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산드라 벨라 판사는 이날 라케테 선장의 행위를 "직무상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의무를 수행한 것"이라고 규정하며 이탈리아 검찰이 요청한 선장의 가택연금 처분 요청을 기각했다.
독일인 난민구조선 선장 카롤라 라케테 |
그는 소형 순시선에 탄 경찰 4명을 위험에 빠뜨리고 불법 난민을 지원하는 등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뒤 가택연금 상태에서 조사를 받아왔다. 라케테 선장은 약 40명의 아프리카 이주민을 태운 난민구조선 '시워치(Sea-Watch)3'를 이끌고 지난달 29일 이탈리아 람페두사 항구에 도착했다.
이 과정에서 라케테 선장은 이탈리아 정부의 입항금지 명령을 받고도 구조선을 항구에 진입시키기 위해 부두에서 소형 순시선과 물리적 충돌도 불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충돌로 다친 사람은 없으나, 경찰 순시선의 측면이 손상을 입기도 했다.
현지 언론들은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라케테 선장이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었다.
벨라 판사가 충돌 사고 자체에 대해서는 혐의가 없다고 판단을 내리면서 라케테 선장은 가택연금 상태에서 풀려나게 됐다.
하지만 그가 여전히 불법 난민을 지원해 이민을 도운 혐의는 받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덧붙였다.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가 유일한 선장이라고 적힌 팻말을 든 시민의 모습. |
이번 법원 판결에 대해 이탈리아 정부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반발했다.
강경 난민 정책을 펼치는 것으로 알려진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성명을 내 "(이 상황이) 화가 나고 역겹지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탈리아의 명예와 자존심을 회복하겠다"고 말했다.
살비니 부총리는 지난달 효과적으로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구조선이 허가 없이 이탈리아 항구에 입항하지 못하게 하는 새로운 법령들을 도입했다.
이 규칙을 위반하면 최고 5만 유로(6천5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선박을 압류할 수 있게끔 했다.
카롤라 라케테 선장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민단체. |
라케테 선장 체포 논란은 이탈리아와 이웃 국가들 사이의 외교 문제로 번지기도 했다.
독일은 이탈리아 정부에 난민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라케테 선장이 체포되자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다.
프랑스 정부 대변인인 시베스 은디예 대변인(장관급) 역시 2일 프랑스 BFM-TV에 출연 "살비니 부총리의 행동은 내가 아는 한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이탈리아 정부가 이민에 대해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라케테 선장을 돕기 위한 모금 운동도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독일에선 선장을 돕기 위한 온라인 캠페인이 시작돼 100만 유로(13억원)가, 이탈리아에선 43만5000유로(5억7천만원)가 각각 모금됐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구조선을 운용하는 독일 난민 구호 비정부기구(NGO) 시워치의 루벤 누게바우어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이와 같은 연대는 시민사회가 우리를 지지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vodca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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