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최종심 봐야 카카오 지분 확대 승인 가능…특례법 '현실의 벽'에 좌절
카카오뱅크 케이뱅크(CG) |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김범수 카카오[035720] 의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법원의 1심 무죄 판단에 검찰이 항소함에 따라 카카오뱅크마저 법률 리스크라는 수렁에 빠져들게 됐다.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KT의 케이뱅크 지분 확대가 사실상 어려운 가운데 남아 있는 혁신 주자였던 카카오뱅크도 기약 없는 지분 확대 심사 중단 상황으로 접어드는 것이다.
최근 토스뱅크와 키움뱅크 모두 인터넷은행 신규 예비인가에서 탈락한 상황이어서 어렵사리 제정한 인터넷은행 특례법이 현실의 벽에 막혀 좌절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법조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김범수 카카오[035720] 의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한 1심의 무죄 판단을 두고 항소장을 제출했다.
김 의장은 2016년 카카오가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서 카카오의 모든 계열사를 공시해야 할 의무가 생겼으나 계열사 5곳의 공시를 누락한 혐의로 약식 기소됐다.
금융당국은 김 의장에 대한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섣불리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재개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특혜' 시비에 휘말릴 수 있어서다.
당국으로서는 무죄로 법원의 최종 결론이 난 이후 심사를 진행하는 것이 최선일 수 있다. 카카오 입장에서는 당분간 카카오뱅크의 지분 확대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 총수인 김 의장을 법인과 같은 '동일인'으로 봐야 하는지의 문제도 있다.
김 의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카카오의 범법으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법령해석이 분분할 수 있어 금융위는 지난 4월 법령해석을 법제처에 의뢰했다. 법제처의 해석은 통상 1∼3개월이 걸린다.
동일인으로 볼 필요가 없다는 유권해석이 카카오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 있는 만큼 법제처도 신중한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
현행 인터넷은행 특례법은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이 인터넷은행의 지분 10%를 초과 보유하려면 최근 5년간 부실금융기관의 최대주주가 아니고 조세범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카카오뱅크보다 먼저 문을 연 케이뱅크도 한도초과보유 승인 심사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케이뱅크의 지분을 확대해 대주주가 되려던 KT[030200]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과징금 조치와 함께 검찰에 고발됐다.
금융위는 이를 이유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중단했고, 케이뱅크의 증자 계획도 어그러졌다.
케이뱅크는 KT가 대주주가 될 것을 전제로, 올해 1월 5천9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계획했으나 지난달 412억원 규모의 전환 신주 823만5천주를 발행하는 데 그쳤다. 당초 계획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런 이유로 KT가 아예 손을 떼고 다른 사업자에게 케이뱅크를 넘겨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금융 혁신이 현실의 벽에 줄줄이 발목이 잡히자 인터넷은행 대주주에 대한 적격성 심사 문턱을 낮추자는 논의가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이마저도 기존 사업자에 대한 특혜 논란으로 번지면서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키움뱅크 컨소시엄과 토스뱅크 컨소시엄이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심사에서 떨어지자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0일 당정 협의를 열고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적격성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는 인터넷은행 대주주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것으로, 일부 여당 의원들은 공정거래법 처벌 전력 요건을 현재 5년에서 3년으로 줄이는 등 방안을 제시했다.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 등 11명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인터넷은행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 등의 조문을 삭제하는 내용을 담은 인터넷은행 특례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한 바 있다.
이를 두고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는 "키움뱅크와 토스뱅크가 탈락한 이유와 관련 없이 대주주 자격심사 요건 중 공정거래법 처벌을 따로 거론한 것은 다른 의도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정부·여당의 논의 내용을 보면 KT와 카카오에 한도초과보유 주주 자격을 허용해주기 위한 전략을 모색한 자리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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