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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산케이 논설위원 “강제징용 배상 다 했는데 또 돈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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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준 3억 달러가 가난한 한국 발전의 기초” 주장도
한국일보

구로다 가쓰히로 산케이신문 논설위원(전 한국 특파원, 서울지국장). 연합뉴스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 규제를 시작한 가운데 일본 극우매체인 산케이신문 구로다 가쓰히로(黑田勝弘) 논설위원(전 한국 특파원ㆍ서울지국장)이 모든 것을 한국 탓으로 돌리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되고 있다.

구로다 논설위원은 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해 일본 기업들이 배상하라는 지난해 10월 우리 대법원 판결을 거론하면서 “개인 보상 문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조약에 의해 해결됐다. 노무현 정부 때 보상도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고 해서 일본 기업에 돈 내라는 건 약속 위반이라는 게 일본 정부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기업에게 배상하라고 하지 말고 한국 정부가 국내적으로 해결해달라”고도 했다.

진행자가 “협정을 맺으면서 일본은 ‘우리가 잘못했으니 배상한다’면서 준 게 아니고 독립 축하금 혹은 경제협력자금으로 준 것이다. 따라서 피해자 개인이 개별기업에 배상을 받을 자유는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고 우리 대법원도 그게 맞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지만 구로다 논설위원은 자신의 주장을 이어갔다. 그는 “대법원의 판결은 한국 국내 사정에 의한 결과다. 조약은 국제법이다. 국제법이 우선이냐는 건 나라마다 견해가 다르지만 일본 측에서는 국내적인 사정이 있어도 국제적인 약속은 지켜달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구로다 논설위원은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때 일본이 한국에 준 3억 달러가 “지금 한국 발전의 기초가 됐다. 한국이 그 때 얼마나 가난한 나라였는지, 국제적인 평가도 없고, 한일 국교 정상화에 의해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다른 나라들도 한국에 협력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은 3년을 지배한 필리핀에 5억5,000만 달러, 인도네시아에 2억2,308만 달러를 지불했다. 36년을 지배한 우리나라에는 당시 제대로 된 사과 없이 경제협력자금 명목으로 3만 달러만 지급했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대신해 소송을 제기했던 최봉태 대한변호사협회 일제피해자 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변호사)은 구로다 논설위원의 발언을 “법률가들이 아니니까 저런 억지 주장을 한다”고 일축했다. 최 위원장은 “2018년 11월 14일과 우리 대법원 판결 이후에도 일본 외무성은 국회 답변에서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은 살아 있다고 답변해왔다”면서 “그러니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원폭 피해자들에게 수당을 지급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위원장은 “1965년 한일협정 당시 배상금으로 3억 달러를 이미 줬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는 “마치 일본이 돈을 준 것 같이 이야기하는데 자재, 용역, 이런 걸로 준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협정에는 개인 청구권 소멸과 이를 전제로 한 보상 관련 부분도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최 위원장은 일본 사법부 역시 우리 사법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 위원장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법원에 해당하는 일본 최고재판소가 이미 일제 강점기 개인의 피해에 대해 일본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보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들은 중국인 피해자들에게는 보상을 하고 있지만 한국인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판결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우리 대법원이 일본 기업들에게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려 일본 최고재판소 판결의 권위를 높여준 것이라고 최 위원장은 해석했다. 그는 “자기 나라 판결도 따르지 않고 우리 대법원 판결도 무시하면서 무슨 사죄를 하고 반성을 하느냐”면서 “법의 권위를 살리지 않으면 법치주의 국가가 아니다”라고 일본 정부를 비판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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