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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슈 자율형 사립고와 교육계

[상산고 자사고 재지정 취소]3선 진보교육감의 '예고된 결과'···상산고 "결국 정치적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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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개 지표 중 15개 만점 불구

'재량평가' 감점이 결정적 역할

규정위반 사례로 5점이나 깎여

통과기준 80점에 0.39점 미달

상산고, 소송 등 강경대응 예고

교육부 "탈락여부는 내달 결정"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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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형사립고 재지정 평가 첫 순위로 주목받았던 전주 상산고가 불과 0.39점 차이로 결국 지정 취소됐다. 다른 지역과 달리 전라북도교육청이 교육부 권고안보다 높은 통과기준 80점을 고수한 것이 재지정 취소의 빌미가 됐다. 현 정부가 고교 서열화를 막아 공교육을 살리겠다며 추진하는 ‘자사고 폐지’ 정책의 첫 희생양이 되면서 이념논란도 불러오고 있다. 올해 전국 24곳의 자사고들이 재지정 평가를 받아야 하는 가운데 가장 먼저 나온 이번 결과에 대해 학교와 학부모들은 “자사고 폐지를 위한 정치적 결정에서 비롯됐다”며 행정소송 등 법정 싸움을 예고해 자사고를 둘러싼 갈등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0일 전라북도교육청은 전주 상산고등학교가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79.61점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통과기준인 80점에 불과 0.39점 미달해 재지정 취소 처분을 받았다. 전북교육청에 따르면 상산고는 총 31개 지표 중 15개에서 만점을 받았다. △학생 전출 및 중도 이탈 비율(4점) △다양한 선택과목 편성·운영(5점) △기초교과 편성 비율(5점) △법인 전입금 전출계획 이행 여부(3점) △학생 1인당 평균 장학금(2점) 등이 이에 해당된다. 하지만 ‘감사 등 지적 및 규정 위반 사례’에서 5점이 깎이고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에서 4점 만점에 1.6점을 받는 등 다른 분야에서 감점을 받아 최종 미달 됐다. 이날 상산고와 함께 발표된 경기도교육청의 안산 동산고 재지정 평가 결과도 지정취소로 나왔다. 반면 광주·전남에서 유일한 자사고인 광양제철고는 전라남도교육정 평가 결과 재지정 통과에 성공했다.

두 교육청의 이번 발표는 전체 자사고 재지정 평가 전반에 논란을 낳을 것으로 우려된다. 우선 다른 지역과 달리 전북교육청이 연초 교육부가 제시한 재지정 통과 권고 점수 70점보다 10점 높은 80점을 고수한 것이 문제로 지적된다.실제 전북교육청을 제외한 다른 시도 교육청은 재지정 평가 통과기준점을 교육부 권고와 같은 70점으로 하고 있다. 특히 상산고가 전국 단위 자사고인 점을 고려하면 학생 인원 모집 등 교육은 전국을 대상으로 하면서 재지정 평가는 지역별로 달리 받는 것이 억울할 수밖에 없다.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진보성향으로 3선에 성공한 교육감이다. 특히 그는 그동안 자사고 폐지를 강하게 주장해 왔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이날 상산고의 재지정 취소에 대해 ‘예고된 결과’였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이번 자사고 재지정 평가부터 강화된 교육청 재량 점수도 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낳고 있다. 연초 교육부는 자사고 재지정 평가 지표를 수정하면서 교육청의 재량평가 점수를 기존 10점에서 12점으로 상향했다. 해당 점수 안에서 교육청이 자율적으로 자사고를 평가해 점수를 주는데 자사고 탈락을 위한 ‘표적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이번 상산고 평가에서도 전북교육청은 재량평가인 ‘감사 등 지적 및 규정 위반 사례’로 5점의 가장 높은 감점을 했다. 상산고도 재지정 평가에 대한 논란에 전북교육청을 대상으로 행정소송 등 강경 대응 계획을 밝혔다. 박삼옥 상산고 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평가 결과가 형평성·공정성·적법성에 크게 어긋났다”며 “이를 전면 거부하고 강력히 투쟁을 펼쳐나갈 것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박 교장은 이번 평가결과가 교육청의 정치적 결정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이번 평가가 김승환 전북교육감의 의도가 있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원래부터 지정 취소할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면 “행정소송 및 가처분 신청 등 법적 구제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외에 상산고는 물론 서울의 자사고 학부모들도 전북교육청 결정에 집단 반발했다. 상산고 학부모 100여명은 이날 전북교육청 앞에서 상복을 입고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퇴진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고 서울자사고학부모연합회도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어 “자사고 운영평가를 빙자해 교육 선택권을 박탈하는 ‘자사고 죽이기’를 당장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다만 이번 교육청의 재지정 취소가 해당 학교의 자사고 탈락으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다. 초중등교육법에 따르면 교육감은 자사고 평가 이후 청문회를 열고 20일 이내에 해당 결과를 바탕으로 교육부 장관에게 지정취소 동의를 신청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각 교육청의 신청이 오면 올해 하반기 치러지는 2020학년도 고등학교 입학전형을 고려해 자사고 탈락 여부를 7월 안에 신속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상산고와 안산 동산고 모두 법원에 가처분 신청 등 행정소송을 할 것으로 예상돼 법정 다툼은 별개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사고 재지정 평가의 정치성에 대한 각종 비판도 쏟아져 나왔다. 바른미래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 공약이라고 (자사고 폐지를) 밀어붙이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라며 “교육마저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결여한 채 근시안적 이념 편향으로 과속 무단 질주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보수적 교육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김대중 정부 때 도입돼 노무현 정부를 거쳐 이어온 자사고 정책이 교육감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좌우돼서는 안 된다”며 “교육부가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취소 결정에 동의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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