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양희 유엔 미얀마 인권특별보고관 인터뷰
이양희 유엔 미얀마 인권특별보고관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연구실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
동남아시아 방글라데시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난민촌이 있다. 남동부 해안도시 콕스바자르에 위치한 로힝야 난민촌이다. 현재 약 100만명의 난민들이 이곳에서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나 교육도 받지 못한 채 살아간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우기가 시작되는데 언덕 지대에 비탈길을 따라 세워진 난민캠프에 사는 사람들은 홍수와 산사태 피해 우려로 밤잠도 이루지 못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대규모 난민 발생의 근본 원인인 미얀마 정부의 무차별 학살·탄압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인에게는 물리적 거리만큼, 어쩌면 그보다도 심리적 거리가 멀다. 한국인들은 왜 로힝야 난민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걸까. 20일 세계난민의날을 앞두고 지난 15일 이양희 유엔 미얀마 인권특별보고관(63)을 그가 재직하는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연구실에서 만나 물었다.
이양희 보고관은 로힝야 난민촌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에 포섭돼 동남아 지역 글로벌 테러리즘의 근거지가 될 것을 우려했다. 이 보고관은 “쿠투팔롱 난민촌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라고 말했다. 그는 “이곳 난민의 55%가 18세 미만 청소년으로 2012년부터 난민촌에 격리된 이 아이들은 학교 교육을 받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또“이라크, 시리아에서 패퇴한 다음 다른 곳에서 세력을 재건하겠다는 이슬람국가(IS)가 어디로 가겠느냐”고 반문했다.
최근 동남아 이슬람권 국가들에서는 IS를 추종하는 세력들의 테러가 심심찮게 일어난다. 지난 4월에는 스리랑카 부활절 연쇄 폭탄테러로 최소 259명이 숨졌다.
국제사회, 자국 이익 얽혀
미얀마 정부의 로힝야 탄압
“내정간섭” 이유로 침묵
이 보고관은 “미얀마와 인접한 동남아 국가들은 물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국가인 중국과 러시아는 로힝야 학살 주체인 미얀마 군부 핵심인사에 대한 제재 결의안 채택까지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역사·정치적인 맥락이 복잡하게 얽힌 일에 섣불리 나서는 것은 내정간섭이라는 이유에서다. 로힝야족은 미얀마가 영국의 식민지배로부터 벗어나려고 할 때 영국 편에 섰다. 이런 이유로 독립을 원했던 다수민족 버마족들의 로힝야족에 대한 분노와 잔혹행위를 응징이라며 옹호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 보고관은 “난민이 어떻게 생겨났고 그 사람들이 왜 핍박을 받게 됐는지 역사적인 배경을 알 필요는 없다”면서 “이 사람들이 현재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닌데 핍박받는 것에 대해서는 지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보고관은 “내정간섭이라는 말을 쓰는 나라일수록 민주화가 덜 된 나라들이 많다”면서 실은 미얀마에 경제적 이해관계가 달려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얀마가 제재를 받으면 교역·투자 기회가 그만큼 줄어들 것을 염려한다는 것이다. 미얀마는 천연자원이 풍부한 나라다.
중국은 자국으로의 대량 전기공급을 위해 이라와디강 수원에 밋소웅댐과 수력발전소를 지으려고 한다. 2016년 이 지역 소수민족인 카친족은 당시 17년간 이어져온 정부군과 정전협정까지 깨뜨리며 격렬하게 반대했다. 이 보고관은 “중국은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구상을 실현시키기 위해서라도 이런 반대 움직임을 무마해 줄 미얀마 군부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은 해적이 자주 출몰하는 말레이시아·싱가포르 사이 말라카 해협을 피해 남부 윈난성 쿤밍에서부터 미얀마 중부 만달레이를 지나 로힝야족 거주지인 서부 라카인주 차우퓨, 남부 안다만해를 잇는 동남아 교역로를 만들려고 한다”고 지적했다. 미얀마 수지 정부의 로힝야 탄압에 눈감는 이유다. 이 보고관은 미얀마에 무기를 파는 러시아도 수지 정부의 로힝야 학살 행태에 침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로힝야족들이 쫓겨난 그 자리에 한국 대기업들이 들어가서 고층 건물을 올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 솔직히 창피하다”고 말했다.
기술·교육 못 받은 아이들
이슬람 극단주의 추종 우려
한국 정부도 압박 노력을
이 보고관은 “로힝야 난민사태를 하루라도 빨리 해결하기 위해서는 힘들고 더디더라도 미얀마 정부를 압박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7년 유엔 총회 결의안을 통과시켜 미얀마 라카인주에서 군부의 로힝야 학살 실태를 조사하는 위원회를 꾸리고,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학살 주동자를 제소할 수 있는 근거자료를 수집하는 기구를 만든 것은 국제사회의 단결이 이뤄낸 성과라고 꼽았다. 이 보고관은 “한국 정부의 원칙과 접근도 인권이 기반이라는 것을 내세웠으면 좋겠다”면서 “미얀마의 교육·의료·보건 부문을 지원하면서 인권 하나만큼은 개선하라고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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