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경향신문 언론사 이미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방향만 바꿨을 뿐인데…브랜드가 살아났다

경향신문
원문보기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방향만 바꿨을 뿐인데…브랜드가 살아났다

서울맑음 / -3.9 °
브랜드 로고 변천사
위스키 브랜드 ‘조니 워커’의 마스코트인 ‘스트라이딩 맨’은 1908년 첫선을 보였을 당시에는 왼쪽을 향해 걷는 모습이었으나 1999년 ‘계속 걸어가시오(Keep Walking)’라는 진취적인 문구와 함께 현재처럼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디아지오 코리아 제공

위스키 브랜드 ‘조니 워커’의 마스코트인 ‘스트라이딩 맨’은 1908년 첫선을 보였을 당시에는 왼쪽을 향해 걷는 모습이었으나 1999년 ‘계속 걸어가시오(Keep Walking)’라는 진취적인 문구와 함께 현재처럼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디아지오 코리아 제공


브랜드를 혁신하려는 기업은 브랜드의 얼굴인 ‘로고’도 바꾼다. 소비자에게 시각적으로 가장 친숙한 로고를 바꾸면 ‘새롭다’는 인상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영의 방향성까지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조니워커, ‘과거’ → ‘미래’ 방향

스토리 마케팅 입혀…판매량 1위


대표적 사례로 ‘조니 워커’를 들 수 있다. 세계 판매량 1위 위스키 브랜드로 스코틀랜드 에어셔주의 상인인 존 워커가 1820년 처음 판매를 시작해 대를 물려가며 현재의 브랜드 형태를 갖췄다. 2대째에 네모난 병과 사선으로 가로지르는 라벨 디자인을 도입했고, 3대째였던 1908년에 만화가 톰 브라운이 그린 ‘스트라이딩 맨’ 캐릭터를 도입했다. 중절모와 지팡이를 든 이 마스코트는 거의 100년 가까이 왼쪽을 향해 걷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판매량이 부진하자 1999년 주류기업 디아지오는 로고를 변경했다. 왼쪽을 향해 걷던 캐릭터를 ‘오른쪽’을 향해 걷도록 바꾼 것이다. 직관적으로 볼 때 ‘과거’를 뜻하는 왼쪽보다는 ‘미래’를 뜻하는 오른쪽을 향하는 게 “계속 걸어가시오”(Keep Walking)라는 마케팅 문구와 더 맞아떨어졌다.

광고전문가 제이슨 코볼드는 2013년 당시 인터뷰에서 “위스키는 ‘성공한 남성’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상품인 반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성공은 부나 지위보다는 ‘내면적 성장’이라는 의미가 강했다”면서 “이 때문에 디아지오는 ‘조니 워커’라는 아이콘을 한 개인의 발전에 영감을 주는 이미지로 바꾸고자 했다”고 말했다. 2000년부터 ‘조니 워커’는 역경에 굴하지 않고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광고시리즈로 제작해 브랜드에 스토리를 입혔고, 이에 힘입어 이듬해에는 경쟁 브랜드인 ‘시바스 리갈’을 제치고 세계 판매량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에는 ‘세계 여성의 날’ 기념으로 첫 여성 캐릭터를 담은 ‘제인 워커’ 한정판을 출시하는 등 사람들이 브랜드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마케팅을 잇고 있다.

진로 소주, 원숭이에서 두꺼비로

말썽꾼에서 믿음직한 이미지 변신


조니 워커와 비슷한 사례로 국내에서는 ‘진로 소주’를 꼽을 수 있다. 1924년 평안남도 용강에 설립된 ‘진천양조상회’에서 처음 만든 소주에는 무르익은 벼 사이로 두 마리의 ‘원숭이’가 앉은 모양의 라벨이 붙어 있었다. 서북 지방에서는 원숭이가 사람과 소통하며 술도 즐기는 영물로 인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1954년 서울 영등포구로 회사를 옮긴 뒤에는 원숭이를 빼야 했다. 남한에서는 원숭이가 ‘교활한 말썽꾼’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했다.

대신 등장한 게 두꺼비였다. 믿음직하고 유순한 성질, 다산과 장수 등 여러 이미지가 제품과 부합한다고 본 것이다. 이후 진로 소주병에는 벼 사이로 오른쪽을 향해 앉아 있는 두꺼비 한 마리가 등장한다. 이 두꺼비는 1965년쯤 왼쪽으로 자리를 바꿔 앉았고 1967년에는 두꺼비 주변의 쌀 이미지가 사라졌다. 1960년대 정부가 양곡을 원료로 한 증류식 소주 제조를 금지한 데 따른 변화다.


이후 진로소주는 승승장구하며 ‘두꺼비 한 마리 잡자’가 곧 ‘소주 마시자’와 같은 표현으로 통용될 정도로 인기를 얻었다. 1970년 소주 시장 1위에 등극하며 25도 소주 도수를 표준화했다. 1998년 참이슬로 리뉴얼하며 최초로 23도의 소주를 출시했으며, 현재까지 국내 대표 소주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최근에는 ‘뉴트로’ 트렌드에 맞춰 옛 두꺼비 캐릭터 디자인을 살린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건강’을 비롯한 그 시대 트렌드에 맞춰 브랜드 캐릭터들이 변화하기도 한다.

미쉐린·맥도널드 슬림해진 캐릭터

‘건강’ 등 시대 트렌드 맞춰서 변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트레이드마크 중 하나로 손꼽히는 미쉐린의 마스코트 ‘비벤덤’(Bibendum)은 1898년 첫선을 보였다. 자전거 타이어를 겹겹이 쌓아올린 둥그런 캐릭터는 ‘지금은 마실 시간’을 뜻하는 라틴어 ‘Nunc est bibendum’을 외치는 포스터 그림에서 유래했다. 당시에는 타이어 재료로 탄소가 사용되지 않아 대부분의 타이어가 흰색 또는 베이지색 계통이었기 때문에 캐릭터도 흰색이었다.


하지만 뚱뚱하고 큰 덩치의 대명사로 ‘미쉐린 맨’이 사용되는 등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를 얻자 회사는 1980년대에는 달리는 모습의 캐릭터를 등장시키고 100주년인 1998년에는 조금 더 슬림해진 새로운 버전을 공개했다. 캐릭터 초기에는 시가를 피우기도 했지만 1920년대 이후 현재는 금연 중이다.

프랑스의 타이어 기업 미쉐린의 캐릭터 ‘비벤덤’은 1898년 처음 등장했을 때는 술잔을 든 뚱뚱한 모습이었으나 여러 차례 변화를 거쳐 100주년인 1998년에는 한결 날씬한 모습으로 단장했다. 미쉐린 제공

프랑스의 타이어 기업 미쉐린의 캐릭터 ‘비벤덤’은 1898년 처음 등장했을 때는 술잔을 든 뚱뚱한 모습이었으나 여러 차례 변화를 거쳐 100주년인 1998년에는 한결 날씬한 모습으로 단장했다. 미쉐린 제공


패스트푸드 업체인 맥도널드의 캐릭터 ‘로널드 맥도널드’도 비만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자 2000년대 중반 한층 홀쭉해진 몸매로 여러 운동을 하는 활동적인 모습으로 달라진 바 있다.

사업을 더 확장하기 위한 포석으로 브랜드 로고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스타벅스다.


스타벅스는 2011년 창립 40주년을 맞아 로고에서 ‘스타벅스 커피’라는 글자를 지웠다. 그리스 신화의 ‘세이렌’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든 로고에서 세이렌만 남긴 것이다. 당시 업계는 이것이 스타벅스가 사업 분야를 커피 외에 제빵·차·주스·요구르트 등으로 다각화하려는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유공간 스타트업인 ‘위워크’는 올해 초 기업 이름을 ‘더 위컴퍼니’로 변경했다. 주거공유사업인 ‘위리브’, 교육사업인 ‘위그로’ 등으로 사업을 확장한 데 따른 변화다. 로고도 기존 ‘위워크’에서 ‘위’로 변경했다. 위워크 공동창업자 아담 노이만은 “단순히 사무실을 임대하는 것이 아니라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 모두에서 사람들 삶의 모든 측면까지 아우르고 싶다”며 사명 변경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최민영 기자 min@kyunghyang.com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