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나도 트럼프 대통령 제안 깜짝 놀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격회동 제안을 수용한데 대해 하노이 결렬 이후 대내외적 상황을 고려한 나름 대담한 결정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6월30일 판문점에서 김 위원장의 안내로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측 땅으로 건너가고 있다. [헤럴드DBㆍ노동신문 홈페이지] |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6ㆍ30 판문점 회동이 성사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제안을 김 위원장이 나름 대담하게 수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간 이뤄진 사실상 판문점 3차 북미정상회담과 역사상 첫 남북미 정상 회동이라는 새로운 역사의 장을 쓴 6ㆍ30 판문점 회동은 출발부터 성사까지 과정은 물론 형식과 내용에 있어서도 파격의 연속이었다.
북미정상 회동 제안부터가 김 위원장 스스로 트럼프 대통령과 판문점 남측 자유의집에서 약 53분간 진행된 단독회동 때 깜짝 놀랐다고 고백할 만큼 파격적이었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어떤 일부 사람들은 오늘 우리 만남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께서 친서를 보내면서 미리 사전에 합의된 만남이 아니냐고 한다”면서 “저 역시도 사실 아침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의향을 표시하신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또 “정식으로 만날 것이란 것은 오늘 오후 늦은 시간에야 알게 됐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를 통한 제안도 파격이었지만 김 위원장이 이를 수용한 것 역시 통상적인 정상외교의 범주를 뛰어넘는 것이었다. 특히 최고지도자의 안위를 각별하게 간주하는 북한 입장에서는 제안부터 성사까지 32시간여만에 이뤄진 이번 판문점 회동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이 판문점 회동 카드를 받은 것은 대내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었다는 분석이다. 진희관 인제대 교수는 1일 “김 위원장으로서는 경제발전계획이 곤란한 정도가 아니라 먹고사는 것조차 힘들어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야하는 상황”이라며 “돌파구가 필요한데 내부적으로 아무리 자력갱생을 얘기해봤자 한계가 있고 결국 국제사회 제재를 어느 정도라도 풀어야하는데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개선이 절실했다”고 진단했다. 진 교수는 이어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미국으로부터 올해 안에 좋은 제안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까지 오고 판문각 앞까지 온다는데 받을 수밖에 없는 제안”이라고 했다.
한 국책연구기관 연구원은 “김 위원장이 작년부터 비핵화 의지를 밝힌 뒤 정세전환에 나섰지만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데다 식량난으로 내부적으로도 어려운 형편”이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평양 방문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판문점 방문과 회동이 이뤄짐으로써 자칫 흔들릴 수 있던 리더십을 다잡고 내부체제를 다독일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번 판문점 회동에 대한 한줄평으로 “트럼프는 대단하고, 김정은은 대담하고, 문재인은 대범하다”고 했다.
북한은 관영매체를 통해 판문점 회동 소식을 전하면서 만족감을 감추지 않았다. 조선중앙통신은 ‘조미(북미) 두 나라 최고수뇌분들의 과감한 대용단’, ‘역사를 뛰어넘을 세기적 만남’, ‘두 나라 사이에 전례 없는 신뢰를 창조한 놀라운 사변’이라고 평가했다. 또 ‘온 지구촌의 눈과 귀가 또다시 조선반도(한반도)로 집중’, ‘조미수뇌 상봉소식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온 행성을 뜨겁게 달구며 격정과 흥분으로 열광’ 등의 표현을 동원해가며 이번 회동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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