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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이슈 김학의 '성접대' 의혹

'정해진 결론'…경찰, "檢, '김학의 사건' 실체규명 의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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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에 동영상 보고 없어" 檢 판단에 경찰 내부 거센 불만

당시 경찰 수사팀 "고위직 말만 듣고 일방적 결론 내"

부실수사 의혹 면죄부에 "의지 부족" 비판

"檢은 수사기관"…의혹 해소 주문에 불만도

이데일리

‘김학의 수사단’의 여환섭 단장(청주지검장)이 지난 4일 서울 동부지검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과 건설업자 윤중천 씨 등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박기주 기자] “처음부터 우리가 ‘장난쳤다’는 결론을 내고 싶어했던 것 같다.”

경찰의 한 고위 관계자는 5일 “(검찰이)이 정도는 우리가 막아줘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최소한 자기 반성을 하는 대국민 사과 정도는 있었어야 하는 것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며 이렇게 지적했다.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수사권고 관련 수사단(단장 여환섭 검사장)이 전날 공소시효와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수사 외압·부실 수사 의혹에 대해 사실상 면죄부를 주자 경찰 내부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특히 논란이 됐던 ‘별장 성접대 동영상’ 보고 여부를 두고 경찰이 청와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당시 수사팀의 좌천성 인사 의혹에 대해서도 ‘부당한 인사 조치가 아니었다’고 하자, “애초 기대도 없었지만 너무하다”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靑 보고 없어’ 발표에 경찰 반박 “한쪽 말만 들어”

경찰 내부에선 김학의 수사단이 전날 2013년 3월 경찰이 청와대 민정수석실에 동영상 관련 내용을 보고하지 않았다는 수사결과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수사단 조사결과 당시 경찰청 범죄정보과 소속 팀장은 건설업자 윤중천(58)씨와 서로 맞고소를 벌이던 내연녀 권모씨를 2013년 3월 초 만나 별장 동영상을 직접 봤다. 이 팀장은 같은 달 4~8일 3차례에 걸쳐 권씨로부터 동영상 내용이 포함된 34쪽 분량의 피해상황 진술서를 이메일로 받았다. 수사단은 “(경찰이) 이메일 진술서를 받았을 때부터 내사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즉 경찰이 김 전 차관 내정일인 3월 13일 이전에 동영상 존재 및 내용 파악과 함께 사실상 관련 내사를 진행했지만 청와대에는 이를 알리지 않은 것으로 결론내렸다.

이와 관련, 수사단은 경찰의 보고계통에 따른 정식보고가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당시 팀장은 윗선에 보고했다고 주장했지만 과장 등 중간간부는 보고가 없었다며 진술이 서로 엇갈린다는 것이다.

당시 수사팀을 지휘했던 이세민 전 경찰청 수사기획관이 김 전 차관 내정발표 전 청와대 정무수석실에 팩스로 동영상 존재를 보고했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수사단 관계자는 “대통령 기록관에서 팩스 자료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했다.

당시 경찰 수사팀의 한 관계자는 “이세민 전 기획관이나 팀장이 윗선에 보고를 하고 근거를 제출했는데 모두 무시하고 당시 수사국장 등이 ‘보고 받은 바 없다’고 한 것만으로 결과를 정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사 착수 전 어떤 내용을 확인하고 있고 마지막에는 동영상을 누가 갖고 있다는 것까지 보고했다”며 “우리 입장에선 답답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수사단에 출석해 업무일지 등을 제출하는 등 당시 상황을 상실히 진술했던 이세민 전 기획관은 “아직 입장정리가 되지 않았다”며 말을 꺼렸다.

◇“檢, 처음부터 수사의지 없어”“최소한 대국민 사과해야”

수사단은 “오로지 증거와 법리검토로만 판단했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두 달여 동안의 수사 결과를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3월 문재인 대통령의 직접 지시로 이 사건에 대한 대규모 수사단이 꾸려졌지만 정작 김 전 차관의 성범죄 의혹과 청와대 수사외압 의혹, 과거 경찰·검찰의 부실수사 의혹 등 핵심은 규명하지 못한 채 오히려 합법적인 면죄부를 준 셈이 됐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선후배와 동료 등 내부를 수사대상으로 삼아야 하는 이번 검찰 수사의 결과는 처음부터 예상 가능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임은정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는 이 사건 수사결과와 관련해 2017년 한 지상파 방송에서 검찰 간부의 술자리 성희롱 사건이 보도되자 검찰이 제보자 색출을 위해 감찰에 나선 사례를 소개했다.

임 부장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학의 사건 수사단의 수사결과를 예상했다. 수사 의지와 방향은 수사단장을 보면 유추 가능하다”며 “그래도 그때처럼 허탈해 망연자실 쳐다보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적었다.

한편에선 정권이 검찰을 의혹 해소나 진상 파악을 위한 기관으로 쓰려는 시도를 그만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 단장은 박근혜 청와대가 김 전 차관 임명을 강행한 의혹 등에 대해 범죄 혐의가 없다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진상조사가 아닌 수사를 하는 거여서 범죄혐의 부분만 수사했다”고 밝혔다.

수사단은 이 논리로 1·2차 검사 수사팀의 직무유기 혐의 역시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실체적 판단을 하지 않았다. 공소시효가 완성된 사건은 법적으로 수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여론의 거센 압박과 대통령 지시로 재수사에 나섰지만 만족할 만할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긴 어려웠다”며 “검찰은 범죄혐의 수사기관이라는 말에는 공감하는 검사들이 많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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