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케이 '막전막후' 보도…"최대 볼거리 판문점 연출, 즉흥계획 아냐"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주요 20개국(G20) 오사카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달 27~29일 일본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무역 담판 하루 전인 28일 저녁에 짧은 시간 사전 접촉을 가졌다.
두 정상이 사전 회동을 하기 전에 미국 측 대표단 숙소인 오사카 데이코쿠(帝國) 호텔에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 등 양국 협상단이 2시간에 걸쳐 협상 내용을 놓고 줄다리기를 했다.
이 자리에서 류 부총리는 미국이 요구하는 지적 재산권 보호 등에 유연한 태도를 보이면서 미국산 농산물 등의 대량 구매 목록을 추후 제시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시진핑, '휴전' 선언…미·중 무역협상 재개 합의 |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선 만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이란을 둘러싼 중동지역 정세가 긴박해지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무역전쟁 수위를 높여나갈 경우 득이 될 게 없었다.
또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계속하면 미국 기업의 주가 폭락 사태를 야기해 대통령 선거전에서도 악영향을 받을 것이기에 협상 테이블로 돌아가는 카드를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전 세계가 주목한 지난달 29일 점심 무렵의 80분에 걸친 미중 정상회담 결과는 이런 과정을 통해 사실상 그 전날 밤 결정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은 이 때문에 미중 정상회담 당일에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판문점 회동 쪽으로 쏠려 있었다.
그날 오전 7시쯤 트럼프 대통령은 "만약 김(김정은) 위원장이 이 글을 본다면 (판문점) 비무장지대에서 그와 만나 악수하고 인사하고 싶다"는 트윗을 날렸다.
닛케이는 G20 회의 직전에 북한을 공식 방문했던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의 판문점 회동을 중개했을 가능성은 없다고 분석했다.
닛케이는 그 이유로 판문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이 함께 김 위원장을 만나는 것 자체가 중국을 제외한 남북미 간의 3자로 한국전쟁 종전의 틀을 사실상 굳힌다는 점 등을 들었다.
이는 1953년 한국전쟁 휴전협정의 당사자인 중국으로서는 가장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라는 것이다.
판문점 북측 지역 향하는 남북미 정상 |
닛케이는 이번에도 외형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역사적 '입북'에 선도적 역할을 한 것은 문 대통령이라고 지적했다.
닛케이는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G20 오사카 정상회의의 연장선상에서 '최대 볼거리'를 판문점에서 연출하고자 하는 '야심'을 이전부터 갖고 있었다며 시 주석이나, 문 대통령이나,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등 주변국 정상 어느 누구도 이를 미리 알아채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 때문에 오사카에서의 미중 정상회담은 판문점 이벤트의 예고편 정도가 돼 버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교착 상태에 있던 미중 무역협상, 북미 회담 등 두 회담을 다시 시작하게 된 것에 만족하고 있겠지만 꼼꼼히 살펴보면 성과는 없고 모든 문제를 미룬 것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parks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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