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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친구 위해 나선 학생들…"민혁이 아버지를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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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국적 김민혁 군 아버지 내일 난민심사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지난해 10월 민혁이가 난민 인정을 받자 어른들은 저희에게 '이제 짐을 내려놓으라'고 하셨습니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인도적이고 공정한 심사를 통해 민혁이 아버님을 난민으로 인정해 주십시오."

10일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만난 이란 국적 난민 김민혁(16·한국이름) 군의 친구들은 이같이 호소했다.

박지민(잠일고), 최현준(잠일고), 추경식(영동일고), 윤명근(송파공고) 군 등 김 군의 서울 아주중 시절 친구들과 오현록 아주중 교사는 이날 법무부가 있는 과천청사 앞에서 릴레이 1인시위를 펼친다.

하루 뒤인 11일 난민심사를 받는 김 군의 아버지 A 씨가 난민으로 인정되도록 정부에 촉구하기 위해서다.

A 씨는 2010년 7살이던 아들 김 군과 함께 사업차 한국에 입국한 뒤 천주교로 개종했다.

엄격한 이슬람 율법이 적용되는 이란에선 '배교(背敎)' 행위는 사형까지 내려질 수 있는 중죄다.

이 때문에 A 씨는 김 군과 함께 2016년 난민신청을 했다. 당시 A 씨는 신앙이 확고하지 않다는 이유로, 13살이던 김 군은 너무 어려 종교적 가치관이 정립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이유로 거절됐다.

다행히 김 군은 지난해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다. 같은 학교 친구들이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하며 힘을 보탠 것이 큰 힘이 됐다.

그러나 A 씨는 아직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했다.

A 씨는 두 번째 난민심사를 앞두고 있다. 이번에도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A 씨는 강제 출국하게 되고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고 주변에선 우려한다. 더구나 아들인 김 군은 국내에서 홀로 지내야 한다.

보다 못한 김 군의 친구들이 이번에도 발 벗고 나섰다. 고등학교에 가면서 뿔뿔이 흩어졌지만 어려운 친구를 돕겠다는 마음에 이날 모두 체험학습을 신청하고 달려왔다.

김 군의 친구들은 "저희가 오늘 이 자리에 선 것은 작게는 민혁이 아버님을 위해서고 크게는 가혹한 난민심사 시스템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심사 결과, 만에 하나라도 민혁이 아버님께 난민 인정 처분 외의 결정이 내려진다면 그것은 우리나라의 혹독한 난민 인권 수준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이고 수치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국제협약인 난민협약과 국내법인 난민법에 의해 규정된 '가족 재결합' 원칙에 따라 민혁이의 직계 보호자인 아버님은 당연히 난민으로 인정돼야 한다"며 "이란 본국으로 귀국하면 민혁이 아버님의 생명은 보장받을 수 없다"라고도 주장했다.

이어 "법무부에서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국회로 갈 것이고 재판에서도 안 된다면 국제사회에 호소할 것"이라며 "우리는 어리고 숫자도 많지 않지만 세상과 맞설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 군도 친구들과 함께했다. 김 군은 이날부터 2주간 난민 인권과 관련된 라디오 캠페인 내래이션에도 참여한다.

김 군은 "그동안 언론 보도가 나왔기 때문에 이란에서도 저희가 개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아빠가 이란으로 돌아가면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며 한국에서 아빠와 함께 생활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박지민 군은 "작년 5∼6월 민혁이 상황을 안 후 그때 상황이 잘못돼 민혁이가 돌아간다면 도와주지 않았다는 사실에 후회할 것 같아서 도와주기 시작했다"며 "난민분들을 고려하지 않은 난민심사 시스템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porqu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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