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인천시 서구 당하동 한 음식점에 생수로 조리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
인천시 서구·영종지역에서 ‘붉은 수돗물’이 나오는 적수 현상이 20일 가량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수질검사 기준치만 근거해 안전성엔 문제가 없단 식으로 초기 대응에 실패한 지자체는 여전히 원인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성난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주먹구구식 시정을 비난하고 있다.
17일 박남춘 인천시장은 수돗물 피해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다각도의 분석과 대처에도 불구하고 상황은 쉽게 나아지지 않고, 강화에서까지 의심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며 “너무나 참담한 마음이다.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박 시장은 적수 사고가 일어난 지 5일만인 이달 3일 “예견 가능한 일이었고, 주민 신고에 안이하게 대응했다”고 공식 사과한 바 있다.
시는 적수 사태 초기 적극적 시민 안내·대응에 미흡했음을 인정했다. 박 시장은 “일반적 수계전환이나 단수 때 발생하는 적수 현상이 보통 일주일이면 안정화된다는 경험에만 의존했다. 방류 등 징후에 따른 응급대처 중심으로 행동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박남춘 인천시장이 17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수돗물 피해 관련 기자회견에서 시민들에게 고개숙여 사과하고 있다. 인천시 제공 |
◆ 일선학교로 확산은 진행 중
시는 서구와 영종도의 적수 민원은 감소 추세라고 전했다. 자체 집계를 보면, 이달 첫주까지 하루에 약 3000건의 불편 목소리가 접수됐지만 이후 14일 1336건, 15일 506건, 16일 104건 등으로 줄었다. 다만 현장에서 여전히 물 문제를 호소함에 따라 시는 면밀히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선의 학교도 상황이 심각하다. 지난 14일 기준 서구·영종 내 전체 153개 학교 중 135곳(서구 111곳, 영종 24곳)이 정상급식을 중단했다. 시는 학생들의 수업에 차질이 없도록 생수 및 급수차를 지원 중이다. 그럼에도 파장이 진정되기는 커녕 강화도까지 번지면서 15곳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지역상권도 빠르게 붕괴되는 모양새다. 참다 못한 시민들의 원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서구 수돗물 피해 주민대책위 등을 중심으로 규탄집회가 잇따르고 있다. 검단총연합회·인천서구평화복지연대로 꾸려진 대책위는 “시민들이 납득하고 인내할 수 있을 만한 대책이나 지원책이 전무한 상태다. 주민들의 피해와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6일 오후 인천 남동구 인천광역시교육청에서 열린 '인천 수돗물 적수 발생 현장 점검'에 참석, 모두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 향후 조치는… 언제 정상화될까
정부 원인조사반 등 전문가 진단에 따르면, 그동안 수돗물에서 나온 이물질은 수도 관로 내에서 떨어져 나온 것으로 압축된다. 지속적 말관 방류만으로는 관내 잔류 이물질의 완벽한 제거가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시는 급한대로 공촌정수장과 각 배수장에서 정화작업을 진행 중이다. 또 이물질이 많이 나오는 곳 배관에 직접 구멍 내는 방식으로 물을 흘려 보내고 있다.
단계적으로 시는 15∼18일 정수지 정화 및 계통별 주요 송수관 수질 모니터링, 19∼23일 이물질 배출 요구되는 계통 송수관 방류, 24∼30일 수질 개선 추이에 따른 배수관·급수관 지속 방류를 실시할 계획이다. 인천시는 이번 주중에 가시적인 수질 개선이 이뤄지고, 하순쯤 기존 수질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시는 피해를 입은 시민들에게 상하수도 요금 감면, 음용수 구입비용 및 필터 교체 비용 등을 재정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조만간 세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시행하게 된다. 김광용 기획조정실장은 “환경부 주관의 정부 원인조사반이 앞서 현장조사를 마쳤고 18일에 중간 조사결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천=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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