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9 (목)

[단독] "성동조선 공기업화해 달라"... 정부에 손 벌리는 노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성동조선해양 노동조합이 3차 매각 불발시 성동조선을 공기업화해 달라고 경상남도에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조는 경남도에 성동조선을 상생형 지방 일자리 사업장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요구하기로 했다. ‘광주형 일자리’, ‘대구형 일자리’처럼 성동조선을 노사민정이 공동으로 투자하는 사업장으로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8년간 4조원의 채권단 자금을 투입하고도 회생에 실패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을 공기업화해달라는 것은 지나친 요구라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조선비즈가 단독 입수한 ‘성동조선해양 상생협약 이행 세부요구안’을 보면 성동조선 노조는 3차 매각 불발시 ‘성동조선 사업장의 사회적 기업화(공공화)에 대한 협의체를 즉시 구성하고 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이를 논의하라’고 경남도에 요구했다.

성동조선 노사와 경남도, 정부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지난해 8월 성동조선 회생을 위한 상생협약을 맺었다. 협약의 핵심은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회사 정상화를 추진하는 대신 근로자들이 무급휴직이 들어가는 것이다. 협약에 따라 성동조선 전체 근로자 750여명 중 최소 필수인력을 제외한 680여명이 무급휴직 중이다.

조선비즈

경남 통영시 성동조선해양 작업장 입구에 ‘성동조선 반드시 살려냅시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김동환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성동조선 노조는 상생협약 세부 요구조건으로 매각이 불발될 경우 성동조선을 공기업화해줄 것을 경남도에 요구했다. 경남도가 주관 사업자로 성동조선 인수·합병(M&A)에 나서는 방안을 공론화해달라는 요구 사항도 포함됐다. 매각이 최종 불발되면 성동조선을 경남도가 인수해 공기업으로 전환해달라는 요구로 풀이된다.

성동조선 노조는 오는 7월 2일 출범할 성동조선 정상화를 위한 민관협의체에서 성동조선 사업장을 광주형 일자리와 같은 형태인 상생형 지방 일자리 사업장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건의하기로 했다.

상생형 지방 일자리는 지방자치단체가 노사민정 상생협의로 기업 투자를 이끌면 중앙정부가 패키지 지원에 나서는 방식의 모델이다. 최근 광주와 구미, 대구 등 지자체에서 이런 방식의 일자리 모델을 도입했다. 광주형 일자리는 동종 업종 대기업의 절반 수준으로 임금을 유지하는 대신 정부와 지자체가 근로자의 주거·문화·복지·보육시설 등을 지원해 낮은 임금을 보전하는 모델이다.

강기성 금속노조 성동조선지회장은 "경남 조선산업의 경쟁력과 생태계 유지를 위한 성동조선의 사회적기업화(공공화)가 중점 요구 사항"이라며 "매각이 실패하고 다른 방안을 찾지 못하면 결국 경남 조선업 전체가 주저앉는 것이기 때문에 대안을 찾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공기업화 외에 노조가 구상하는 방안은 광주형 일자리와 같은 형태의 경남형 일자리"라며 "광주형 일자리는 부지 매입과 공장 건립부터 해야하는 상황이지만, 성동조선은 이미 설비를 갖추고 있다"고 했다.

성동조선 노조는 지난 4월부터 경남도청 정문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며 상생협약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노조의 요구는 성동조선 청산을 막아보려는 궁여지책으로 보인다. 창원지법과 매각주관사 삼일PwC회계법인은 지난 13일 성동조선의 3차 본입찰을 진행했다. 그러나 인수의향서(LOI)를 낸 투자자 세 곳이 모두 자금조달 능력을 입증하지 못해 매각이 무산됐다.

3차 매각이 불발되면서 시장에서는 성동조선이 청산 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법원과 매각주관사 측은 수의계약을 진행해보고 이마저 불발되면 직권 청산에 돌입하거나 채권단에 성동조선을 다시 넘기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8년간 정부 주도의 구조조정에도 결국 파산에 직면한 성동조선을 공기업화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성동조선은 수출입은행을 주채권은행으로 2010년부터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갔다. 이후 8년 동안 채권단 자금 4조원이 투입되고도 기업 회생에 실패했다. 결국 지난해 3월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정관리 중 3번의 매각을 진행했으나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채권단은 특히 성동조선이 공기업화되면 결국 자금을 다시 지원할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성동조선이 법정관리를 떠나 공기업화될 경우 다시 정부와 채권단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10년 동안 회생절차를 진행했는데 실패했다. 그런데 공기업화해서 다시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경남도는 수의계약 가능성 등 아직 법원의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점을 들어 "성동조선 공공화 논의는 아직 부적절하다"고 노조 측에 회신했다. 경남도는 다음달 2일 출범하는 민관협의체를 통해 노조의 요구 사항을 검토할 방침이다.

거제지역 대형 조선소 협력업체로 출발한 성동조선은 2004년 초 선박 건조 시장에 뛰어든 중견조선소다. 2009년 수주잔량(CGT) 기준 세계 10위권 조선소로 급성장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파생상품 거래손실 등으로 유동성이 부족해지고 수주 취소, 신규수주 부진 등이 잇따르면서 2010년 4월 채권단 관리, 2018년 3월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송기영 기자(rckye@chosunbiz.com);한동희 기자(dwise@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