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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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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셔틀] 인디게임 '궁수의 전설' 흥행은 당연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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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수의 전설 대기화면(좌), 게임 시작 첫 화면(우)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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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모바일게임 시장은 인기 IP를 활용하거나 PC 온라인게임 못지 않은 자본이 투입된 대작 모바일게임도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이름부터 로고까지 촌스러운 인디게임 하나가 별다른 마케팅이나 홍보도 없이 구글플레이 스토어 매출 10위권에 장기간 머무르고 있다. 하비(Habby)라는 이름도 낯선 싱가포르 회사가 서비스하는 ‘궁수의 전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름만 들었을 땐, 다른 활 쏘기 게임과 같이 직접 시위를 당겨 화살을 쏴 과녁을 맞추는 흔한 방식의 게임일 줄 알았다. 그러나 실제 게임을 해보니 ‘스타크래프트 2’ 해병 ‘허리 돌리기’하듯 손가락을 바삐 움직여야 하며, 무작위로 주어지는 스킬을 상황에 맞게 조합해 나가는 전략 요소를 갖춘 로그라이크 슈팅 게임이었다. 게임성 역시 매출순위 최상위권 진입이 충분히 납득될 정도였다.


▲ '궁수의 전설' 공식 게임플레이 트레일러 영상 (영상출처: 하비 공식 유튜브 채널)


운과 실력, 그리고 꾸준함까지 갖춰야

‘궁수의 전설’ 조작법은 매우 간단하다. 손가락 하나로 캐릭터를 움직이며 활을 쏴 적을 해치우기만 하면 된다. 이동하다 멈추면 활을 자동으로 쏘기에 누구나 10초 만에 익힐 수 있다. 그러나 편리한 조작과 별개로 게임 진행은 매우 까다롭다. 챕터 당 50개 스테이지로 구성돼 있는데, 상위 스테이지로 나아갈수록 등장하는 적들의 공격패턴이 복잡해지고 한꺼번에 여러 종류가 출몰하기도 한다. 그리고 암벽, 물가, 울타리, 가시, 움직이는 톱날 등 필드 위 지형 요소도 다양해 적의 공격을 회피하는 것만으로도 손가락이 바빠진다.

순발력과 더불어 섬세함도 요구된다. 움직이는 동안 화살을 날리는 소위 ‘무빙샷’이 불가하고, 투사체가 확정적으로 명중하는 것이 아니기에 적의 공격을 정확한 타이밍에 피하고, 곧바로 정지해 활을 쏴야 한다. 레벨이 오를 때마다 선택지로 주어지는 3가지 무작위 스킬도 효율적으로 조합해야 한다. 참고로 맵 구성이나 몬스터, 스킬 등은 매번 랜덤으로 바뀌기에 운이 나쁘다면 어떤 것을 선택해도 죽음을 면치 못한다.

챕터 중간 스테이지에서 사망할 경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지만, 게임을 진행하면서 얻은 코인, 장비, 장비강화 아이템 등을 이용하면 캐릭터 능력치를 상승시킬 수 있다. 부족한 실력과 따라주지 않는 운에 몇 번 게임 오버를 맞더라도, 반복적인 파밍을 통해 충분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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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운을 시험하는 요소가 게임 내에 산재해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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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복적 파밍으로 캐릭터 육성할 수 있어 꾸준함만 있으면 운과 실력을 상쇄할 수 있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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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난관이 선사하는 신선함과 즐거움

‘궁수의 전설’의 가장 핵심적인 재미는 호쾌한 액션이다. 다양한 종류의 수 많은 몬스터가 플레이어를 향해 공격을 하고, 이를 아슬아슬하게 피하면서 화살을 쏴 몬스터를 처치하는 쾌감은 최근 나온 모바일게임 중에선 단연 최고 수준이다. 스킬 조합에 따라 이런 쾌감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데, ‘공격속도 부스트’로 공격속도를 올리고, 각종 ‘화살 +1’, 적에게 맞은 화살이 다른 적에게 튕겨 연쇄 피해를 주는 ‘리코셰’, 화살이 벽에 부딪히면 반사되는 ‘반동의 벽’ 등을 장착한다면 다수 화살이 화면을 가득 채우며 적을 쓸어버리는 장관을 연출할 수도 있다.

이 게임이 인기를 끄는 요소는 단순히 호쾌한 액션 뿐만이 아니다. 이러한 액션을 반복적으로 즐길 수 있게 하는 레벨 디자인 역시 잘 짜여 있다. 사실 ‘궁수의 전설’은 프로게이머급 피지컬이 아니라면 누구나 여러 번 죽기 마련이다. 어찌 보면 소울라이크 류와 같이 죽어 가며 배우는 느낌도 든다. 다만, 소울라이크 게임과 다른 점은 스테이지가 매번 재도전 시마다 바뀌어서 공략법이 딱히 의미가 없어지고, 내 캐릭터가 매번 성장해서 좀 더 수월하게 깰 수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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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면을 가득 채우는 화살이 펼치는 화끈한 액션이 일품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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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매번 바뀌는 지형과 등장 몬스터, 레벨업마다 무작위로 주어지는 스킬 등의 로그라이크 요소는 게임을 지속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일등공신이다. 내 캐릭터 스킬과 지형, 몬스터 간 상성이 스테이지마다 달라지기에 정형화된 공략 틀이 없고, 상황에 따라 효율성을 고려한 판단을 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를 들어 물가에 가로막혀 최후를 맞았을 경우, 다른 게임이라면 재도전 시 물을 건널 수 있는 ‘워터워커’ 스킬을 장착하는 것이 주된 공략법일 것이다. 그러나 '궁수의 전설'에서는 다르다. 다음 플레이에도 같은 물가가 나오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앞뒤로 화살을 발사하는 ‘후방화살 +1’ 스킬은 일반적인 상황에선 효과를 보기 어렵지만, 암벽을 등지고 '반동의 벽' 스킬과 조합한다면 순간적으로 거센 화력을 낼 수 있다. 스킬 선택 시 어떤 지형에서 싸우게 될 지 예상할 수 없기에 어느 정도 운이 따라줘야 하지만, 자신의 스킬에 유리한 지형이나 상황을 유도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과금 시스템 역시 꽤나 호감형이다. ‘궁수의 전설’은 과금 없이도 시간을 들이면 충분히 챕터를 클리어해 나갈 수 있으며, 과금 아이템은 이런 시간과 노력을 단축시키는데 집중돼 있다. 구매한 보석으로 상자를 열어 장비를 얻거나, 캐릭터 강화에 쓰이는 코인을 구매하는 등이다. 요즘 세상에 투자한 만큼 눈에 띄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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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변수가 있기에 매번 다른 게임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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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스킬 성능이 판이하게 달라진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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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이 납득이 되는 게임

이처럼 '궁수의 전설'은 자신의 현재 순위가 결코 우연이 아님을 게임성으로 증명한다. 비록 한국어 번역이 매끄럽지 못하고, UI나 캐릭터, 배경 등 전체적인 디자인이 타 유명 게임과 흡사한 점은 조금 껄끄럽지만, 어쨌든 재미는 확실하다.

이 게임을 하면서 수십 수백 번 죽음을 맞았음에도, 화가 나거나 흥미를 잃어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내 안에 잠들어 있는 도전정신을 간지럼 태우듯 자극하는 점은 꽤나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확률 아이템과 전투력 위주 페이 투 윈에 지쳐 있는 게이머라면 '궁수의 전설'로 지친 감정을 힐링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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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자인은 아쉬웠지만 과금 요소까지 착한 재미있는 게임이다 (사진: 게임메카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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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메카 서형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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