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뒤덮은 100만 홍콩 시민들…'범죄인 중국송환 반대' 외쳐

홍콩 정부가 추진 중인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오늘(9일) 오후 3시부터 홍콩 섬의 빅토리아공원에서 시민들이 대거 모여든 가운데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집회가 진행됐습니다.

사우나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시위 주최 측은 103만 명 넘는 시민이 오늘 시위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경찰은 시위대가 최대 24만 명에 달했다고 집계했습니다.

주최 측 기준으로 오늘 시위 참가자는 홍콩이 1997년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최대 규모입니다.

홍콩 정부는 중국을 포함해 대만, 마카오 등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범죄인 인도 법안' 입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홍콩 입법회는 12일 '범죄인 인도 법안' 표결을 할 예정입니다.

홍콩의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는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이 법을 악용할 수 있다면서 '범죄인 인도 법안'이 홍콩의 법치를 침해할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중국 송환 반대를 뜻하는 '반 송중' 등의 손팻말을 든 시위 참가자들은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목소리를 외쳤습니다.

지난 7일 홍콩 변호사 3천여 명은 홍콩 대법원에서 정부청사까지 양복을 입고 행진하면서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침묵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시위대는 또 홍콩의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홍콩인들이 거리로 대거 쏟아져 나와 정치적 요구를 분출한 것은 '홍콩의 중국화'로 자유와 인권이 급속히 후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홍콩은 '일국양제'에 따라 1997년 홍콩 주권 반환 뒤 50년 간 중국이 외교와 국방에 대한 주권을 갖지만 고도의 자치권도 부여된 상태입니다.

군중들은 시위가 시작된 빅토리아공원에서 출발해 코즈웨이 베이, 완차이를 지나 애드미럴티의 홍콩 정부청사까지 행진하면서 밤늦게까지 '반 송중' 구호를 외쳤습니다.

부분적으로 시위 참가자와 경찰 간에 몸싸움이 일어나 6명이 경찰에 체포됐지만 전체적으로 시위는 평화적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습니다.

홍콩 외에 시드니, 타이베이, 런던, 뉴욕, 시카고 등 세계 20여 개 도시에서도 연대 시위가 열렸습니다.

이번 법안을 지지하는 한 시민단체는 인터넷을 통해 70만 명이 '범죄인 인도 법안'에 찬성했다면서 홍콩인 다수는 새 법안을 지지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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