 뇌물로 판단했다.
검찰은 최 씨로부터의 추가 금품 수수와 또 다른 인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것 또한 수사하고 있다며 늦어도 다음 달 초까지는 기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증인으로 요청할 윤 씨와 최 씨 중 수사가 마무리된 윤 씨의 신문 일정을 먼저 잡아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는 검찰이 김 전 차관의 집을 압수수색할 당시 팬티들을 찍어간 사진을 증거로 제출한 것을 두고 양측의 의견이 충돌했다.
검찰은 "피고인이 별장 동영상에 나오는 남자가 자신이 아니라고 주장하는데 그 동영상에 나오는 팬티와 비슷한 팬티들을 촬영한 것"이라며 "사람이 옷을 입을 때 일정한 성향을 지니니 관련성이 있고, 압수한 원본 시디(CD)를 검증할 때 사진도 검증된다고 하면 관련성이 부여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 전 차관 측은 "그 사진은 이 사건과 관련성이 전혀 없으니 증거로 제출하는 게 맞지 않다"며 "재판부가 기각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전 차관의 변호인은 재판 후 "일단 동영상 CD 자체가 원본 제출이 안 돼 있어 본인이 아니라거나 맞다는 의견을 아직 재판부에 밝히지 않았다"며 "팬티가 비슷하다는 것도 특이한 무늬나 독특한 형태가 있다는 것이 아니라 삼각팬티인지 사각팬티인지 정도의 차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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