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뉴시스】이영환 기자 =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30일 오후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에서 연설을 하던 중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보좌관이 무대에 오르자 포옹을 하고 있다. 2019.06.30. 20hwan@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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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저한(prominent), 그리고 셀 수 없는(inscrutable) 역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역사적인 6·30 판문점 남북미 회동을 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이방카 트럼프 보좌관이 꼽힌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비핵화 협상 무대에 이미 오른 인물이다.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뒷선에 머물렀다. 반면 이방카가 핵협상 국면에서 부각된 건 처음이다.
이방카는 지난 28~29일 일본 G20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밀착 수행했다. 남편인 제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도 함께였다. 정치외교적 보좌뿐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국-일본 방문에 멜라니아 여사는 동행하지 않았다. '퍼스트레이디'의 빈 자리를 이방카가 대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방한했다. 청와대는 경내 상춘재에서 환영만찬 전 칵테일 리셉션을 베풀었다. 김정숙 여사가 이방카와 친밀히 대화했다. 김 여사는 "내일 굉장히 중요한 행사가 있는데 잘 풀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때만 해도 한미 정상의 비무장지대(DMZ) 동행만 예상됐다.
이방카 보좌관의 답은 예상 밖이었다. "오늘 저녁에 우리 남편이 업데이트해줄 것 있다고 하더라." 그 업데이트는 남북미 3국 정상의 판문점 깜짝 만남인 것으로 다음날 확인됐다.
이방카는 다음날(30일) DMZ 방문단에 들었다. 판문점을 돌아보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자유의집 정상회담장에도 들어가 김 위원장과 악수를 나눴다.
남은 장면이 더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산 공군기지에서 귀국전 자국 장병들 앞에 섰다. 무대 위로 두 사람을 불러세웠다. 폼페이오 장관과 딸 이방카였다. 특히 이방카 깜짝 호출에 우레와 같은 환호가 쏟아졌다.
이방카는 트럼프 대통령의 딸(가족)이면서 백악관 보좌관이라는 독특한 지위로 권력 핵심부에 있다. 가족이면서 측근 보좌관이라는 지위는 꽤 논쟁적이다. 백악관의 '문고리' 아니냐는 거다. 그럼에도 이방카는 건재하다. 아버지이자 상관인 트럼프 대통령의 절대 신임이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심지어 사위 쿠슈너도 공개석상에서 농담조로 언급한 적 있지만 이방카에 대해 그런 적이 없다고 짚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볼턴은 뒤로 물리고 이방카와 DMZ에 동행, 김 위원장과 인간적 관계를 강조했다고 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남북한의 메시지를 조율한 인물이 이방카였다는 관측도 있다. "업데이트" 발언만 해도, 그가 판문점 빅이벤트에 깊이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장면일 수 있다.
우리 정부는 이방카의 존재감을 일찌감치 파악한 걸로 보인다. 상춘재 리셉션에 엑소 멤버들을 초대했다. 이방카 맞춤형 게스트였다. 평창올림픽 때 이방카와 만난 엑소는 이날 재회에서 사인CD를 건넸다.
이방카의 활동이 두드러진 것은 트럼프 대통령 재선 가도와 무관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반도 평화'는 일종의 수단이고, 목표는 정치외교적 성과를 통한 재선 성공일 것이다. "현저하고도 셀 수 없이 많은 역할"을 하는 이방카는 이를 위한 특급 비밀병기인 셈이다.
김성휘 기자 sunny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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