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2 (금)

이슈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

새 역사 쓴 '판문점 만남'…"북미 실무협상 7월 중순 재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5시 정치부회의 #청와대 발제



[앵커]

잠시 멈춰섰던 한반도 평화의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어제(30일) 사상 처음으로 북·미 두 정상이 66년 전 정전협정이 맺어졌던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손을 마주 잡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땅을 밟은 첫 번째 미국 대통령이 됐고요. 이어서 문재인 대통령까지 남북·미 정상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도 본격화되는 분위기인데, 신 반장 발제에서 자세한 속보 알아보겠습니다.

[기자]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JSA

북·미, 판문점 JSA '깜짝 회동'

"My friend"

"반갑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이런 데서 각하를 만나게 될 줄 생각 못 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 좋습니다. 나의 큰 영광입니다. 제가 여기 건너도 괜찮을까요?]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 각하께서 한 발자국 건너시면 사상 처음으로 우리(북한) 땅을 밟으시는 미국 대통령이 되십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 난 좋습니다. 매우 영광일 겁니다. 좋아요. 넘어 봅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깜짝 월경'까지…

어제 전세계가 숨 죽이며 바라본 바로 이 장면. 당사자인 김정은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조차도 쉽게 상상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다정회 시작때마다 제가 늘 하는 말이죠. "확실하죠. 상상 이상일걸요?" 네. 상상 그 이상. 지난 해 4월 남북 정상이 건넌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2019년 6월 30일 오후 3시 45분 북·미 정상이 또 한 번 열어 젖혔습니다.

두 정상은 스무 걸음쯤 더 걸어 판문각 앞까지 갔습니다. 미국 수행원들은 따라갈 수 없는 곳이라 돌발 상황에 현장이 술렁였습니다. 북한 땅에서 나눈 대화는 오직 북측 카메라에만 담겼는데요. 꼭 추가로 공개됐으면 좋겠습니다. 66년 만에 이뤄진 미국 대통령의 첫 방북은 판문점을 분단의 상징에서, 평화와 공존의 상징으로 바꿔놓았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어제) : 이 행동 자체만 보시지 말고 이 트럼프 대통령님께서 분리선을 넘어가신 건, 다시 말하면 좋지 않은 과거를 청산하고 앞으로 좋은 앞날을 개척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남다른 용단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어제) : 엄청나게 긍정적인 일입니다. 진실로 위대한 일들이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만난 첫날부터 서로를 좋아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정말로 중요합니다.]

북측 땅에서 돌아온 북·미 두 정상을 문재인 대통령이 환한 표정으로 맞이했습니다. 먼저 김정은 위원장의 손을 마주 잡았고요. 이어 세 정상이 함께 기념촬영도 했습니다. 한·미, 남북, 북·미가 아닌 남북·미가 한 자리에 모인 것도 사상 최초입니다. 세 정상은 그 자리 그대로 동그랗게 서서 한동안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이어서 3시 54분. 자유의 집에서 본격적인 회담이 시작됐습니다. 문 대통령은 두 정상이 대화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자리를 양보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2분만 되어도 좋겠다'고 했었는데 두 정상은 53분간이나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만남이 성사된 것 자체에 대한 흥분과 기쁨도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어제) : 어떤 사람들은 일부에서는 대통령께서 보내신 친서를 내가 보면서 미리 사전에 합의된 만남이 아닌가, 이런 말들도 하던데 사실 난 어제 아침에 대통령께서 그런 의향을 표시하신 걸 보고 나 역시 깜짝 놀랐고 정식으로 오늘 여기서 만날 걸 제안하시는 말씀을 오후 늦은 시간에야 이렇게 알게 됐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어제) : 김정은 위원장에게 고마운 점이 있습니다. 제가 SNS를 통해서 만남을 청했죠. 만약 김 위원장이 응하지 않았다면 언론에서 제 체면이 많이 구겨졌을 겁니다. 당신이 우리 둘을 모두 좋게 만들어줬습니다. 고맙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훌륭한 관계가 아니었다면, 하루만에 상봉이 이뤄지진 못했을 것이다"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시계를 조금 돌려보죠.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떠나기 전 백악관은 "이번 방한 때 김 위원장을 만날 계획이 없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아무것도 준비된 것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29일. 일본에서의 G20 회의를 마친 트럼프 대통령이 깜짝 트윗을 남깁니다. "만약 김 위원장이 이걸 본다면, DMZ에서 만나 악수하고 인사를 나눴으면 한다"라고요. 공식 제안인 것인지 특유의 정치적 수사인지 확신할 수가 없었습니다. 5시간 뒤 북한에서 반응이 왔습니다. 최선희 외무성 1부상의 담화였죠. "성사된다면 매우 의미있고 흥미로운 제안"이라면서 다만 "공식 제의는 받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그날 밤 예정되어 있던 청와대 만찬장에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얼굴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이방카 트럼프, 폼페이오는 있는데 비건 대표만 쏙 사라졌습니다. 북한에서 예상외로 긍정적인 답변이 오자 순식간에 상황이 급 반전된 것입니다. 저희 취재진들도 비건대표의 숙소, 또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통일대교 앞을 지켰는데요. 비건대표 심지어 헬기를 타고 곧장 판문점에 간 것으로 뒤늦게 확인이 됐습니다. 도착하자마자 유엔사-북한군 간 직통 전화를 통해 약속을 잡고 만난 것입니다.

먼저 최 부상 담화의 의미, 공식 제안이 필요하다는 의미인지를 확인했고요. 이후 비건 대표가 DMZ 회동을 공식 제안하는 문서를 북측에 건넸습니다. 미국이 구상한 시나리오를 설명하고,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협의도 했습니다. 비건 대표가 복귀한 것은 29일 늦은 밤, 북한의 최종 답변이 온 것은, 상봉 당일인 30일 새벽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두 정상은 깜짝 트윗 후 32시간 만에 만났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역대 가장 긴 회담이었습니다. 싱가포르 때는 38분, 하노이는 29분과 35분씩 두번. 이번에는 53분을 만났습니다. 자유의 집을 나오는 얼굴은 밝은 미소로 가득했습니다.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 (어제) : 원한다면 아무 때나 만날 수 있다는 그런…]

[군사분계선 김정은 위원장 배웅 (어제) : 그 사실 자체가 굉장한 일입니다.]

문 대통령이 다시 합류했고요.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김 위원장을 군사분계선까지 배웅했습니다. 뒤늦게 포착한 장면인데, 이렇게 남북 두 정상이 포옹을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만족스런 회담을 한듯 기분이 좋아보이는 김 위원장이 먼저 두 팔을 벌리는 듯한 모습입니다. 김 위원장을 보낸 뒤 한·미 정상의 기자회견이 이어졌는데요. 회담에서는 실질적인 진전도 이뤄진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괄적인 타결'에 합의했다는 내용을 가장 먼저 언급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어제) : 포괄적인 좋은 합의에 이르는 것이 목표입니다.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아주 좋은 날, 역사적인 날이라 말씀드립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을 미국 백악관으로 초청했습니다. 처음으로 북한 땅을 밟은 미국 지도자에 이어 북한 지도자도 미국 땅을 밟게 될지가 주목되는 상황이죠. 곧 실무협상을 시작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미국 대통령 (어제) : 우리 훌륭한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 주도 하에 앞으로 2~3주 동안 실무적인 작업이 진행될 것입니다. 과연 회담이 가능할지 우리가 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북한도 판문점 북·미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하루 만에 공개했습니다. 두 정상이 교착 상태인 북·미 대화를 재개하기로 합의했고, 커다란 만족을 표시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정전협정 이후 66년 만에 판문점에서 역사적인 악수를 하는 놀라운 현실이 펼쳐졌다"고도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어제를 기점으로, 잠시 멈춰섰던 한반도 평화의 시계는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고한 실무협상, 빠르면 7월 중순께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는 폼페이오 장관 발 속보도 들어와 있고요. 그 어느때보다 뜨거운 한반도의 여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저희 다정회도 더 바빠지겠죠. 괜찮습니다.

오늘 청와대 발제는 < 다시 쓴 북·미역사…"이달 중순 쯤 실무협상 재개" > 로 잡겠습니다.

(화면출처 : 백악관)

신혜원 기자

JTBC, JTBC Content Hub Co., Ltd.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by JTBC, JTBC Content Hub Co., Ltd. All Rights Reserved.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