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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세월호 인양 그 후는

다뉴브강에 다시 소환된 세월호 "아비들은 마냥 기다릴 수 없다" [매직스피커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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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직스피커 2-1] 준형이 아빠 장훈·건우 아빠 김광배 아버지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사무처장
5년 만에 밝혀지는 진실에 더 절실해지는 가족들의 절규
“진보적인 죽음과 보수적인 죽음이 따로 있나... 천안함 유가족들과도 대화하고 싶어"


파이낸셜뉴스

희생자 추모하기 위해 다뉴브강에 모인 헝가리 시민들. 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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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뉴브강 유람선 침몰에 5년 전 참사가 자연스레 소환된다. '세월호 때 보다 상황이 어렵다', '다뉴브강 물살이 맹골수도 보다 빠르다' 등의 기사가 쏟아진다. 5년 전 발생한 참사는, 한국사회의 잊을 수 없는 상처가 됐다.

그러나 시민들은 5년이나 지난 일을 다시 기억하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 두 자녀를 키우고 있다는 한 50대 남성에게 다뉴브강과 세월호 참사에 대해 묻자, "최근에 다뉴브강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 들을 때 세월호 참사가 떠올라 가슴 한켠이 아려온다"면서도 "자식 잃은 부모 마음은 충분히 이해되지만, 5년이나 지난 일을 다시 정치 쟁점화할 필요가 있나 싶다"고 털어놨다.

5년이나 지난 일이다. 이야기는 나올 만큼 나왔고, 국민들은 아플 만큼 아팠다. 이제는 보내주어야 할 시간이 된 걸까?
지난달 말 서울 합정동의 작은 녹음실에서 만난 두 아버지는 "아직 우리 아이들을 위해 아무것도 한 게 없다"고 말한다. "유가족들이 원하는 건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인데, 뭐 하나 제대로 이뤄진 게 있나"라고도 반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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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관계자들이 세월호 DVR 수거 관련 수사요청서를 전달하기 위해 지난 4월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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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이 지나서야 밝혀지는 진실
지난 3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멀어져 가던 세월호가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2기 특조위)'가 세월호 CCTV 영상저장장치인 DVR이 조작된 정황이 발견됐다고 발표하면서다. 2기 특조위는 지난 4월 이와 관련한 자료를 검찰에 넘겨 본격적인 수사를 요청했다.

세월호에 설치된 CCTV는 사건 당일 오전 8시46분에 끊어진 것으로 나온다. 그런데 2기 특조위가 배 안에 있는 자동차 블랙박스를 조사한 결과, 배가 침몰한 시간은 8시48분40초~48초로 밝혀졌다. 2~3분의 시간이 비는 것이다. 누군가 세월호 CCTV 영상에 손을 댔다는 의심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피해자가족협의회(4·16 가족협의회)'의 장훈 운영위원장은 "그동안 음모론으로 치부되던 사항이, 증거를 모아보니 음모론이 아닐 수 있다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이뤄진 것"이라며 "지금까지 나온 것을 다시 검증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음모론으로 치부돼 왔던 '국가기관 개입설'이 5년여 만에 합리적 의심으로 뒤바뀐 것이다. 그런데 왜 그토록 긴 시간이 필요했던 걸까.

이유는 2기 특조위가 실효성 있는 권한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데 기인한다. 장훈 위원장은 "조사권만 갖고 있는 특조위에서 자료를 요청하면 정부 답변을 받기까지 하세월"이라며 "지난 정부에서는 자료 하나 받는데 6개월까지 걸리는 걸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4년 특조위 법을 만들 때부터 (특조위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임시적인 정부조직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줄 수 없다는 국회의 입장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면서 “현재는 특조위가 조사를 해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구조가 됐다”고 덧붙였다.

특조위가 가진 조사권은 관계기관으로부터 필요한 자료 및 진술을 요청해 받을 수 있는 권리다. 관계기관이 자료제출 등 협조를 거부할 경우 과태료와 같은 행정처분을 할 수 있지만, 제출을 강제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법원에 영장을 청구해 필요한 자료를 즉각 찾아볼 수 있는 수사권에 비해서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 결과적으로 검찰에 수사와 기소를 요청할 만한 정황을 잡기까지 어려움이 적지 않다.

장 위원장은 "조사권은 강제력이 없다. 수사권이라도 있으면 필요한 자료를 바로 받아볼 수 있는데, 현재는 그렇지 못하다"며 2기 특조위의 태생적 한계를 털어놨다. CCTV 조작이 의심된다는 사실을 밝히는데 5년이나 걸린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4·16가족협의회가 청와대에 국민청원을 넣은 것도 이 때문이다. 특조위에 수사·기소권을 줄 수 없다면, 검찰에서라도 특별수사단을 조직해 세월호 참사를 전면재수사 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 3월 29일부터 시작한 청원은 세월호 참사 5주기인 4월 16일 오후 20만명을 돌파해 청와대로부터 공식적인 답변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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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5주기를 하루 앞둔 지난 4월15일 전남 진도 팽목항 방파제를 찾은 추모객들이 방파제를 둘러보고 있다. 뉴스1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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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믿지만.." 공소시효에 쫓기는 가족들
청와대는 지난 달 27일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 설치 및 전면 재수사'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을 공개했다. 답변자로 나선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은 "국민들의 의혹이 크고 대통령이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대한 의지를 밝힌 사안"이라면서도, "아직 독립적인 수사체계와 수사 인력을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 지금 단계에서는 새로운 사실관계가 낱낱이 밝혀질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는 말씀만 드리겠다"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들이 만난 아버지들은 청와대의 답변에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김광배 4·16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은 "우리가 우병우나 김기춘처럼 (청와대에서) 수사에 개입해 달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다"라면서도 "최소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안과 스케줄 등은 언급됐어야 했다. 그럼 우리도 준비를 하거나 기다리기라도 할 텐데 덩그러니 '좋은 말'만 나왔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장훈 위원장도 "60여명으로 구성된 특조위가 큰 조직도 아닌데, '특조위가 있으니 거기서 먼저 무언가를 하면 검찰이 따라 움직이겠다'는 말은 청와대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뜻으로만 들린다"고 실망을 감추지 않았다.

이들은 청와대에도 서운함을 나타냈다. 장 위원장은 "(청와대 사람들) 전부 겁먹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통령이 의지를 밝혔으면, 참모 중 한 명이라도 나서서 '검찰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풀어야 하지 않냐'고 해야 하는데 아무도 그렇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김광배 사무처장은 "세월호 참사라는 것 자체가 너무 크다. 그래서 두려움을 안 갖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장 위원장은 “솔직히 검찰이 의지를 안 가지면, 유가족들이 (의지를 갖게) 할 수도 있다. 이미 누가 책임이 있고 잘못했는지 100명 정도를 추려 표로 만들어 놨다”며 “그 명단을 한꺼번에 밀어 넣고 고소·고발을 하면 된다. 한꺼번에 조치를 하면, 검찰도 특별수사단을 안 만들고 견딜 수 있을까"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를 믿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가지 않는 것"이라며 "그런데 청와대 답변이 나오는 걸 보고 마지막 방법까지 써야하나 고민하고 있다. 2기 특조위와도 상의해야하지만, 가족들은 너무 늦어진다 싶으면 마지막 방법까지도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4·16가족협의회는 당장 공소시효와 싸우고 있다. 공무상 과실치사의 공소시효가 7년으로 채 2년이 남지 않았고, 명예훼손은 5년에 불과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장 위원장은 "처벌하지 않고 그냥 '그 사람들이 잘못했다'로 끝나면, 아이들에게 무슨 면목이 있겠나. 특히 일베의 폭식투쟁과 같은 명예훼손은 강하게 어필할 것"이라며 "그 당시엔 '내 자식도 못 지킨 죄인'이라는 죄의식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강하게 대처하지 못해서 지금까지 혐오범죄가 터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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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목포신항에 정박해 있는 세월호(위)와 경기도 평택시 해군 제2함대사령부를 찾아 천안함 앞에서 묵념하고 있는 장병들. 뉴스1 제공


■"천안함 유가족들과도 대화하고 싶어"
인터뷰 과정에서 자주 들을 수 있었던 단어는 '갈라치기'였다. 세월호는 물론 다른 국가적 참사 피해자들과의 대화와 연대가 중요하지만, 정치적 프레임에 갇혀 시도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 역시 묻어져 나왔다.

장훈 위원장은 “4·16 가족협의회에 모든 유가족이 다 있는 건 아니다”라며 “가슴 아픈 이야기지만, 참사 후에 언론과 정부의 갈라치기 때문에 일반인 유가족이나 생존학생들 중 일부는 함께하고 있지 못하다”고 털어놨다.

젊은 자식을 갑자기 잃은 점에 있어선 천안함 사건 유가족과도 많은 교류가 있을 법 하지만, 대화조차 시도하고 못하고 있다. 장 위원장은 "피해자들끼리 연대를 여러 가지로 하지만 유독 천안함 유가족들과는 대화를 제대로 해보지 못했다"며 "오래 전부터 천안함과 세월호를 비교하면서 프레임을 씌어놓았기에 우리가 (먼저 접촉을) 시도하는 것조차도 머뭇거려지더라"고 말했다. 그는 "그분들도 (대화) 시도를 못 하시고 있을 것"이라며 "자칫 그분들도 공격을 받을 수 있어서 조심스럽다"고 덧붙였다.

천안함과 세월호 희생자를 비교하는 시선에 대해서도 불편함을 드러냈다. 장 위원장은 "죽음을 비교할 수는 없다. 아픔도 비교할 수 없고, 아픔의 질도 따질 수 없다. 모든 아픔은 같다"면서 "얼마나 표현을 하냐는 건데, 그분(천안함 사건 유가족)들이라고 표현을 안 하고 싶었겠나. 그러나 그 당시 상황을 보면 표현을 못할 상황이었다. 단순 비교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나고 싶다. 천안함에서 희생된 아이들과 우리 아이들이 10살 차이도 안 난다. 어린 자식을 잃은 슬픔은 같다"면서 "피해자들에게 색깔을 씌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떻게 진보적인 죽음이 있고, 보수적인 죽음이 있나"라고 일갈했다.

(2부에서 계속)

[이디스 워튼은 '빛을 퍼뜨리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했습니다. 하나는 '촛불이 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촛불을 비추는 거울이 되는 것'입니다.

매직스피커는 모든 촛불을 응원하는 인터뷰 프로젝트입니다. 그저 응원으로 그치지 않고 촛불이 태운 빛을 세상에 전하는 거울이고자 합니다. 작고 소중한 빛을 그를 필요로 하는 이에게 전할 수 있다면, 그로부터 빛을 지켜내는 파수꾼의 마음을 퍼뜨릴 수 있다면 더는 바랄 게 없겠습니다.

촛불들이 거센 바람 앞에 위태로운 밤을 나고 있습니다. 우리는 촛불이 홀로 타버리도록 놔두지 않을 겁니다. 거울이 될 겁니다. 스피커가 될 겁니다. 부디 우리의 시도가 마법처럼 빛나기를!]

팟캐스트 <김성호의 블랙리스트> <김성호의 매직스피커>에서 더 깊은 인터뷰를 만날 수 있습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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