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핵심 동일인 김범수 의장을
카뱅 대주주 심사대상서 배제해놓고
법제처 “심사 필요하면 법 정비해라” 권고
노조·시민단체 “금융관료 무책임…법개정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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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카카오뱅크 대주주로 올라서려는 카카오의 대주주 자격 심사를 할 때 카카오그룹을 지배하는 김범수 이사회 의장은 안 살펴도 된다는 취지의 법령 유권해석을 내놨으나, 김 의장을 심사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금융감독 원칙상 ‘필요’ 여부는 사실상 판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시민단체와 금융노조는 “금융감독 원칙이 형해화하는 법령해석”이라며 “금융감독 원리에 부합하게 관련 법률을 명확하게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6일 법제처가 금융위원회에 보낸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관련 법령해석 회신문 전문을 보면, 특례법에서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의 주식보유한도 특례와 관련해 ‘계열주로서 인터넷은행의 주식을 소유하지 않는 자’는 법률의 문언상 대주주 심사 범위에 넣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법제처는 ‘법령정비 권고사항’을 덧붙여, 대주주 승인을 신청한 내국법인 외에 내국법인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까지 포함해 심사할 필요가 있다면, 승인 요건 심사대상을 명확히 규정하도록 법령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카카오뱅크 주식을 직접 취득해 대주주가 되려는 카카오 이외에 카뱅 주식은 없지만 카카오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김범수 의장을 심사할 필요가 있다고 금융당국이나 국회가 판단한다면, 특례법을 다시 정비하라는 의미다. 뒤집어 보면, 법제처는 카카오를 통해 카뱅을 실질적으로 지배할 김범수 의장을 심사할 필요가 있는지 없는지 ‘금융감독의 실질’에 대해선 판단해보지 않았다는 얘기다.
법제처는 법령해석을 할 때 ‘문언적 의미’에 초점을 맞췄다고 강조했다. 법문에 인터넷은행 주식을 직접 취득하지 않은 계열주를 심사해야 한다는 명시적 표현이 없다는 점과 아울러 이에 대한 명시적 표현을 법문에 담은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이 만들어진 이후에 인터넷은행 특례법이 제정됐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은 점을 들었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은 증권사·보험사 등의 대주주 자격을 심사할 때 주식을 직접 취득하든 안 하든 개인 최대주주를 심사 범위에 넣도록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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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내어 “이번 해석은 현행 은행법과 특례법상의 문언과 금융감독의 원리, 기존의 운용 사례 등을 조금만 주의 깊게 살폈더라면 충분히 회피했을 수 있는 ‘편협한 논리의 함정’을 자초한 것”이라며 “(대주주 자격배제 요건인)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범수 의장이 심사대상이 아니라는 특혜적 해석을 통해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가 되는 데 중요한 걸림돌을 해소하고자 함인지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법제처는 특례법 법문에서 ‘주식을 보유할 수 있는’ 비금융주력자의 자격과 승인 요건을 정한다는 표현을 쓴 점을 들어 주식을 직접 가지고 있어야 심사대상이라고 보았다. 하지만 참여연대는 현행 은행법 2조가 ‘보유’의 개념을 ‘동일인이 자기 또는 타인의 명의로 주식을 소유하거나 계약 등에 의하여 의결권을 가지는 것’으로 규정한 점을 들어, 주식을 직접 취득한 해당법인뿐 아니라 그 법인의 특수관계인까지 포함하는 ‘동일인’ 기준으로 대주주 자격을 살펴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범수 의장은 카카오의 가장 중요한 특수관계자이자 동일인이다.
이번 해석을 앞으로 인터넷은행 대주주 심사에서 적용할 경우 공정거래법이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을 위반한 재벌 개인 대주주도 중간에 깨끗한 회사를 하나 끼워 넣으면 은행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어진다. 실제 특례법 제정 당시 이를 법령에 명시하지 않고 해석의 영역에 맡겨둘 경우 금융감독이 무력화될 것이란 우려도 국회에서 제기된 적이 있다. 지난해 9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선 이학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동일인 전체를 심사할 수 없다면 인터넷은행을 지배하려고 하는 실질적인 자연인 최대주주에 대해서라도 심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곧 이은 국회 본회의에서도 채이배 의원(바른미래당)이 “심사대상을 직접 투자하는 주주뿐만 아니라 총수 개인 일가, 즉 특수관계인도 포함하도록 논의하였으나 영문을 알 수 없게 그런 내용은 빠졌다. 결국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명분은 꼼수에 불과하다”고 발언했다.
이날 전국금융산업노조(금융노조)도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은산분리 완화·대주주 적격성 심사기준 완화 검토 등 인터넷은행 정책에 대해 집중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관료집단의 책임을 물어 금융위원회 해체와 산업진흥 정책에 금융감독이 휘둘리지 않도록 감독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금융노조는 당분간 금융위원장 퇴진과 금융위 해체 투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정세라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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