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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이슈 강제징용 피해자와 소송

日 아베 韓 경제보복 조치 배경엔 한국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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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지난달 28일 오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공식 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NHK 캡처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한국에 대한 경제보복 조치와 관련해 “세계무역기구(WTO)의 규칙에 부합한다”는 입장을 2일 밝혔다.

아베 총리의 강경 대응과 관련, 일본 공영방송 NHK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배경이라고 분석하면서 “일본 정부는 ‘한국과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했다고 하지만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고 의문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가 계속되면 일본 기업도 나쁜 영향을 받는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전날 일본 경제산업성은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규제 대상은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이다.

이 품목은 오는 4일부터 ‘수출 절차 간소화 우대 조치’에서 제외된다.

사실상 경제보복 조치지만 아베 총리는 “국가와 국가의 신뢰 관계로 행해온 조치를 수정한 것”이라며 “자유무역과 관계없다”고 주장한다.

이 말을 풀어 보면 단지 ‘수출 절차 간소화 우대 조치를 없앤 것’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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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은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했다. 규제 대상은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등에 사용되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 3개 품목이다. NHK 캡처


◆일본 언론, 무역 제재 배경은 “한국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

일본 현지에서는 주요 20개국(G20) 오사카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이 ‘자유 무역 원칙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일본 정부도 이러한 성과를 강조하는 가운데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놀라움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일 정치관계 악화도 문제로 지적되지만 특히 경제 제재는 ‘한국에 수출하는 일본 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을 것’이란 우려에서다.

실제 경제성 발표 후 관련 기업의 주가가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처럼 일본에서도 적지 않은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NHK는이번 무역제제와 관련, “한국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 후 악화한 한일관계가 배경이 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고 전했다.

이날 NHK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문제를 두고 일본 정부는 제3국을 포함한 중재위원회 설치를 요구했지만, 한국 정부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며 ”일본은 한국 정부 입장에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았고, (수출 절차 간소화 우대 조치 제외는) 자유 무역에 역행하는 건 아니다”라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일 간 신뢰가 심각하게 손상됐다’고 할 수 있는 상황에 (한국을 신뢰하면서) 수출을 관리하는 게 어려워졌다고 판단돼 한국에 수출 통제를 둘러싼 ‘부적절한 사안’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NHK는 “일본 정부는 ‘부적절한 사안’이라고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 밝히지 않아 한국 대법원 판결에 따른 배상 문제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견해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한국 규제 장기화, 결국 일본 기업에 악영향

NHK는 또 “한국이 ‘화이트국(무역 제재를 받지 않는 나라)’에서 제외되면 3개 품목뿐만 아니라 추후 공작기계 및 특수금속 등 다른 수출품목도 규제 강화의 대상이 된다”고도 전망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규제 강화로) 한국 기업과 거래하는 일본 기업에 미치는 악영향이 우려된다”며 “한국에 대한 규제가 장기화하면 일본 기업의 비즈니스 기회가 줄어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일본 재계에서는 한국 제재와 관련 일본 정부의 대응에 이해를 표시하는 의견이 나온다”고 NHK는 덧붙였다.

실제로 일본 상공회의소의 미무라 회장은 “한일 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어떻게 든 좋은 방향으로 끌어가기 위한 취한 조치일 것“이라며 “이를 계기로 양국 정부가 대화를 시작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무라 회장의 발언은 일본 정부를 옹호하지만 이면에는 ‘한일 관계 정상화’를 하루 빨리 실현해야 한다는 생각이 담겼다.

이와 관련 NHK는 “한국은 ‘경제 보복 조치’라고 반발하며 WTO에 제소도 불사하겠다는 생각을 분명히 밝혔다”며 “외교상 어려운 문제를 안고 있지만 많은 경제 관계자는 ‘더는 사태가 악화하지 않길 바란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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