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단체, 열악한 처우 고발 "숙식·의료권도 보장 못 받아"
난민인권네트워크는 2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항에서 난민신청자의 인권침해 실태를 고발하고 있다. [촬영 박의래 기자] |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이집트인 모하메드 아보지드 씨는 2013년 이집트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하다 이집트 군사법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가까스로 이집트를 탈출해 2018년 4월 인천공항에 도착해 난민 신청을 했지만, 면접관은 "2013년 쿠데타 이후 보안이 엄격해져 어떤 시위도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보지드의 주장을 거짓으로 몰아세웠다.
또 인천공항 출입국에서 이집트 대사관에 연락하는 바람에 본국에 있는 아보지드씨의 막냇동생이 체포되는 등 가족들이 고초를 겪었다.
아보지드씨도 망명 신청이 거부돼 이집트로 추방될 뻔했지만 한국 인권단체와 연락이 닿아 공항에서 지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공항에서는 제대로 생활할 곳이 없고 공항 직원들은 계속해서 탑승을 준비하라고 압박했다.
인권단체의 도움으로 공항에서는 나올 수 있었지만, 그는 여전히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아보지드씨는 "인천공항 수사관의 부주의와 비양심으로 저와 제 가족이 고통을 받고 있다"며 "한국의 사법제도와 정의를 통해 공항에서 제게 벌어진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보지드씨는 그나마 한국 인권단체의 도움을 받았지만 많은 난민이 공항에서 변호사 접견도 제대로 못 하고 강제로 출국당한다고 난민 인권운동 단체들은 지적한다.
난민인권네트워크는 2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항에 머무는 난민이 어렵게 변호사 접견을 신청해도 접견일 전에 강제 송환되는 사례가 계속해서 생기고 있다"며 "제주국제공항에서 변호인 접견이 성사된 사례가 한 건도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8년 8월에 송환된 한 난민은 인천공항에서 10시간 동안 수갑을 차고 있었고 한밤중에 따로 불려가 폭행당하기도 했다"며 "공항의 화려함 너머에는 비인간적인 폭력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항에 머무는 난민들의 열악한 처우도 우려했다.
단체는 "공항에 머무는 난민들은 숙식이나 건강 문제를 알아서 해결해야 한다"며 "아이와 여성들이 사생활 보호가 전혀 안 되는 출국장에 방치돼 빵과 초콜릿으로 끼니를 해결하고 있으며 의사가 없어 제대로 된 의료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단체는 "한국의 헌법과 법에 의하면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공항에서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며 "공항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인권침해를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난민인권네트워크는 공항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 사례를 모아 조만간 인권위에 진정할 계획이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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