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카풀 시범 서비스를 중단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모빌리티 서비스 도입을 둘러싼 업계의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갈등의 시작은 카풀에 대한 택시업계의 반발이었지만, 최근에는 타다 등 모빌리티 서비스 전반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그동안 사태를 관망하던 정부와 정치권도 논의에 나섰지만, 갈등이 해결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민주평화당 유성엽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타다'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정부·정치권, 뒤늦게 모빌리티 갈등 논의
지난 20일 민주평화당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타다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정치권에서 타다 관련 논란에 입장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평화당 김경진 의원은 “타다의 불법을 알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타다는) 현행법을 위반한 범죄자”라고 비판했다. 그는 타다가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고 있다며 “(정부는) 타다에 대해 즉각 폐쇄 명령을 내리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 의원이 언급한 타다의 합법 여부는 모빌리티 업계 안팎에서도 논란이다. 택시업계의 고발로 타다를 수사 중인 검찰은 타다의 합법성 여부를 묻는 의견조회서를 최근 국토교통부에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타다의 합법 여부를 둘러싼 업계의 갈등이 치열하지만,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지금까지 유권해석을 내놓지 않고 있다.
모빌리티 사업을 둘러싼 갈등은 정부 차원에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 다수의 시각이다. 그동안 택시를 규제해 온 정부가 신산업 환경에 맞는 규제 혁신을 제시하고, 카풀이나 타다와 같은 모빌리티 사업과의 공정한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카풀에서 시작된 업계의 갈등이 수개월 지났지만, 정부는 최근에서야 업계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지난 14일 국토부는 모빌리티 사업자와의 간담회를 가졌다. 모빌리티 사업자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상황에서 정부와 업계 관계자 간의 사실상 첫 상견례였다.
이날 간담회는 정부가 모빌리티 사업자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평가되지만, 당초 기대했던 것보다 얕은 수준의 대화만 오갔다. 모빌리티 사업자들은 정부를 향해 “적극적으로 택시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플랫폼 서비스 사업을 할 수 있는 안정적인 토대가 마련된다”고 입을 모았지만 국토부는 “업계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플랫폼 업계로부터 규제 개선 방안 등 아이디어를 수렴하겠다”는 원론적 입장만 내놨다.
◆모빌리티 서비스 우후죽순 등장, 가격은 점점 높아져
지난 3월 사회적 대타협에서 정부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과 택시운송사업발전법 개정을 추진키로 했으나 국회 파행 등을 이유로 지금까지 진전이 없다. 이때 함께 논의한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 역시 상반기 내 출시를 목표로 했지만, 아직 밑그림조차 나오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모빌리티 업계는 새로운 서비스를 잇따라 선 보이고 있다. 스타트업 차차크리에이션은 오는 8월부터 타다와 같은 모빌리티 서비스 차차밴을 출시키로 했다. 차차크리에이션은 연말까지 총 1000대의 차량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인데, 이는 현재 타다가 운영하는 차량 대수와 비슷한 수준이다. 차차크리에이션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면 서울과 수도권에만 2000대 가량의 승합차 모빌리티 서비스가 운영되는 셈이다.
기존 택시에 플랫폼 서비스를 연계한 모빌리티 서비스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올해 초 웨이고 블루가 출시된 데 이어 마카롱 택시도 최근 영업을 시작했다.
현재 타다를 운영 중인 VCNC도 타다 프리미엄 출시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의 타다는 11인승 승합차로 서비스하는 방식이었는데, 타다 프리미엄은 자체 차량이 아닌 개인 택시나 법인택시 차량을 이용한다.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의 등장으로 시장에서 승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선택지는 넓어졌지만, 가격은 도리어 비싸지고 있다. 서울 기준 일반택시의 기본요금은 지난 3월부터 3800원으로 인상됐고, 플랫폼 택시인 웨이고블루의 기본요금은 호출비를 포함해 6800원이다. 고급택시로 출시된 우버블랙의 기본요금은 5000원, 카카오블랙은 6000원, 리모블랙은 8000원에 달한다.
요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은 카풀이었지만 지난 1월 18일 시범서비스가 중단된 뒤로 재개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카카오 카풀의 경우 시범 서비스 당시 일반택시보다 20∼30% 저렴한 수준에서 가격이 책정됐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사진=세계일보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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