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4 (일)

이슈 음주운전 사고와 처벌

[르포] "윤창호가 누군데?!" 음주특별단속 첫날, 도로 위 '천태만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맥주 3잔만 마셨다" → "'면허취소'입니다"
"음주운전 3번 밖에(?) 안해봤는데 억울"
경찰 "개정 초반, 단속 건수 늘 것"


파이낸셜뉴스

'제2 윤창호법'이 시행된 25일 자정 서울 영등포구의 한 도로. 서울 영등포경찰서 교통안전계 경찰관들이 음주운전 단속을 진행 중이다. / 사진=최재성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만나서 한 잔, 예의로 한 잔, 헤어지니까 한잔. 딱 세 잔 마셨습니다"

'제2 윤창호법'이 25일 자정을 기점으로 시행됐다. '더 이상의 음주단속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준은 엄격하다.

단속을 나온 경관 앞에서 "딱 한잔 마셨어요"라는 변명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을 듯하다. 소주 한 잔만 마셔도 측정되는 혈중알코올농도 0.03%, 새로운 도로교통법의 면허정지 기준이다.

■'맥주 3잔에 면허취소?'
제2 윤창호법이 시행된 이날 자정 영등포의 한 도로. 언론을 통해 제2 윤창호법의 시행과 특별단속이 대대적으로 보도됐지만, 음주운전자들은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첫번째 음주운전자가 나타나기까지는 불과 18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대리운전을 기다리다 못해 운전대를 잡았다는 강모씨(37)는 경찰관들을 향해 "진짜 맥주 3잔만 마셨다"며 언성을 높였다. 바로 진행된 호흡측정에서 나온 강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096%. 면허취소 수치였다. 도로교통법 개정 이전(혈중알코올농도 0.1% 이상 면허취소)이었다면 면허정지로 그쳤을 수치다.

파이낸셜뉴스

'제2 윤창호법'이 시행된 25일 0시 18분께 서울 영등포구의 한 도로에서 음주 단속에 걸린 운전자가 차량에서 내리고 있다. / 사진=최재성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단속 경찰관이 제2 윤창호법에 대해 꼼꼼히 설명하자 강씨는 "윤창호가 누군지도 난 모른다"며 "그동안 음주운전 3번밖에 안했는데 너무 억울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씨는 40여 분에 걸친 실랑이 끝에 채혈을 통한 재측정을 받겠다며 단속 경찰관들과 인근 병원으로 향했다.

오토바이 운전자들도 음주운전 단속의 손길을 피하지 못했다. 이날 예정된 단속 종료 시 8분 전인 1시 52분께 스쿠터를 몰다 적발된 이모씨(29) 역시 면허취소 수치인 혈중알콜농도 0.095%를 기록했다.

파이낸셜뉴스

'제2 윤창호법'이 시행된 25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의 한 도로에서 음주 단속에 걸린 오토바이 운전자 이모씨(29)의 혈중알코올 농도. 면허취소 수준인 0.095%를 기록했다. / 사진=최재성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음주 후 수면을 취해 술이 깬 줄 알았다고 주장한 이씨는 "(혈중알코올농도는)사람 체질마다 다를 수 있는 건데 무슨 기준으로 취했다 안 취했다를 결정하냐"며 발끈했다. 이씨 역시 채혈을 통한 재측정을 받겠다며 인근 병원으로 향했다.

경찰 관계자는 "많은 음주운전자가 적발 이후 채혈 재측정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은데 채혈 재측정에서 혈중알코올농도가 더 높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음주운전 근절, 이번에야말로?
음주운전 사고로 세상을 떠난 윤창호씨가 남긴 유산 '윤창호법'은 지난해 12월 18일부터 시행됐다. 25부터 시행된 '제2 윤창호법'은 말 그대로 한층 강화된 음주운전 단속 기준이다.

면허 정지 기준은 기존 혈중알콜농도 0.05%에서 0.03%로, 면허 취소 기준은 기존 혈중알콜농도 0.1%에서 0.08%로 강화됐다. 처벌도 강화돼 음주운전 사망사고의 경우 이유를 불문하고 3년 이상의 징역형이 내려지게 됐다.

하지만 음주운전 근절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도로교통법 개정 이전에 훈방조치 됐던 음주운전자들이 이제는 단속대상이 됐기 때문에 경각심 제고가 제대로 이뤄지기 전까지 한동안은 단속 건수는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뉴스

'제2 윤창호법'이 시행된 25일 자정 서울 영등포구의 한 도로. 서울 영등포경찰서 교통안전계 경찰관들이 음주운전 단속을 진행 중이다. / 사진=최재성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